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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우터 와일즈라는 게임 안에서 보자면
'모험'이라고 할 만한 항해는 딱 두 번 존재함
아무 것도 모르는 첫 번째 항해, 모든 걸 알고 나서는 마지막 항해
이렇게 둘
왜냐하면 저 두 가지 항해만이 주인공이 진짜로 죽음이라는 미지를 두려워하는 상황이기 때문임
첫 번째 항해는 주인공이 죽음 너머에 뭐가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걸 조심해야 할 수밖에 없음
아닌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스스로가 위험하다는 걸 광고하는 것들에 달려들면서 "아, 죽으면 다시 하지 뭐" 라고 생각하지 않음
주인공에게나 플레이어에게나 죽음은 충분히 리스크가 되고(어떤 방식인지는 모르더라도) 그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위험 요소를 피하는 식의 선택을 하게 됨
하지만 22분이 지나면... 모두가 알다시피 플레이어가 무슨 선택을 했던 간에 (몇몇 선택을 제외하고)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맞게 되고
결과적으로 죽음은 리스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됨
그리고 두 번째 항해부터 마지막 - 1 의 항해까지
플레이어는 게임을 즐김
이 모든 항해는 리스크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언어 그대로 게임임
숨이 막혀 죽었다? 아귀한테 우주선 째로 씹혔다? 차오르는 모래 속에 압사했다? 태양이 또 터졌다? 가면이 나오고, 효과음이 들리고, 목재 화로부터 다시!
엔딩으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한 여정 중에 자살을 단 한 번도 선택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임
거인의 심연 핵, 태양 정거장, 침입자처럼 애초에 다시 나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공간들이 플레이어의 자살을 유도하고 있기도 함
이 과정에서 죽음은 더 이상 미지의 영역이 아니게 되고, 그저 다시 시작하기 위한 수단 혹은 가브로가 전해주는 명상과 비슷하게 여겨질 정도로 일반적인 선택이 됨
하지만 플레이어가 마지막 항해에 도달하는 길을 알게 된다면, 그 순간부터 죽음은 다시 죽음으로서의 권위를 되찾게 됨
아우터 와일즈의 엔딩은 다른 게임들의 일반적인 엔딩과 조금 다른 점이 있음
플레이어가 엔딩으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 점임
다른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선형적이고, 선형적이지 않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끝에 대해서 플레이어에게 상기시켜줌
챕터나 장이라는 단어가 게임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생각해 보면 이해가 빠를 거임
저런 단어를 쓰지 않는 비선형적 오픈월드더라도 메인 퀘스트라는 게 존재한다는 건 여전히 변함이 없고
반면 아우터 와일즈의 엔딩은,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됨
애쉬 트윈 프로젝트부터, 워프 코어를 뽑는 그 선택을 내린 순간부터
그리고 플레이어는 워프 코어를 뽑는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알고 있음
이제 죽음 너머의 세계에는 가면도 없고, 효과음도 없을 거야, 어쩌면 데이터 삭제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이런 식으로 게임은 플레이어를 다시 죽음이라는 미지로 몰아넣음
함선이 검은 가시덤불에 있는 건 검은 가시덤불이 태양계에서 제일 위험하기 때문임
워프 코어를 뽑은 순간부터 흘러나오는 노래인 Final Voyage가 태양이 터지려는 순간 흘러나오는 노래인 End Times와 멜로디를 공유하는 건 죽음과 미래가 곧 둘 다 미지라는 면에서 일맥상통하기 때문이고
이 모험에서 실패하면 다음은 없을 거라는 은밀한 경고들이 마지막 항해를 '진짜' 모험으로 만들어 주는 것임
아래 글에서 게임이 죽음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길래 내 생각을 한 번 써 봤음
아마 의도적으로 가볍게 만든 것일 거임
그래야 더 무서워지니까
논리 전개에 좀 약해서 글이 두서없을 수도 있음
- dc official App
이 게임이 가장 찐하게 품고있는 주제 중 하나가 죽음이라고 생각함. 그리고 그걸 게임 플레이에도 절묘하게 녹여놨지. 기본적으로 피하고 싶은 요소로 작용하면서도 때론 진행을 위한 도구로, 또 어떤 경우에는 긴장감을 더해주는 조미료로, 또 어떤 상황에서는 잠시 진행을 멈추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으로도 작용하고 있음. 그리고 게임을 제대로 진행한다면 그런 죽음들, 그 다양한 죽음들을 정말 많이 반복하게 되지. 그러다 보면 본글처럼 어느순간 이 게임에서의 죽음에 무뎌지는 순간이 반드시 오게 됨. 사람마다 지점의 차이야 있겠지만..
