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형이 집에 와서 무릎에 앵들 올려놓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첫째 가출한 얘기가 나왔어.

얘기를 하다 느낀 게 가출한 새 다시 찾은 건 진짜 기적 그자체인 거 같아.

13년 전인가? 전에 우리형이 바보같은 짓해서 새가 가출했었다. 곧바로 가족 전부 나가서 몇시간동안 집주변 뒤졌는데도 안 보여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

근데 갑자기 평소에 들리던 새소리가 아닌 우리집 앵 울음소리가 들리더라? 착각이 아니기를 바라며 그 소리를 따라갔는데 건너편 단지 아파트 배란다 난간에 왕관이가 앉아있었어.

그래서 경비실에 얘기하고 집주인 아주머니랑 통화한 담에 그 집 들어가서 왕관이 다시 데리고 왔다.

그때는 그냥 다행이다라는 생각만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할 확률, 눈에 잘보이는 곳에 있을 확률, 왕관이 울음소리가 내 귀에만 들릴 확률, 그집에 사람이 있을 확률, 내가 도착해서 배란다 문 열었을때 놀라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을 확률 등등

다 따져보니 걍 기적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진짜

우리 형은 그때 아버지께 엄청 혼난 후 다시는 이상한 짓 안하고 새들도 그 이후로 큰 사고 없이 잘 지내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