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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볼 만큼 알아봤고, 탐험할 만큼 탐험했다고 생각은 드는데
마지막 단추 한두 개를 맞추지 못해 표류 중인 상태다.
당장은 도무지 갈피를 못 잡는 상태이므로 스스로 단서들을 정리하다 보면
뭐라도 떠오르지 않을까 하여 일지를 남긴다.
1. 재 쌍둥이 프로젝트
항해 일지에 남은 유일한 물음표이자 가장 큰 난관 그리고 아마도 엔딩과 직결되는 최중요 지점인 듯하다.
비교적 초반에 육안으로 확인했듯이 재 쌍둥이의 핵으로 진입하는 물리적인 출입구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후에 노마이의 문헌에 따르면 핵은 완전히 밀폐된 상태이며 구멍 하나라도 나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재 쌍둥이의 타워 중 어딘가에 있는 비밀 승강기 따위를 찾는 헛수고는 염두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무튼 재 쌍둥이의 핵으로 진입하는 문지방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희소식인 셈 치고. 현재로서 나에게는 재 쌍둥이 핵 내부에 관한 야박한 단 서 두 개가 수중에 있다.
1-1 재 쌍둥이 투영 돌멩이
들어가기는 가장 어렵지만 구경은 어디서나 가능하다.
무슨 vr 시연용 배포 프로그램마냥 온 천지에 널린 게 이거다. 아닌 게 아니라 태양계에 존재하는 재 쌍둥이 투영 돌멩이의 숫자랑 행성의 숫자랑 비슷하지 않을까.
아무튼 이 빅사이즈 sd 카드를 투영기에 놓으면 가운데에 나를 두고 동그랗게 둘러싼 채 나를 째려보는 7개의 노마이 가면이 나오는데 그중 세 개만 빛이 들어와 있고 나머지 네 개는 잠들어 있다.
노마의 석상 설명서에 따르면 석상과 동기화한 지성체의 의식은 그 가면으로 백업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재 쌍둥이 핵 내부의 가면 3개가 활성화된 점으로 미루어 보아 총 3인이 루프 간의 기억을 보존하는 중이라고 유추가 가능하다.
하나는 나, 하나는 가브로, 마지막 하나는 대체 누구일까?
화로인일까? 노마인일까? 아니면 다른 외계인일까? 그 사람은 우리 태양계 안에 있을까? 아니면 우주 저 너머로 갔을까? 어딘가에 꽁꽁 숨어있을까? 재 쌍둥이 핵에 진입하는 방법부터 초신성 폭발을 막는 방법까지, 어쩌면 우주의 눈부터 시작해서 듣고도 못 받아들일 기절초풍할 비밀들을 아는 누군가일까? 아니면 우리가 만난 사람 중 하나지만 구태여 루프를 언급하지 않았을 뿐일까? 동기화된 세 번째 석상은 어디에 있을까?
그렇게 재 쌍둥이 투영 돌멩이는 "당신이 알아내야 할 것이 이렇게나 많습니다" 말고는 아무것도 안 알려준 채로 혼란한 우리의 머리에 의문만 가중시키고 자기 할 일은 끝났다며 퇴장한다.
나는 이 상황을 양자-욕구불만 상태라고 명명하고 싶다. (뭐? 양자 역학하고는 무관하다고? 어쩌라고 니들 양자 좋아하잖아)
1-2 재 쌍둥이 핵에 설치된 고수준 워프 코어
아주 흥미로운 가설이다. 재 쌍둥이 핵 내부에 워프 코어가 있다는 말을 누가 했담.
노마이의 문헌에는 그 핵에 워프 코어를 설치하는 것의 허가가 떨어졌다는 것과 그 코어가 완성되었다는 사실뿐이고 재 쌍둥이 핵에 워프 코어가 있다고는 일언반구도 없었는데.
라고는 했는데 오히려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자.