그렇게 게임을 쭉 진행하게 되면 결국 워프코어를 뽑고 마지막 여행을 하게 되는데 이 순간 플레이어는 '아, 지금까지 숱하게 반복해왔던 죽음과는 다르겠구나' 라는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밖에 없지. 그리고 그 위태로운 마지막 여행에서의 죽음을 뛰어넘고 나면? 결국 플레이어를 기다리는것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주인공의 죽음임. 단순히 주인공의 죽음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죽음이기도 하고.
게임을 하면서 그 20~30시간의 시간동안 정말 숱하게 죽어왔잖아? 그리고 정말 이것만 뛰어넘으면 된다! 싶은 그 마지막 여행에서의 죽음도 극복했잖아? 그런게 결국 주인공도 죽고, 우주도 죽지. 그런데 그 죽음에서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지네? 나는 이 과정에서, 결말에서 아이러니 하면서도 아름답기도 한 감정들을 느꼈음.
누군가는 이 게임이 죽음을 너무 가볍게 다룬다고 느꼈을 수도 있음. 하지만 나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플레이어가 많은 죽음을 경험하게끔 설계한 게임 디자인이라고 느꼈다. 나 또한 죽는다는 행위를 게임 진행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도 했고, 때론 죽음이 가볍게 느껴지기도 했음.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많은 죽음을 경험했기에, 때론 도구처럼 쓰이고 가볍게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에 죽음이라는 주제가 더 무겁고 진하게 다가오게 되었다고 생각함.
이게 맞는듯 나도 게임 중반부터 몸을 사리던 초반과는 달리 죽음이라는 것을 가볍게 대하기 시작했고 때문에 플레이 도중 자살을 하거나 명상을 한 적이 굉장히 많았음 그래서 코어를 빼고 마지막 항해를 시작했을 때 심장이 뛰는게 느껴졌을정도로 긴장했었고 때문에 평소에는 하지 않던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고 특히 아귀가 평소보다 훨씬 무섭게 느껴지더라고
그래서 나에게 마지막의 그 항해는 잊을 수 없던 기억이었음.이 기억이 왜 그렇게 인상적이었는지를 돌이켜보면 본 글처럼 게임을 플레이하던 2~30시간동안 가볍게 여겼던 죽음이 코어를 뽑음으로서 가까이 있는것처럼 느껴졌고 머리로도 몸으로도 지금 죽으면 진짜 죽는 것처럼 느껴졌기에 그로인해 형성된 긴장감은 그 전의 긴장감하고 뭔가 달랐음
재미있는거는 이러한 긴장감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죽음에 대한 인식의 차이도 있지만 이 게임 특성상 쉽게 죽는 일이 많았기에 생긴것도 있음. 이렇게 때로는 죽음을 가볍게,때로는 도구처럼 쓰도록 만들었기에 마지막 항해,엔딩 그리고 이 게임의 메세지가 더 빛이 날 수 있었던 것 같음
ㄹㅇ 여태 자살하거나 명상하거나 하면서 별 생각 없이 루프 넘겼는데 함선 가야 되는 거 모를 때 코어 뽑고 final voyage나오니까 이번에 죽으면 진짜 끝이라는 생각에 패닉 오더라
애쉬트윈을 제일늦게 들어가서 홀린듯이 워프코어 뽑고 나오니까 진짜 직감적으로 끝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정확히 왜인지는 몰랐었는데 그냥 진짜 끝이라는게 느껴짐
ㄹㅇ 겁은 오지게줘놓고 친절하게 세이브 보존해줌 - dc App
그게 루프물의 매력이자 정체성이지. 루프물에서는 루프 가능한 미래는 언제나 바꿀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이 중첩된 상태임. 반대로, 루프 불가능한 과거는 어떻게든 바꿀 수 없는 유일한 가능성만이 존재하지. 그래서, 플레이어는 루프 가능한 미래에서는 작품을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게되고, 루프 불가능한 과거는 몰입해서 바라보게됨. 수요가 넘처나는 물건과 단 하나 뿐인 한정판의 가치가 다른 것 처럼, 루프 가능한 미래와 루프 불가능한 과거의 가치는 다름.
