19. 01. 02. 21:47:07

우선 제가 의대 다닌 적은 없음을 밝힙니다.본격적으로 한의학을 까기 전에, 의학과 의사가 왜 무능해 보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제가 아는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갈릴레이가 살아 생전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수학은 우주를 설명하는 언어이다' 서울대 이과생 수준의 학식만 갖춰도 저 정도 생각에 이를 수 있지만, 놀라운 건 갈릴레이가 미적분학이 생기기 수십 년 전에 이걸 예견했다는 거죠. (Homework: 미적분학을 누가 창시했을까요?)

본론1: 현대 대부분의 학문은 수학적 modeling을 기반으로 합니다, 일부 문과 학문(철학 인문학 등등)을 제외하면요. 물리학과 통계학은 수학을 기반으로 하고, 화학 생물학은 물리학을 기반으로 하고, 공학은 자연과학을 기반으로 하고, 의학 심리학 사회과학 경제학 등등은 수학 통계에 기반합니다.

본론2: 수학의 공리에 오류가 있지 않은 한 modeling만 잘하면 결론이 틀릴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사회에 밀접한' 학문일수록 그 modeling이 미친듯이 어렵다는 겁니다. 예측할 수 없는 잡음 때문에요. p->q라는 '강한 상관관계'를 도출하려 해도, p 외에 다른 요인이 뭔지 전부 다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거든요. 그래서 경제학 등 문과학문에 이념론이 끼어들어 의견이 분분할 수 있고요.
한편, modeling을 제대로 하려면 갖가지 실험을 해야 하는데, 현대 문명에서 인체실험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인체에 대한 탐구는 간접적인 tool을 통해 점진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의학이 그놈의 '근본 치료'를 포기하고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추는이유도, 근본 치료를 하려면 근본에 대한 탐구가 진보해야 하는데, 그럴려면 실험을 해야 하지만, 사람에게 유해할 수 있는 실험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죠. 한정된 지식 내에서 일단 증상이라도 완화하고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죠.  

이제 스누라이프에 한의학 떡밥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단골비판을 소개하면..
의학은 한정돼 있는 생물학적 지식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통계적으로 유효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한 방법'을 비로소 임상에 내놓습니다만.. 한의학은 애초에 음양오행이나 사상의학에 그 뿌리를 두고 아직도 '자기들만의 설명 방식'으로 때우는 부분이 다수인 주제에, 자기들도 과학으로 인정해 달라고 억지를 부리니 어이가 없죠. 한의대 예과에서 일반화학 일반생물학 배우고 본과에서 의대 과목으로 70%를 채우면 뭐합니까? 여전히 그런 비과학적 논리 체계에서 독립하지 못했는데요. 사실은 엄밀한 학문적 분석을 하려고 의대 과목을 배우는 게 아니라, 최대한 과학인 척 합리화하려고 의대 과목을 배우는 건 아닌가요?
5000년의 역사 운운할 게 아니라, 기초 원리에 잔재한 비과학을 청산하고, 의학과 같은 수준의 엄밀한 검증을 거친 방식만 환자에게 써야 하지 않을까요?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볼 때, 한의학이 정말 그 정도 단계에 이르러서 환자를 당당하게 진료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간혹 알못들이 '한의학을 깐다면 문과 학문도 똑같은 논리로 깔 수 있지 않냐' 하는데요. 예, 맞습니다. 인문학에서 '어떤 명제가 옳다'와 자연과학에서 '어떤 명제가 옳다'의 엄밀성은 천지 차이입니다. 그래도 그 학문들을 없애버리자고 하지 않는 이유는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은 낮으니까요. 공학으로 뭔가를 설계했는데 갑자기 폭발하거나 붕괴하면 사람이 다치고, 의사가 의학적 지식으로 처방을 했는데 그 지식에 오류가 있다면 당장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죠. 한의학을 먼지 나게 까는 이유가 만약 틀리면 사람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입니다. 문과 수준의 엄밀성으로 어딜 감히 환자를 진료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