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한 우주적 메타포


<아우터 와일즈>는 작은 태양계를 배경으로 하는 우주 어드벤처 게임으로, 주인공의 종족이 진화하기 이전에 태양계에서 문명을 이루었던 외계 종족 노마이의 흔적을 찾아 나서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일들과 서서히 밝혀지는 정보를 토대로 한 가지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게임의 목표이다.


그런 임무를 띤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것은 나무로 얼기설기 만든 엉성한 우주선과 거기에 딸린 우주복, 정보 저장용 컴퓨터에다가 노마이 언어 번역기, 정찰기 발사기가 전부이다. 보통의 게임이었다면 적을 물리칠 무기 하나 정도는 있었겠지만, 이 게임은 진행에 있어서 가장 큰 적이 제한된 정보와 사건의 필연성이기 때문에 추리 능력과 신속한 행동이 무기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단서의 수집과 추리는 온전히 플레이어의 몫으로, 정보를 획득했을 때 우주선의 컴퓨터에서 정보의 인과관계가 표시되는 것을 제외하면 직접적으로 목표를 제시해주는 경우도 거의 없어서 목적지 역시 직접 정해야 한다. 이 점에서는 다소 불친절하다고 느낄 여지가 있지만 직접 추리한 것이 들어맞았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적지 않으므로 공략을 보는 건 정말 막힐 때를 제외하면 자제하는 것이 게임을 온전히 즐기는 방법이다. 또한 공식 번역의 퀄리티가 정말 번역기로 직역만 해놓은 수준이어서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번역 개선 패치의 적용이 필수적이다.


우주선의 조작에는 관성과 가속도, 중력이 그대로 적용되어서 상대속도와 중력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추진하다 보면 우주선과 함께 행성 또는 태양의 일부가 됨으로써 직접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증명할 수 있는데, 게임을 즐기려면 <Kerbal Space Program> 같이 궤도역학까지 파고들어야 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물리 운동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가지고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운드트랙은 영국의 BAFTA 시상식에서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던 작곡가 앤드류 프랄로우가 작곡한 포스트록 장르의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게임 내의 연출과 이질감 없이 잘 맞물리고 때로는 스크립트에 의해 상황에 맞게 미약한 엠비언트 효과음이 재생되면서 게임의 분위기 조성과 플레이어의 감정선 조절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한다. 사운드트랙만 떼어 놓고 보더라도 뛰어난 퀄리티를 가졌으며, 게임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실제로 해외 모 음악 리뷰 사이트의 포스트록 장르 전체 순위에서 당당히 순위권을 차지했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은 부분이다.


스토리 부분에서는 양자역학과 같은 현실의 과학 법칙에 독특한 아이디어를 곁들여 재해석했으며, 굳이 고증을 세세하게 따질 필요가 없는 SF 어드벤처 게임의 관점에서 그 장점을 살리면서 작품에서 표방하는 과학적 세계관에는 부합하는 독창적인 퍼즐을 여럿 선보였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태양계는 진행의 편의를 위해서인지 현실의 태양계에 비하면 반지름이 1/1,000,000,000 수준으로 많이 아담하지만, 각각의 행성이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 규모로부터 느끼는 불만족은 없었고, 오히려 작아 보이는 태양계에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것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스토리의 전체적인 흐름은 매끄러우면서도 플레이어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준다. 직접 탐험하며 알아낸 요소들은 탄탄한 연결점을 가지고 하나의 탑을 쌓아 나가다가 마지막에는 그 탑의 정상에 올라서면 보이는 끝내주는 경치를 뇌리에 그대로 새겨버린다.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단순하게 표현하였지만, 무의미한 설정 놀음을 지양하면서 정보가 최대한 활용될 수 있도록 제작진들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또한 직관적으로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드러난 지향점, 넓게는 에드윈 허블이 밝혀낸 우주 팽창과 루트비히 볼츠만의 통계역학적 엔트로피가 나타내는 시사점에 대한 오마주를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우주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은 미소를 선사할 만한 요소가 곳곳에 내재되어 있다. DLC 역시 본편을 재밌게 즐겼다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기 마련이다. 둘은 흔히들 정반대의 개념으로 여겨지곤 하지만, 둘 모두 공포심 또는 기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불확실하기 때문에 시작과 끝에 두려움 또는 기대를 가질 수도 있고, 반대로 확실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며, 그것이 이 게임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은 까닭이기도 할 것이다.

우주적 사건이 진행되는 시간과 그 규모에 비하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한없이도 나약하고 바스라지기 쉬운 존재임이 분명하지만 우리는 의식을 가지고 우주와 소통하면서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 얻어낸 깨달음은 삶과 죽음에 대해 겸손하면서도 약간은 대담한 태도로써 표출되고, 아우터 와일즈는 그 깨달음을 게임이라는 틀을 빌려 효과적으로 플레이어에게 전달했다.


필연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현재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눈'은 어쩌면 고민하는 우리의 곁에 슬며시 나타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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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에서나 볼법한 글인데

넘 깔끔하게 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