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줄 요약 : 중앙통제 경찰국가라 공공보건이 생각보다 높음


김일성의 북한은 중등교육이나 보건을 비롯한 분야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선전물들이 과장을 하긴 했어도 사실은 사실이다. 1990년대의 기근 직전까지 북한 주민의 기대수명은 최고 72세까지 상승했다. 훨씬 풍요로웠던 남한의 기대수명에 견줘도 미세하게 낮은 정도였다. 외국의 전문가들이 신뢰하는 2008년의 인구조사에 따르면 북한의 현재 기대수명은 69세 정도다. 이는 남한보다 10년 정도 낮은 것이지만 여전히 가난한 나라치고는 상당한 수준이다.

2008년 세계보건기구가 추산한 북한의 영아사망률은 1000명 중 45명이다. 이는 중국보다 조금 높지만 비슷한 경제 수준의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 매우 낮은 것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차드 공화국에서는 1000명 중 120명이었는데, 미 중앙정보국의 추산에 따르면 차드와 북한의 1인당 GDP가 거의 같다. 실은 실은 북한의 GDP에 대한 CIA의 추산이 과장되었다고 볼 만한 근거들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욱 극적인 대비를 이룰 것이다.

북한 경제가 가장 좋았던 시절에도 보건 분야는 전반적으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북한의 이런 성과는 뭔가 역설적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병원들이 버려진 건물들을 병동으로 쓰고 있으며 의료장비는 좋게 보아도 서구에서 1950년대에 쓰던 수준이다. 좋은 약 품도 매우 제한적으로만 구할수 있다. 거기다 북한사회에서 의사는 상류층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회적 지위나 소득 수준 면에서 북한의 의료 분야 종사자들은 일반적인 화이트칼라 사무직과 별반 드라지 않다.

놀랍겠지만, 아마도 이런 놀라운 성과의 일차적인 원인은 프라이버시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모든 걸 통제하는 북한 정부의 능력일 것이다. 경찰국가에 필수적인 감시와 통제는 공공보건을 유지하는 데에도 매우 유용할 수 있는 것이다. 김일성 시절의 북한에서는 모든 주민이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했다. 검진은 흉부 엑스레이 등의 간단하고 저렴한 것들이었으나 질병을 초기에 잡아낼 수 있도록 해주었다. 건강검진은 의무였고, 국가가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예방접종도 마찬가지였다. 구호 업무로 북한을 자주 방문하는 서구의 한 의사는 필자와의 대화에서 이에 대해 멋지게 표현했다. "의료 분야 종사자에게 있어서 경찰국가는 천국입니다. 구급차를 타고 북한의 한 마을에 갔는데 그 지역 관리가 호루라기를 불자 단 10분 만에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구급차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더군요.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아무런 변명도 통하지 않고, 누구도 우리를 피하려 들지 않았어요. 다른 개발 도상국에서는 이런 모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의사들의 임금이 낮다는 사실조차도 언제나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 덕택에 북한은 가난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사들을 보유할 수 있었다. 북한에는 인구 1만 명당 32.9명의 의사가 있는데 이는 1만명당 35명이 있는 프랑스와 비슷한 수준이며 26.7명인 미국보다는 휠씬 높다. 다만 상대적으로 간호인력이 부족해 의사들이 간호사 업무까지 맡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의 숫자는 놀라운 수준이다.

이렇듯 저렴한 예방책을 강조하고 기초적이지만 원시적이지는 않은 의료 서비스에 접근이 쉽다는 점이 북한의 공공보건 수준을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물론 가장 사정이 좋았던 시절에도 고급 의료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북한의 공공보건 제도는 트랙터 운전사의 골절이나 보병들의 폐렴 같은 것을 치료할 때는 훌륭하게 작동했다. 그러나 그보다 복잡한 질환을 다루기에는 장비가 너무 부족했다. 복잡한 외과수술은 평양의 봉화진료소와 같은 고위층 전용 병원에서만 가능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지위는 매우 낮았고, 고위층에 속하지 않는 이들은 운이 없어 뭔가 심각한 질병을 얻은 경우 제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저, "리얼 노스 코리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