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에 간혹 침치료가 어떤 원리로 치료되는 것인지를 물어오는 환자가 있다.

동양의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서양의학 추종자들의 오해와 무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한의사로서 각각의 침법이 생긴 기전이나 치료 원리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기존의 임상결과에 따른 침구효능을 교과서적으로 외워서 시술하게 된다면 본인만의 의학적인 견해를 발전시키는데 매우 한정된 시야를 갖게된다.

모든 학문에는 정확한 사유의 원리가 있어야 하고, 그 원리에 따라 고민하면 응용과 발전이 보다 쉽게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침치료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수많은노력이 있었고, 어느 정도 객관적인 규명에 가까운 내용을 이룬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의 과학적 침구치료 원리를 설명한 내용이 서양적 학문체계에 맞추고자 한 것에 한계를 느끼게 된다. 물론 현재까지 이어져 온 침구치료의 과학적 증명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동양의 직관적 사고를 객관화시키는 과정에서 한의학적 사고를 배제하면서 서양의 인식적 틀에 객관화시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기(氣)를 보이는 현상으로 규명하는 것으로 본질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이 현실적으로는 한의학의 연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서, 고민한 내용을 기학(氣學)적인 설명으로 기존의 침법들의 원리를 풀어보고자 한다.

물리학자인 프리초프 카프라(Fritjof Capra)는 그의 저서 ‘현대 물리학과 동양의 신비주의(Tao of physics : an exploration of the parallels between modern)’에서 현대물리학과 동양의 고대 사상을 비교하고 있으며, 동양 사상은 이미 오래 전에 유기적인 우주관을 정립하는 등 현대물리학과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연설명하자면, 색즉시공 공즉시색(물질이 공이요, 공이 물질이다)라는 수천 년 전의 동양의 이 황당한 구절은 20세기에 들어와서 아인쉬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나오면서 에너지와 물질의 상호변화에 대한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하였고, 양자역학이 나오면서 물질과 에너지의 상호변화가 증명이 된 것이다. 그 이외에 하나의 우주가 아니라 다중 우주라는 동양의 이론도 빅뱅이론으로 증명되고 있으며, 시간과 공간의 이론들도 과학이 발전할수록 더욱더 동양의 직관적인 철학적 우주관이 훨씬 더 진일보된 과학적 실존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결론적으로 침의 원리를 서양의 인식에 맞추어 실증하는 것은 더 많은 과학의 발전이 된 뒤에 생각할 문제이고, 우리 한의사들은 기학(氣學)적 이론을 바탕으로 침구치료의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하면 될 것으로 본다.

침구이론의 인식접근에 가장 용이한 ‘경락조절론’부터 설명하기에 앞서 지금까지 침구치료의 과학적 규명을 위해 노력한 과정을 살펴보고 넘어가고자 한다.


▷ 경락을 신경계로 설명하는 ‘신경학설’
대표적인 사람이 중국의 저명한 침 연구학자인 북경대 신경과학연구소 한제생(韓濟生) 교수로 합곡혈(엄지와 검지 사이)에 침을 놓으면 안면신경에 변화가 생기는 반면, 이곳을 마취한 뒤 침을 놓으면 안면신경에 변화가 없다는 실험을 통해 침의 효과가 신경으로 전달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매우 좋은 시도이기는 하지만 여기에 한가지 의문이 있다면 신경과 혈관보다 더 세밀하게 분포된 것이 경락인데, 일부로서 전체를 설명하고자 한 아쉬움이 있다. 즉 경락은 신경보다 훨씬 상위의 개념으로 이해를 해야 침구치료의 효능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 호르몬 등의 변화를 설명하는 ‘내분비학설’
캐나다의 포머란츠 박사는 개 실험에서 인중혈(코와 입 사이)에 침을 꽂으면 혈압, 맥박수, 혈중 산소량 등이 증가하는데, 다른 곳에 침을 놓으면 이런 변화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침을 놓으면 엔돌핀과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그 양이 침을 놓은 뒤 20분 후 최고점에 도달한다고 한다.