노마이인들이 태양계에서 확보 가능한 가장 단단한 광물로 만든 방공호를(그것도 밖에 노출되면 큰일 난다고 신신당부하는 그곳을) 22분 안에 곡괭이로 때려서 부수는 것보다,
그곳에 워프 가능한 설비가 있다고 가정하고 거기로 이어지는 송신기를 찾아 우주를 무한히 헤매는 편이 더 가능직한 일이 아닌지.
아무튼 그래서 워프를 통해 도착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출발하는 곳은 어디일까.
나는 워프가 언제나 블랙홀로 시작해서 화이트홀로 끝난다는 걸 학습했다. 워프 스테이션에서 화이트홀에서 블랙홀로 역행하는 것도 가능은 했지만 그건 먼저 블랙홀로 편도 이동을 완료한 다음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재 쌍둥이 외부에 있는 작동 가능한 블랙홀 코어는 내가 아는 한 단 하나뿐이었다. 화이트홀 정거장.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임한 시도는 가볍게 좌절되었다. 하기야 그렇게 간단할 리가 있나.
화이트홀 정거장의 워프 코어에서 재쌍둥이가 비치는 순간을 기다려봤자 하염없이 하늘만 보게 되거나 인접한 조각난 공동으로 전송될 뿐이었다. 마치 버스에서 깜빡 졸았다가 종점까지 가버린 느낌으로.
아무튼 그 외에 떠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가 남았다.
하나는 재 쌍둥이 타워를 모조리 가동시켜서 뭔가가 일어나길 기대하는 거.
다른 하나는 고에너지 실험실의 워프 코어를 꽁쳐와서 그걸로... 무언가!를 하는 거다.
그 무언가가 뭔지 오리무중이라는 점만 빼면 아주 그럴싸하군.
아니면 어쩌면 처음 생각한 가설이 정답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단지 내가 너무 이른 시간에 시도해서, 단지 핵을 감싼 모래 때문에 워프가 불가능했던 걸 수도 있다.
루프의 막바지에 화이트홀 정거장을 이용하는 것도 염두 해야 할 것 같다.
결국엔 세 가지 모두 직접 해보기 전엔 결론을 내릴 수도 없고, 다른 방법을 강구할 여력도 없다. 천천히 해보는 수밖에.
2. 잉걸불 쌍둥이의 양자바위와 호수 바닥 동굴
이건 단추로 치자면 이건 셔츠 소매에 달린 두 번째 단추다. 왜 있잖아 손목보다 팔뚝 쪽에 가까이 있는 그거. 이건 굳이 채우지 않더라도 '입는다'는 기준이 충족되고 직접 팔을 뒤집어서 관측하기 전까지 채워져 있지 않다는 것조차 좀처럼 알 수 없는 그 단추.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자. 셔츠에 있는 모든 단추 가 채워져 있고 심지어는 대칭된 맞은편의 옷깃에 단추까지 다 채워져 있는데 딱 한 쪽 소매의 단추 하나만 빠진 상황을 생각해 봐라. 너무나도 무시무시한 상황이 아닌가.
그러니 별 수 없다. 미스테리를 파헤치는 수밖에. 게다가 마냥 하찮은 단추로 치부할 수만은 없지. 내가 애타게 찾던 재 쌍둥이 핵 진입 방법이나 루프의 세 번째 주인공으로 이어지는 단서가 있는지도 모르잖아.
하지만 또다시 나의 상상력의 한계에 부딪혔단 게 문제다.
우선 양자 바위는 양자 바위에 올라탄 채로 관측을 멈추면 바위와 함께 지정된 여러 장소로 오갈 수 있으며 양자 바위가 이동하는 장소는 총 네 개다.
첫 번째 위치. 함선 일지에서 목적지로 설정하면 바로 찾아갈 수 있는 동굴. 맵 마커를 제외하고서도 가장 찾기 쉬운 위치다.
두 번째 위치. 북반 반대편에 있는 다른 으슥한 동굴. 이곳의 특징으로는 입구 앞에 선인장이 자라는 구덩이가 있다는 거고 도보로 찾아가기가 아주 개같다는 거다.
