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 올 때 외국어 서치하면 뭔 말인가 헤매다가 바로 곯아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앵무새 논문이나 칼럼 둘러봄. 보다보면 앵무새는 사육하는 목적이나 지향점이 다 달라서 권위자를 규정짓기가 참 애매한 거 같음.
심지어 수의사들도 결국 지향점이 어디인가에 따라 스탠스가 다 다름. 앵무새에 대한 지향점이 어디인가에 따라 아래 네다섯 분류쯤으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함.


1. 앵무새의 멸종을 막되 최소한의 개입으로 자연히 번성하도록 만드는 것.
2. 앵무새의 멸종을 막기위해 적극적인 개입으로 번성시키는 것.
3. 더 희귀한 색과 모프를 더 건강하게 안정적으로 뽑아내고 번식시키는 것.
4. 반려동물로서 같이 살면서 최대한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
5. 그냥 미지의 연구 대상, 밝혀내야 할 객관적 대상으로서 앵무새.

갤놈들이야 4가 지배적인 거 같은데 커뮤니티는 분위기 따라 3이나 4로 갈릴거고 어느쪽이 더 우선인가에 따라 제법 입장 차이가 생길 것임.

  일단 학술 논문은 압도적으로 1과 5 위주임. 3이나 4는 아예 학술적인 스탠스가 아님. 왜냐면 멸종 위기종이니까. 상업적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금기임. 연구물 자체가 없음. 사료의 성분이나 올바른 먹이에 대한 학술 정보가 없고(3 스탠스에서 만든 표준 정보는 있음) 우리같은 4에 가까운 가정 사육자들이 가장 원하는 앵무새 행동이나 감정 등에 관한 학술적이고 객관적인 정보가 가장 드문 이유도 이래서임.

상업적으로 세계적인 앵무새 업계는 전통적으로 3에 기반해서 발달해옴. 보통 우리가 아는 유명 외국 앵무새 사료회사는 대부분 대규모 기업형 번식업자가 창업한 것임. 아니면 다국적 거대 '곡물' 자본들이 곁다리로 앵무새 사료까지 확장했거나.
요즘에야 반려동물 개념이 보편적이고 앵무새를 가족처럼 여기지만 20세기말까지만 해도 일부 대형을 제외한 앵무새는 철저히 취미의 영역에 가까웠음. 육종가들이 품종 모프 콘테스트를 열거나 관련 동호인 잡지를 만들거나 하는 식으로.
그리하여 3의 스탠스에서 흘러나오는 돈으로 현재 우리가 표준으로 알고 소비하는 대부분의 일반 가정용 사육용품 산업이 만들어짐. 사료, 앵무새 새장과 용품, 우리가 읽는 앵무새 관련 서적 대부분이 3의 스탠스에서 나온 결과물이고 가끔 동물원 같은 2도 있음. 3의 주장이 더 표준이고 전문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임.
현재도 대세는 결국 3임. 개별로 보면 쪽수가 적어도(적을까?) 움직이는 돈이 훨씬 더 크니까. 3이 표준적이고 언뜻 전문가처럼 보이지만 사실 학계에서 말하는 전문가는 어차피 1과 5고, 3은 상업적 표준임. 반려의 관점이 아님.

사람마다 관점이 다를 수 있는데 나는 3과 4의 입장이 결코 같지 않고 양립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고 봄. 번식 자체만 하더라도 모든 생물은 번식에 엄청난 에너지와 생명력을 소모하는 데 종 단위의 번성엔 분명히 유익하지만 개별 개체에게는 해가 될 수도 있을 것임. 이건 정말 개인마다 생각이 다른 부분이라 알통을 아예 없애는 사람, 알을 바로 빼주는 사람부터 첫 알까지는 이유시키려는 사람, 새들이 원하는 대로 알 낳고 품게 해주는 사람. 모두가 다르고 내가 옳단 이야기도 못함. 무엇이 옳다 그르다 객관적으로 말해줄 권위자가 없으니(없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객관적인 학술적 지침은 일반 가정 사육자를 대상으로 삼지 않음).
3의 입장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무언가에 가깝다고 생각함. 국민 앵무새 새장이라는 700장도 최소한의 규격이고 펠렛 급여도 그게 최선이 아니라 최소한의 조치라고 봄.

그래서 굳이 이런 장황한 뇌피셜 글을 싸는 이유도 이미 널리 퍼진 3의 입장을 표준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한번 더 내가 4인지 3인지 생각해보자는 의미로...


1줄 요약: 내가 보는 정보의 공급원이 어딘지 한번 더 고민하고 받아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