이 때문에 기존 루프물의 가치는 결말에 있음. 후회라는 감정은 매우 강력하기에. 수 많은 가능성을 넘어 스스로 선택한 결말은 그 어떤 장르가 대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함. 아우터 와일드도 초중반부는 기존 루프물을 길을 따라감. 그래서, 초반 여정의 목표는 초신성 폭팔에서 살아남는 '굿 엔딩'이었음. 그런데, 후반부에서 갑자기 '굿 엔딩'의 가능성을 거세함으로 기존 루프물의 가치를 부정함.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어떤 선택을 해도 죽는다는 한 가지 가능성만 남는거지. 그렇게 루프 가능한 미래가 루프 불가능한 미래로 변해버린거임.
그러니, 처음 모험은 가능성으로의 모험이고 끝 모험은 유일성으로의 모험임. 하지만, 두 모험에서 죽음이 무거운 정도는 비슷함. 결국, 아우터 와일드는 '굿 엔딩'을 부정하지 않은거. '굿 엔딩'이 없다면 루프물에서 모험의 가치는 부정될 것이고 가치 없는 모험에 죽음이 무거울리 없으니까. 아우터 와일드의 '굿 엔딩'은 모험 그 자체임. 처음 모험의 두려움의 근원은 죽음이지만, 끝 모험의 두려움의 근원은 가치있는 탐험을 못하는거. 처음은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지만, 끝은 미지에 대한 호기심만이 남아있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두 모험의 대비가 난 너무 좋더라.
이렇게 낭만적인 죽음이라니
ㄹㅇ 멋진 분석이다
공감간다 게임 초중반부에 뭔가 수틀렸다 싶으면 '씨팔 그냥 죽고 다시 시작해야지' 라고 생각하게됨 게임을 진행할수록 죽음의 공포는 사라지고 기능주의적인 시각으로 죽음을 이용하고 심지어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영역까지 오게되는데 그런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 가브로에게 명상법을 배우는 지점이라고 생각함 메뉴키를 눌러서 월드리셋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순간부터 이 게임에서 죽음의 의미는 거의 퇴색됨
그러나 좀 더 생각해보면 이러한 의미없는 죽음의 반복은 마지막 엔딩에서 볼 수 있는 죽음의 의미를 위한 빌드업이라는 맥락으로도 읽힐 수 있음 이 게임의 초중반부에서 죽음은 단순히 게임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수단적인 개념으로 선택되는 가벼운 장치일 뿐이지만 말미에서는 데이터로 환산된 정보를 동원해서 기를 쓰고 도달해야할 목적으로 전환됨 죽음 이라는 테마를 유기하지 않고 집요한 시선으로 다각적으로 묘사하기 때문에 단순히 가볍다, 무겁다 라고 단정지어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거 같음
핵심 잘 잡은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