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앵마갤 발견해서 글들 쭉 읽어봤는데 앵무새 입양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더라고 그리고 초보자가 키우기에 만만한 앵무 중 하나가 왕관이라 왕관이들한테 관심이 많은 것 같아.
대부분 글은 앵무새 입양에 대한 희망편인 거 같아서 반대로 단점 몇 개 적어봄.
나는 왕관 두마리 2009년에 데려와서 아직까지 잘 키우는 중인 사람이야. 우리 가족들은 왕관이들 키우면서 얻은 게 더 많다고 생각하고 사랑으로 키우는 중임.
그런데 아무리 사랑으로 키운다고 해도 괴로운 점이 몇 가지가 있다.
1. 파우더, 털, 똥
우리 집은 새들을 잘 때만 집에 넣어놓고 하루종일 풀어놓고 키움. 그렇다보니 애들이 흘리고 다니는 것 닦는 게 일인데. 우선 똥부터 얘기하자면 진짜 어딜가나 똥이 있다. 새똥이 보이면 바로 닦는데 그래도 생각지도 못한 곳에도 똥이 있고 그게 말라붙으면 물티슈로도 안되고 긁어내야함. 며칠 방치하면 온 집안이 새똥으로 도배됨..
다음은 털이랑 파우더 얘기임. 이게 왕관앵무 사육의 최대 난관이라고 생각해. 나도 처음 데리고 오기 전에는 애들 파우더랑 털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키우니까 진짜 지옥이 따로 없다.
새들 하루일과가 밥먹고 털고르고 주인 괴롭히고 자고 이게 전부인데 그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행동이 털고르기임. 평소에는 털 빠져봐야 눈에 보이는 큰 털 몇개 빠지고 파우더도 밀가루 살짝 묻은 정도로 묻어서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데, 애들 털갈이할 때는 진짜 지옥임.
이땐 밀가루 약간이 아니라 빵가루를 하루종일 쏟아내는 수준이고 털도 실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털부터 깃털까지 온갖 털이 다 빠짐ㅋㅋㅋㅋ. 애들 털갈이 시즌에 어깨에 올리고 있으면 30분도 안 지나서 코가 매워지고 기침이 나오는 수준... 또 공기청정기도 평소에는 파란불 유지하는데 새들 털갈이 시즌에는 하루종일 초록색불임... 집안에 호흡기 안 좋거나 더러운거 싫어하는 사람있으면 절대 키우지말자.
2. 소음
나는 지금까지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게 이웃집에서 새들 소리로 인한 민원이 한 번도 없었다는 거야. 사람들은 평소에 들리는 새소리랑 우리집 애들 소리를 구분 못하니까, 밖에 있는 새들 소리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
근데 이웃집에서 민원이 안 들어오는 거랑은 별개로 키우는 사람은 이 소리 때문에 가끔 미치겠다는 느낌을 받는다. 애들 평소에는 조용한데 한 번 난리가 나면 아파트 밖에서도 우리 새들 소리가 들릴 정도로 크게 울어댄다. 옛날에 가족 중 하나가 실수해서 새가 가출한 적이 있는데, 건너편 단지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서 우는 소리 듣고 우리 애기 찾았을 정도로 진짜 소리가 크다.
집에서 뭘하고 있다가도 애들 난리가 나면 소리 때문에 집중력 다 망가져서 애들 진정될 때까지 계속 어르고 달래줘야함... 이게 걍 들으면 "뭐 달래주면 되지 엄살이 심하네."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은근히 신경쓰이는 부분이고 심한 날엔 하루종일 새만 봐줘야 하는 경우도 발생함.
소리에 예민하고 스트레스 받는 사람이면 새 키우는 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게 좋을듯 하다.
3. 개복치(병원비, 낙조)
우리 집에 있는 새들은 2009년에 데려와서 지금까지 잘 키우고 있지만 사실 2009년에 죽은 애기가 하나 있다. 처음에 두 마리를 데리고 왔어. 한 마리는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는데, 한 마리는 오자마자 2주만에 좋은 곳으로 가버렸어. 그때 슬픈 감정보다는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게, 분명히 죽기 전날까지만 해도 아무런 이상도 없고 잘 놀았는데, 다음날 점심 쯤에 아버지 품에 안겨있다가 힘이 빠지더니 죽었어...
새는 아픈 기색도 없다가 갑자기 죽는다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있는데, 그때 그게 무슨 말인지 확실하게 깨달았다.
지금은 새를 오래 키우다 보니까 애들 평소에 애들 상태 파악하는 몇가지 팁이 생겼지만, 애들 키운지 얼마 안됐을 때는 그걸 몰라서 항상 불안하고 신경도 엄청 쓰였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주면 좋겠는데 그건 불가능하니까ㅠㅠ
새들 낙조하는 건 한 순간이라 애들 상태 좀 안 좋아지면 바로 병원 데리고 가는데, 병원비도 만만치 않다. 일단 가면 엑스레이+약만 해서 기본 10만원이고 간단한 시술이라도 받으면 수십만원 한 번에 깨지는 수준으로 병원비가 부담됨. 애들 어릴 때는 병원 갈 일이 별로 없었어서 병원비가 그렇게 부담되지는 않았는데, 몇 년 전부터 나이 때문인지 자잘하게 병원 가야할 일이 계속 생기더라. 지금은 넉넉하게 일 년에 애들 병원비로 50만원정도 생각하고 사는 중임.
성인이고 소득이 있어서 새들 병원비 정도는 알아서 해결할 수 있으면 모르겠는데, 소득이 없어서 가족들 도움 없이는 병원비 지출 못하는 경우에는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를 바람. 새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생명을 치료하는데 그정도 병원비 지출하는 게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누군가는 '그깟 새 치료하는데 수십만원이나 들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이외에도 나이트플라이트, 집착 등등 키우면 안되는 이유가 몇가지 더 있는데, 내가 적은 이유 3개에 비하면 사소한 수준인 거 같아서 이쯤에서 글 마칠게.
남들이 키우는 새들 보면 사랑스럽고 이쁘니까 입양을 고민하는 거겠지만,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키우는 거니까 생각보다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보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