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쯤 집앞 골목에서 발목 정도 높이로
비둘기가 구르듯이 날아서 도망치고
고양이가 바짝 쫓고 있더라고

놀래서 소리지르면서 따라가보니까
비둘기는 주차된 자동차 밑으로 쏙 들어가고
고양이는 나보고 머뭇거리다가 도망갔는데
길 반대쪽에 서서 계속 쳐다보더라

비둘기는 차 밑 중앙에 웅크려있다가
차 주인이 마침 나와서 조심해서 차 빼가고
보니까 출혈은 많지 않은데 등 깃털이 다 뽑혀있고
겨드랑이 쪽도 피가 묻었더라고

차 나갔는데 비둘기는 꼼짝도 못하고
내가 자리 비우면 고양이가 바로 집어갈 것 같아서
가족한테 박스랑 수건 가져오라고 해서
일단 담아서 집 현관에 뒀다가
신문 찢어서 베딩 만들고 못 먹을 것 같지만
펠렛이랑 폴리에이드 탄 물 좀 넣어서
건물 복도에 놨었어(안내문 써붙이고)

폴리에이드 탄 물 주사기로 좀 주려고 했는데
쇼크가 심한지 부리 닫고 안먹길래 포기했고

승덕이 질병 전염 우려때문에 최대한
안닿게 잡느라 자세히 보진 못했는데
물리진 않은 것 같더라 깃털 뽑고 가지고 놀았나봐

그리고 손을 비누로 20번은 씻고
개인적인 볼일 때문에 나갔다와서
입고 있던 옷 다 빨래 돌리고 샤워하고

비둘기는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데려갔어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 진짜 눈 앞에서 ㅠㅠ
보고 그냥 가지도 못하겠고
집에 들이자니 전염성 질병이라도 있을까봐
차 빠지고 날아가길 바랬는데
웅크리고 떨고만 있는 거 보고 고민을 수십번..ㅠㅠ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