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춘추전국시대. 당시 노나라에는 편작(扁鵲)이라는 명의가 있었다. 편작의 성은 진(秦)이고 이름은 월인(越人)이며 호는 편작(扁鵲)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때와 장소에 따라 치료하지 못하는 질병이 없었기에 한 마을에서는 부인을 귀하게 여기기에 대하의(帶下醫)가 되었고, 한 마을에서는 노인을 공경하기에 이목비의(耳目痺醫)가 되었고, 한 마을에서는 어린아이를 아낀다는 말에 소아의(小兒醫)가 되었다.
편작은 일단 병이 생기고 난 후라면 그 어떤 병이라도 치료하는데 탁월했다.
편작에게는 두 명의 형이 있었는데, 형들 또한 의사였다. 그런데 편작의 형들이 의술을 행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편작이 의술에 능하다는 것은 인접 나라들의 궁에까지 알려지면서 괵나라 태자가 시궐병(尸厥病, 일종의 전염병)으로 죽기 직전 다시 소생시켰고, 제나라 환후가 병이 들기 전이었는데도

5일 후에 죽을 것을 알아서 이름이 천하에 알려졌다.
천하 사람들이 편작의 소식을 듣고 모두들 “편작은 능히 죽은 사람도 살린다.”라고 칭송했다.
편작의 소식은 위나라의 문왕에게까지 알려졌다. 어느 날 위문후(魏文侯)가 편작을 불렀다.
위문후가 편작에게 “그대에게는 두 명의 형이 있는데, 모두 의사로 알고 있다. 세 명 중에 누구의 의술이 가장 뛰어난가?”하고 물었다.
위문후는 당연히 편작 자신이라고 대답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편작은 “큰 형님이 가장 뛰어나고, 두 번째로는 둘째 형님, 그리고 제가 가장 아래입니다.”라고 했다.
위문후는 당황해하며 “그 이유는 무엇이냐? 세간에는 편작 자네의 의술만이 회자되고 있는데, 그렇게 말한 이유를 들을 수 있겠느냐?”하고 되물었다.
편작은 “큰형님은 병의 신색(神色)을 살펴 병이 드러나기 전에 미리 없애기 때문에 병이 생기지 않게 합니다. 따라서 큰 형님에게는 환자라고 할만한 병자들이 거의 없죠. 때문에 큰 형님의 명성은 집 대문 밖을 벗어나지 못했을 뿐입니다.
둘째 형님은 병이 곁에 머물러 병세가 미약할 때 완치를 시켜 버리기 때문에 중환자들이 없었고 경증의 몇몇 병자만 있을 뿐으로 명성이 마을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저 같은 경우는 이미 중병으로 진행이 된 환자들을 죽기 일보 직전에 혈맥에 침을 놓고 독약을 투여하고 살갗 사이를 가르기 때문에 명성이 제후에게 알려졌을 뿐입니다.
사실 위문후는 편작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자네의 큰 형님은 이미 병들기 전에 치료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냐? 병들지도 않았는데 병을 치료한다는 것이 대관절 말이 되는 소리냐?”라고 말이다.
편작은 차분하게 대답을 했다.
“문헌에 보면 ‘불치이병(不治已病) 치미병(治未病)’이라고 해서 최고의 의사는 이미 병든 것을 치료하지 않고 아직 병들지 않은 것을 치료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불치이란(不治已亂) 치미란(治未亂)’이라고 해서 이미 어지러워진 것을 다스리지 않고 아직 어지럽지 않은 것을 다스린다고 했습니다.

몸이 병들기 전에 치료하고 나라가 어지러워지기 다스리는 것이 바로 최고의 치료법입니다.”
편작의 설명을 들은 위문후는 “어려운 말이구나. 예를 들어 볼 수 있겠느냐?”하고 요청했다.
편작은 “제가 성인의 현묘한 이치를 제대로 전할 수 있을지 두렵습니다. 이것은 마치 두레박 줄은 짧은데 샘은 깊은 것과 같습니다. 허나 왕께서 요청하시니 답변드립니다. 아직 병들지 않는 병, 즉 미병(未病)이란 건강하지도 않고 병들지도 않은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자칫 건강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결국 병에 걸리게 됩니다. 이것은 마치 흔들리는 탑과 같아서 탑이 흔들일 때 원인을 파악해서 균형을 잡지 않으면 결국 흔들리다 못해 무너지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이미 병이 들어서 약을 쓰는 것은 이미 탑이 무너진 후에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과 같아 그 수고로움은 수배가 들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 불가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마치 목마른 후에야 우물을 파기 시작하고, 적이 쳐들어 온 후에야 화살촉을 주물하기 시작하는 것과 같으니 역시 또한 늦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또한 생각해보면 흙을 준비하여 물난리를 막을 때 만약 그 졸졸 흐르는 것을 막지 않는다면 하늘까지 넘치는 기세를 막아내지 못할 것이며, 물을 준비하여 불을 막을 때 만약 그 깜빡깜빡하는 불씨를 두드려 끄지 않는다면 들판을 사르는 불길을 그치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물이나 불이 이미 성(盛)해진 것도 오히려 그치게 하고 막을 수 없거늘, 하물며 병이 이미 깊어졌다면 어찌 능히 치료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위문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감탄을 했다.
그러면서 “자네의 말을 듣고 보니 몸을 치료하는 것이나 나라는 다스리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구나.

나 또한 자네의 의도(醫道)를 본받아 정치를 한다면 다스림에 큰 어려움을 면하게 될 것 같도다. 자네의 형들이 병들지 않은 병을 치료했기에 이름을 날리지 못한 것이야 말로 어찌보면 지극한 공(功)이고 최고의 명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편작 자네도 미병을 치료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는 공이 있도다.

속세의 의사들은 이미 병들고 병세가 깊어진 환자들조차 살리지도 못하고 죽이지는 않더라도 창으로 허벅지를 찌른 것과 같은 상처를 남기고 나니 안타깝구나.”라고 했다.
■ 출처
< 고서의언> 鶡冠子. 卓襄王曰願聞其數. 龐煖曰王獨不聞魏文王之問扁鵲邪. 曰子昆第三人其孰最善爲醫. 扁鵲曰長兄最善, 中兄次之, 扁鵲最爲下. 魏文侯曰可得聞邪. 扁鵲曰長兄於病視神, 未有形而除之, 故名不出於家. 中兄治病, 其在毫毛, 故名不出於閭. 若扁鵲者, 鑱血脉, 投毒藥, 副肌膚間, 而名出聞於諸侯. 魏文侯曰善. 使管子行醫術以扁鵲之道, 曰桓公幾能成其覇乎. 凡此者不病病, 治之無名, 使之無形, 至功之成, 其下謂之自然. 故良醫化之, 拙醫敗之, 雖幸不死, 創伸股維.
< 황제내경-소문> 聖人不治已病治未病, 不治已亂治未亂. 夫病已成而後藥之, 亂已成而後治之, 譬猶渴而穿井, 鬬而鑄兵, 不亦晚乎?(성인은 이미 병든 것을 치료하지 않고 아직 병들지 않은 것을 치료하며, 이미 어지러워진 것을 다스리지 않고 아직 어지럽지 않은 것을 다스린다. 병이 이미 이루어진 후에 약을 쓰며 난리가 이미 이루어진 후에 다스린다면, 비유컨대 목마른 후에 우물을 파고 싸운 후에 병기를 주조함과 같으니, 또한 늦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