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나면 작약감초탕? 감초는 왜 넣었어요?

일본에선 쥐날 때 먹는 약으로 스포츠 선수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약입니다

대표적인 상품으론 “쯔라레스” 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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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일본어 상식>

こむら返(がえ)り[코무라카에리]: 쥐, 장딴지 경련

吊(つ)る [쯔루]: 쥐가 나다

경기 중에 갑자기 쯧타!(つった!) 라고 외치며 넘어지곤 하죠

그래서 상품명을 쯔라(쥐나다) + 레스(less:없다) 라고 한 게 아닌지...


일본에서 한약이 이런 식(OTC)으로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한약을 요즘 누가 먹어~ 라는 친구가 있으면 ‘구글 쯔라레스 검색하면 작약감초탕 나올거야~’ 라고 말해보시길...!



실제로 작약감초탕은 "말초성 근이완작용 기전"이 규명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죠 (일본 직구 사이트에서 한국분들도 많이 구매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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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나서 저도 구매했습니다^^)


<처방 해설>

작약감초탕의 효능을 설명하는 여러 설명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Paeoniflorin일 것입니다


Paeoniflorin이 칼슘의 세포내로의 유입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인데요

작약의 성분 중 하나인 Paeoniflorin(PF)은 근경련 이완 효과를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Q.그럼 감초는 왜 같이 넣은거죠?


그럼 작약감초탕을 쓰는 것보다 그냥 작약을 먹는 게 낫지 않을까요?

감초는 왜 들어간 것일까요?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 (감초 외엔 작약 밖에 없는데...)



한의대를 다녀보신 분들이라면 다음과 같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1)감초는 調和를 이루는 본초이며 解毒작용이 있다 2)감초의 성분으로 유명한 glycyrrhizin(GLR)는 유사 스테로이드 작용이 있다

(쉽게 말해서 스테로이드 분해를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는 겁니다)


위 문장에서 언급된 말들은 그 자체로는 맞는 말입니다

작약은 근경련 이완 효과를 갖고 있는 Paeoniflorin (PF)

감초는 유사 스테로이드 작용을 갖고 있는 Glycyrrhizin (GLR) + '조화, 해독'


그러나 ‘작약감초탕’ 이라는 새로운 ‘방제’를 설명할 때는 저 정보들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미지수입니다

PF + GLR = 작약감초탕 ?

실제로 실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입니다

환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지식 수준에서 언급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현대한의사' 라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본초학적 이론과 약리학적인 연구결과를 하나하나 쪼개서 살펴보겠습니다


혹자는 본초학적으로 작약감초탕을 설명하기를

'芍藥은 肝經에 들어가서 平肝止痛하고 養血和陰하고

감초는 脾經에 들어가 緩和작용이 있으므로

작약감초탕은 肝脾不和로 생기는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고 설명합니다


작약과 감초가 들어가는 방제로는 桂枝湯이 있습니다만 (계지 작약 생강 대조 감초)

계지탕을 위와 같은 이유로 ‘통증’에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19.05.10 한 책에서 비슷한 케이스를 봤습니다 - 작약감초를 증량시켜 작감탕의 의미를 부여하더군요)


계지탕을 설명할 때는 작약과 감초가 들어간 이유를 다르게 설명합니다


‘芍藥은 營을 補하고 부족한 진액을 보충하면서 收斂하는 작용이 있어 汗出을 막는다

甘草는 諸藥을 調和하며 衛氣 發散의 太過나 營血不足을 조절한다’

계지탕에는 작약감초탕의 구성 비율(작약2:감초1)이 그대로 들어간, 원형을 보존한 상태인데도 말이죠

肝脾不和로 인한 통증 이야기는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현상을 해석한 것이기에 '한 현상에 대해 수 백 가지의 해석/설명' 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이 설명들이 '임상적으로 유용'하다면 환영이지만 (ex처방 선택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해석)

한의대생 중에서는 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 설명을 무한대로 양산하여 '쌩으로' 암기 시키고 시험보는 것에 의구심을 품는 분들도 계십니다

과연 저 이론을 바탕으로 환자를 고치신 건지 (실제로 '간비불화'를 보시고 처방한 건지 - 환자의 어떤 증상을 보고 '간비불화'라고 판단하신 것인지 설명을 해주실 수 있는지),

아니면 그냥 루틴으로 '근골격 한약? - 작약감초탕 잘들어~' 라고 그냥 넘긴 건지... 궁금해집니다



약리학적 설명도 살펴봅시다

감초의 glycyrrhizin(GLR)! 굉장히 유명한 성분이지요

그러나 이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감초의 효과를 단순히 ‘스테로이드 유사효과’ 로만 보고 접근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구글에 ‘감초 스테로이드’ 라고 치면 바로 나오는 기사입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401221515255


자연계 식물 중 스테로이드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것들은 가지, 마, 도라지, 콩 등 매우 많다.

이것들을 보통 식물성스테로이드나 식물성스테롤이라고 부른다.

감초가 문제라면 이것들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점은 ‘한약에는 스테로이드가 없다’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스테로이드효과를 흉내 내기 위해 감초를 처방하는 멍청한 한의사들도 없다.

해리포터가 스테로이드효과를 보기 위해 감초사탕을 먹은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제가 해드리고 싶은 말을 써주셨습니다

감초에 스테로이드 유사효과를 내는 성분이 있다는 건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를 마치 ‘하나의 명제’ 처럼 처방에 적용시키고자 할 때 그 결과가 꼭 옳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작약감초탕에서 감초의 역할을 '근육의 염증을 제거해준다~' 이렇게 설명하는 건...

