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에게 끌리다가도 막상 그 사람이 저를 좋아하기 시작하면, 갑자기 그 사람이 확 싫어져요. 이것도 병인가요, 선생님? 심지어 그 사람이 접근해 오면 징그럽다는 생각까지 든다니까요. 그래서 함부로 대하다가 결국 차 버리고 말아요. 정말 제가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내 직업이 이렇다 보니 오가는 사람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분명 나도 그 사람을 좋아했는데 막상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싫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정말 그를 좋아한 것이 아니었을까? 사람 마음이란 게 왜 이리 간사한 것일까?

  정말 알다가도 모를 게 사람 마음이다. 그러나 이런 마음의 변화에는 여러 가지 심리 현상이 들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거절당하는 것에의 두려움이다.

  '혹시라도 내가 싫어져서 나중에 그가 나를 버리면 어떡하지?'

  버림받는 비참하고 두려운 상황을 손쉽게 예방하는 방법은 그가 나를 차 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그를 차는 것이다.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뒤에는 자신이 상대방에게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는 자기 비하와 열등감, 죄책감 등이 숨어 있다. 그것은 자신이 버림받아 마땅한 사람이라는 당위성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버리게 될 것이라는 자학적인 확신으로까지 이어진다.

  이 같은 두려움은 사람들과 지속적이고 깊은 애정 관계를 유지하는 데 커다란 장애가 된다. 그래서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짝사랑만 줄곧 한다거나, 아니면 상대를 끊임없이 테스트한다. 우선 그들은 "날 위해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지?"하면서 상대를 고문하기 시작한다. 요구는 점점 상대가 감당하기 힘들어 하는 정도로까지 발전하는데, 문제는 이를 상대가 다 받아 준다 해도 테스트가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들은 상대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면서 과연 그가 자신을 버릴지 안 버릴지를 끊임없이 저울질한다. 마치 "정말 이래도 날 사랑할래?"라고 묻는 듯한 얼굴로. 이쯤 되면 누구라도 지쳐서 떠날 수 밖에 없는데도 그들은 잘못된 확신을 재차 확인한다.

  '거 봐. 내 그럴 줄 알았어. 결국엔 모두 나를 버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