실제로 쥐를 통한 동물 실험에서는 쥐의 복부를 통해 교감 신경을 자극하여 뇌로 부터 코티졸 호르몬을 많이 분비케 한 뒤 혈압을 올려서 고혈압 상태로 만든 뒤에 쥐의 팔에 고혈압의 경험혈인 혈자리를 찾아 자침과 전기침을 동시에 연결한다. 그렇게 한 뒤 쥐의 두개골 속 깊은 부위에 있는 부교감 신경이 작용하여 엔돌핀과 같은 호르몬이 나오는지의 여부를 뇌의 한 부분인 절단된 면을 통해 그래프와 모니터로 계속 확인하게 된다.

즉 경혈부위의 미세자극에 의해서 엔돌핀같은 통증억제물질이 분비되거나 통증부위에 항원 항체을 유도하여 면역세포가 모이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침치료의 효과가 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실험에서의 의문점은 침구치료 효과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침을 놓고서 불과 수초 이내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며, 이 역시 침구효능의 일부분으로 전체를 설명하고 있는 느낌이다.

▷ 경혈론
이 이론은 ‘경혈’의 피부는 다른 피부보다 약해서 말초신경에서 가한 통증 자극 반응이 침을 놓은 뒤에는 나타나지 않아 통증이 억제된다는 ‘전기 자장학적 연구’도 시도됐다.

이 주장에 따르면 ‘경혈(經穴)이란 전기적 저항성이 낮고 전도성은 가장 높은 점’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기학적인 설명에 근접한 내용이지만, 신경계의 미세전류로만 침구효능을 설명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 김봉한 박사의 봉한이론
경락이나 기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연구에는 해부학, 생물학, 신경학, 세포학 등 현대 의학의 모든 지식이 총 동원됐다.

그는 인체에는 신경계, 혈관계, 림프계와 다른 제3의 순환계가 있는데, 경락을 잇는 관(봉한관)을 따라 액체(봉한액)가 흐르며, 그 속에 세포를 재생하는 ‘산알’이란 일종의 DNA 알갱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학설은 국내외의 관심을 모았으나, 후속 연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연구가 가장 기학(氣學)적인 측면의 연구로서 실험의 재연성만 구현되었다면 매우 만족할 만한 연구였으나, 아쉽게도 주관적인 실험연구에 그치고 말았다.

▷ 뇌신경자극론
미국 듀크대 메디컬센터 연구진은 수술 직전 침을 놓았더니 수술 뒤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통증을 덜 느꼈으며, 수술 뒤 투여한 진통제 양도 훨씬 적었다고 보고했다.
실제로 닐슨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침술마취로 맹장수술을 생중계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며 국내에서도 이미 70년대에 침술마취로 제왕절개와 발치수술을 성공한 바 있다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03/2017070301478.html

[이코노미조선] "침술 마취로 맹장수술까지…세계가 주목한 경희대 한·양방 협진

이코노미조선 침술 마취로 맹장수술까지세계가 주목한 경희대 한·양방 협진

biz.chosun.com




https://news.kdha.or.kr/news/articleView.html?idxno=6655

침술마취를 통한 외과적 수술 성공

 지난 5월 15일 국립 의료원에서는 치과ㆍ구강악안면외과(과장 허원실)와 한방부 한의사 노식씨,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김용섭씨(침구과) 등은 충격에 의해 하악골 정중부와 우각부 등 2군데가 골절된 박장균씨(남 33세 충북영동시)를 침술을 통해 전신마취시킨후 하악골 골절의 관혈적 정복수술을 시행하여  성공했다.허원실 과장은 통상 전신마취를 할 경우 수술로 인한 통증이 심할 뿐 아니라 며칠간 물조차 마시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것이 일반적이라며 그러나 침술마취는 이같은 통증을 덜어주고 수술 후 곧바로 물을 먹을 수 있는 등 예후가 매우 좋은편이라고 강조했다.노식 한의사는 '침술 마취는 합병증이 없으며 수술 후 경과가 빠르고 경제적이며 간편하고 안전하다'며 필요에 따라 국소마취제를 병용하면

news.kdha.or.kr



또한 뇌과학 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조장희 박사는 1998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눈에 관련된 경혈에 침을 놓으면 뇌의 시각 피질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논문을 발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고 뇌와 척수로 구성된 중추신경계를 자극해서 자기 몸을 강화시키는 호르몬을 분비시킨다는 설명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 같은 활발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경락’ ‘경혈’ ‘기’를 완벽하게 설명해주는 과학 모델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경락이나 기의 실체를 밝히는 연구보다 침을 질병 치료에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하는 임상 연구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락’이든 ‘신경’이든 침으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지를 규명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