'말은 되는데 실제로 그런가?' 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자! 그럼 어떻게 처방을 설명해야할까요?

Blocking Effects of Blended Paeoniflorin or Its Related Compounds with Glycyrrhizin on Neuromuscular Junctions in Frog and Mouse (Kimura, M. et al. Jpn J Pharmacol. 1984, 36, p.275.)


꽤 옛날 논문이죠?

이 논문은 위에 제가 문제제기한 한의학적/약리학적 설명에 대해 시사하는 점이 있습니다


1)PF와 GLR을 따로 투여해보니 근이완효과 (blocking effect)가 없었다*그러나 PF와 GLR을 같이 사용하니 근이완효과가 있었다


통념과는 다르게 PF와 GLR는 각각 독립적으론 효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근이완효과 (blocking effect)에 한정되어 이루어진 연구입니다!

전통의학의 묘한 부분 중 하나인 ‘시너지’ 효과를 뚜렷히 보여주는 연구네요


PF와 GLR가 아무리 “근경련 완화 효과가 있다네”, “유사 스테로이드 효과가 있다네” 라고 해도 각각의 정보가 작약감초탕을 설명할 순 없습니다

말 되는 정보 + 말 되는 정보 = 말은 되지만... 옳은 정보?

*다시 말씀드리지만 환자에게 설명하는 수준의 멘트라면 전혀 문제가 안됩니다

다만 의사나 다른 약학관련 직종분들과 교류를 하실 때 저 말을 하신다면

'한의사는 한약의 전문가라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있다' 라는 평가를 받을 것 같습니다


더 자세한 기전은 92년도 논문에 소개되는데 마침 권승원 교수님의 블로그에 해설이 된 부분이 있어서 가져와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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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kokkottung&logNo=220174177991&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kr%2F

작약의 주성분인 피오니플로린은 진정, 진경, 말초혈관확장, 항염증, 위장운동 촉진작용 등이 있으며, 수용체 의존성 수축을 억제, 자발성 수축을 증강시킨다.

한편, 감초의 주성분인 글리시레티닉산은 항궤양, 항염증, 스테로이드 호르몬 유사 작용이 있다. 그 때문에 체내 스테로이드 호르몬 대사를 교란, 억제함으로써 부종이나 저칼륨혈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수용체 의존성 수축, 탈분극성 수축, 자발수축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

작약감초탕의 메커니즘은 피오니플로린이 Ca2+ 이온의 세포내 유입을 억제하고, 글리시레티닉산이 최종적으로 K+ 이온의 유출을 촉진하는 것이다. 2가지 작용이 블렌딩 효과를 일으켜 신경근 시냅스의 아세틸콜린 (Ach) 수용체에 작용하고, 그 결과, 강력한 근이완작용을 발현한다는 것이 보고되어 있다

(by권승원 교수님)


2)PF과 GLR의 비율을 1:2(작약감초탕) 로 넣었을 때 가장 강력한 효과를 보였다

*약재 용량이 아니라 성분(PF, GLR) 함량이 1:2라는 것입니다

작약과 감초를 2:1의 비율로 작약감초탕을 만들었다고 가정하면

작약 1g에 들어있는 PF의 양은 감초 1g에 있는 GLR 양의 1/4이라는 말이겠네요


생각할수록 신기한 결과입니다

성분 분석은 커녕 저런 성분이 있다고도 모르는 시절에 얼마나 많은 경험이 쌓여야 이런 황금비율을 발견하게 될까요?

한의학은 처음부터 이러한 경험의 집합체로서 존재하였습니다


후대에 가면서 ‘이론’을 만듦으로써 기존의 방제(고방)에서 다양한 방제(후세방)로 확장해나가는 방법을 만들었죠


‘이론’은 어디까지나 기존 방제를 분석해서 나온, 그리고 응용하기 위한 도구일 뿐 갑자기 어떠한 聖人이 알려준 세상의 이치 같은 것이 아닙니다


현상을 표현하고 설명하는 도구일뿐, 현상을 표현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이론이 복잡해져가봤자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고 감히 말하겠습니다

한의학은 경험 학문이지, 환자도 보지 않고 치험례도 없는 철학가가 마음대로 부풀릴 수 있는 이론들의 모음 같은 것이 아닙니다

저도 현재 공부중이지만...

한의학적 용어로 써져있는 치험례들을 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A약이 肝經에 들어가~’ 라는 설명을 외우는 게 아니라 ‘환자의 어떤 증상을 보고’ 肝經에 들어가는 약을 쓰고자 했는지 파악하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담이 길어졌습니다

칼럼의 첫 글인 만큼 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제 칼럼명인 '이도류 한약 처방 강의' 의 목표는

"한 처방에 관한 약리학적/한의학적 설명을 한다" 외에도

처방을 해설할 때 '근거 없이' 약리학적 설명과 한의학적 설명을 섞는 것을 경계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기 위해 설명의 재료들이 되는 약리학적/한의학적인 주장들을 살펴보고

처방에 가장 어울리는 칼 두 자루를 뽑아내볼 계획입니다


약리학적 해설은 근거를 요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무기로 삼고한의학적 해설은 치료를 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무기로 삼고

굉장히 실험적인 칼럼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