세 번째 위치. 콜레우스란 노마이가 갇혔다가 빠져나왔다는 사방이 막힌 동굴. 양자 얽힘을 이용하면 물리적으로 접근이 불가능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 말고는(오호라 이것 봐라) 이렇다 할 발견은 없었다.
네 번째 위치. 문제의 장소다. 나는 갈 수 없는데 양자 바위에 정찰기를 붙여서 보내면 이곳에 도달한다.
혹시 그 동굴 내부에 있는 조명이 원인가 싶은 마음에 고에너지 실험실로 달려가 모의 워프 장치로 동력을 전환한 뒤 바위로 가 양자 얽힘을 시도했지만 역시 그 장소로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정찰기를 다시 보낸 결과 애초에 조명은 꺼지지 않았다. 고에너지 실험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삼각형 조명들이 여전히 빛을 발하던 시점에서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지만)
다음에는 해당 위치로 이동한 정찰기의 카메라로 주변을 지속적으로 관측하면 양자 이미징 규칙에 따라 자리가 고정되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대로 정찰기의 위치를 추적해서 따라가 보았지만 어디로도 통하는 길을 찾을 수 없었다. 카메라 너머로 보이는 풍경에는 모래폭포로 보이는 것이 하나 발견되긴 하는데 아마 이것은 출구 역할만 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호수 바닥 동굴을 통해 접근을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 그곳과도 동떨어진 위치였다.
그렇다면 왜 항해 일지의 호수 바닥 동굴 항목에는 네 번째 위치의 사진이 있는 걸까? 둘 사이엔 무언가 관계가 있기는 한 걸까? 아니면 뻔하게 이어진 길이 있는데 내가 보란 듯이 놓친 걸까.
그러고 보니 양자의 달은 눈을 깜빡이는 것만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렇다면 양자 바위 위에서 눈을 감으면 어떻게 될까? 다음에는 바위 위에서 명상을 시도해 봐야겠다.
2-1 호수 바닥 동굴
아주 유쾌한 이야기다. 여러분도 귀담아들으시라.
이곳을 찾아간 것은 정석적인 단서 조합에 의한 것이었다. "실종된 노마이", "매마른 호수 바닥", "북극점" 등등.
파편적인 정보로부터 무언가 새로운 것을 깨우치는 그 특유의 쾌감과 함께 나는 호수 바닥 동굴을 찾아냈고, 그곳에 들어간 나는 모래에 압사되어 죽었다.
그게 나의 첫 번째 호수 바닥 동굴 탐색이었다.
그렇담 실종된 노마이는 모래에 깔려서 비명횡사 했겠거니라는 자연스러운 추론에 도달했고, 두 번째 바닥 동굴 탐사부터는 가능한 한 빠르게 동굴에 도달하는 것을 전제로 삼았다.
그렇게 다시 찾은 호수 바닥 동굴을 모래 한 톨 없이 깔끔했고 나는 기대감을 안고 탐사에 임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했고, 실종 명소답게 길목 또한 상당히 고약했다.
하지만 어찌저찌 막힌 길목마다 정찰기를 이용해 주변을 밝히고 가까스로 동굴의 끄트머리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렇게 힘겹게 도달한 동굴 끝에서도 발견한 것이 없었다. 외부 풍경이 비치는 종유석 틈새로 정찰기를 발사해 보았지만 속절없이 막혔다. 나는 다시 모래 과식으로 죽기 전에 급히 동굴을 빠져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탐험에는 뭔가 갈피를 잡은 느낌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가능한 한 빠르게 동굴에 도달했고 동굴 끄트머리에 잽싸게 정찰기를 붙이고 나와서 곧바로 우주선에 탑승하여 정찰기의 위치를 역추적했다!
그리고 나는 그 위치가 잉걸불 쌍둥이의 비어 있는 적도 부분의 바로 앞이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다 동굴 끄트머리 종유석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바로 이 비어 있는 적도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거 말곤 쥐뿔도 없었다.
호수 바닥 탐사 그 네 번째. 어쩌면 양자 법칙과 연관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했다.
