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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Outer Wilds는 요즘 게임 불감증에 걸려 색다른 재미를 갈구한 필자에게 찾아와준 선물과 같은 게임으로 모험의 진정한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처음 이 게임을 시작 하였을 땐 노마이니 우주의 눈이니 양자얽힘이니 그 무엇도 알지 못한채 그저 우주를 탐험하라는 막연한 일이 되었을지도 몰랐지만, 이 광할한 우주에서 고향행성을 제외하면 없을 줄 알았던 사람들, 위에서 운석이 떨어지더라도, 태풍이 불더라도, 거대한 식인 괴물이 날 덮치더라도 신호 탐지기로 그들의 음악을 찾아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욕망, 그들과의 만남은 이 게임 플레이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로그라이크라는 장르의 특성상, '죽음'은 언제나 우리들의 곁에 있고 이 게임 또한 죽음을 상정한 맵과 상황이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22분 뒤면 터지는 태양이든, 얼음이 녹지않으면 들어 갈 수 없는 구조든 심연 속의 함선 안이든 게임에선 죽음을 종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플레이어의 경험이 곧 성장이고 이는 죽음의 공포를 덜어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전 마지막엔 정말로 무서웠습니다. 재 쌍둥이 프로젝트의 엔진 핵을 가져간다면 루프가 끝나는 시점에서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영원한 끝인가? 저 아귀에게 잡아먹히면? 하지만 시간이 없는데? 들려오는 태양 임계점의 음악과 손에 들린 우주의 운명. 주인공은 이제 마지막에 와서 죽음의 무게를 알게 되었습니다.




우주선은 인식될 때 가만히 있지만 인식하지 않으면 어디론가 날라간다 -우주선에서 눈 땐지 10초 후 다시 뒤돌아본 뒤의 결과-


눈으로 반사되는 빛 조차 영향력이 너무 강해서 관측 되었을 때 그 결과 값이 고정되고 관측되지 않았을 때 모든 자리에서 양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양자세계(라고 필자는 이 정도 이해함), 어떻게 코드를 짠건지 이걸 게임 속에 집어넣어 중후반부의 게임을 지루하지 않게 게임의 신비주의적 - 탐험게임에서의 필수적인 요소를 이어나가게 하는 건 오롯 이 게임의 공으로 돌리고 싶네요, 결국 게이머가 게임을 이어나나게 만드는 필수요소인 흥미감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하니깐요. (개인적으로 용두사미든 사두용미든 상관없이 빌드업과 결말 전부 잘내야 명작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양자의 달은 게임의 요소에서 가장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의 어느 시점에서든 갈 수 있고 갈 수 없는 미묘한 친구이기에 해야 할일을 까먹고 거인의 심연에서 위성으로 도는 양자의 달을 보면 한번 가볼까 생각이 계속 들게 만드는데 이 호기심은 결단코 쉽게 만들기 어려우니깐요.


개인적으로 이거 코드를 어떻게 만든건지 진짜 궁금합니다.




미국 애니메이션 '퓨처라마'에서의 우주의 끝, 별들이 폭죽처럼 터진다. 필자는 제작진들이 여기서 초신성 폭발을 오마주한걸지도. 삶의 목적이란 무엇일까?


우주의 끝에선 신생종족, 어린 탐험가가 눌러야 할 리셋 버튼은 정말이지 괴롭디 괴롭습니다. 모든 것을 처음 시작할 나이의 그(들)는 아직 제대로 된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우주의 끝을 마지할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우주 곳곳에서 터지는 초신성 폭발들을 자연스러운 현상인 마냥 기록하듯이, 우주는 이미 끝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고 22분 뒤의 우리들 마저도 끝이 준비되어있습니다.


Outer Wilds의 세계관은 정말이지 불합리합니다. 기껏 우주를 나올 준비를 하던 신생 종족은 너무 늦게 태어난 나머지 초신성 폭발로 마무리를 짓고, 찬란한 역사를 지녀온 노마이 종족들은 불현듯이 나타난 새로운 혜성의 습격으로 순식간에 전멸을 맞이 했습니다. 주인공은 이제와서 태어나 수십 수백의 죽음에 이르러 우주의 진실을 알고 잔혹하게도 모든 이들의 죽음과 맞바꿔 세상을 다시 태어나는 선택을 한, 어찌보면 허무주의적 해석이 가능해 보이기도 하네요.




얘들아 1040년 동안 수고 많았고 다음 우주에 웃으면서 만나자.


하지만, 어쩌면 우주의 눈의 특이성은 이 허무주의적인, 불합리스러운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에게 그래도 괜찮다고 말하는 장치로서 분명 존재합니다.

끝이 가까워지고 펼쳐진 주마등, 그동안 만나온 모든 인연들과의 만남, 대화, 합주, 그리고 작별까지. 아름다운 그들의 끝은 이 우주의 끝이 가치있다고 게이머들에게 제작자들이 전달 하는듯 싶기도 하네요.


노마이들이 구축한 모든 과학과, 화로인들이 만든 그들의 우주선, 이 모든 여행은 어쩌면 지식들로 가득차 있기도 합니다.

모든것은 냉철히 분석되었으며 모든 것은 이성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 차가운 우주에서.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우주에 대한 열망, 탐구심, 기쁨, 호기심 모든 목적은 그들의 감정, 감성이 있었기에 우리들의 이성은 열심히 굴려진 겁니다, 사람을 우주로 보내기 위하여 말이죠. 끝을 맞이하는것을 막기위하여 계산해낸 탐사정과, 모든 과학자들이 생각해낸 이론식으로 이루어진 핵과, 신호를 쫓아온 함선.

그 끝에는 아름다운 음악이 있었습니다.



가장 이성적인 과정에서 가장 감성적인 목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