우선 첫 번째는 입구 근처에 정찰기를 배치한 뒤, 그 입구와 거기로 들어가는 나의 모습을 관측하는 것이었다.
딱히 아무 일도 없었다.
이어서 두 번째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바로 아무런 광원도 없는 채로 동굴을 거니는 것. 마침 동굴이 빛의 거의 닿지 않는 곳이니 꽤 알맞은 방법이 아닐까?
역시 아무 일도 없었다.
종종 내 발이 지면에서 크게 떨어지는 탓이 우주복의 추진기가 작동해서 주변을 어렴풋이 비추는 오류가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이건 아니었지 싶다.
다섯 번째. 최후의 최후를 노려라 작전!
동굴 끝까지 가서 모래가 차오르는 걸 기다렸다.
모래의 압력은 대단했다.
그 이후로도 위에 나열했던 방법론들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여러 헛된 시도를 반복해서 슬슬 호수 바닥 동굴 탐색 시도 횟수가 두 자릿수쯤 된 것 같다. 이젠 아이디어가 바닥났다.
어쩌다 보니 "콜레우스 유해 어디서 찾아요"라는 해외의 질문글과 그 아래 펼쳐진 답변의 요약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맹세컨대 정말이다. '콜레우스'라는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서 검색하다가 그게 눈에 들어온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나의 처참한 좌절감으로 말미암아 그만 나의 주 시야와 주변 시야가 뒤바뀌는 불상사가 나고 만 것이다.)
아무튼 어렴풋이 본 바로는 "호수 바닥 동굴로 곧장 내려가면 바로 보인다"는 식의 답변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
이 사람은 대체 뭐 어떻게 했길래 그걸 곧장 발견했다는 걸까. 나는 대체 뭘 어떻게 안 했길래 그걸 못 봤다는 걸까.
이게 대체 무슨 소릴까!
이제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동굴에 진입하고부터 다섯 걸음을 뗄 때마다 정찰기를 배치해서 주변을 샅샅이 뒤지는 것뿐이다. 행운을 빌어주길 빈다.
엔딩에 거의 다 온 것 같지만 이제 나는 잠깐 이 게임과 거리를 둬 볼까 한다. 오해하지 마시라 아우터 와일드는 정말 개쩌는 게임이다.
어느 정도냐면 남은 시간이 생기면 그때마다 이 게임을 하고, 이 게임을 하지 않을 때면 이 게임에 대한 생각만 한다. 이게 이유다. 너무 심취했잖아.
그리고 모종의 현타를 느낀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우연을 가장해서라도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이 불가능 해진 시점이고 매번 최선을 다해서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하는 루프를 반복하다 보니 기세가 조금 꺾여버렸다.
게다가 멀리서 봐야 비로소 보이는 게 있다고도 하니, 어디선가 생각지도 않게 해답이 떠오를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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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모든 행성별로 일지를 작성할까 했는데 아무래도 나의 지지부진한 필력으로는 여기가 한계인 것 같다. 겨우 이 정도의 글을 쓰기 시작한 뒤로 벌써 며칠이 지났으니 슬슬 모험에 복귀해 보려고 한다.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말이다.
언젠가 엔딩 쯤은 볼 수 있겠지. 설마 못 보겠어?
- dc official App
즐기는 거 같긴 한데 너무 심하게 돌아가는 거 같아서 슬쩍 말하면 동굴 밑바닥 가는 길은 뇌지컬 필요구간이 아님 태양없는 도시 가는 느낌에 더 가깝고 미로찾기 피지컬이라거 해야 될라나
답글 달아준 거 봤다. 정찰기도 못 지나가길래 일찌감치 선택지에서 제외했는데 시발 그거였다니
다시 가봤는데 굳이 안 그러고 걷기만 해도 되더라
2번은 호수바닥동굴 가면 해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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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왔다 다 왔어 화이팅
근데 진짜 뭔지 모르겠을 때는 인터넷 찾아보느니 그냥 잠시 쉬었다 하는 게 백 배는 나음
양자 - 탐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