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당뇨 운운 보고 과일 안 먹여서 새 잡을까봐 쓴다. 단순히 과일이 당이 많으니 먹으면 안돼요 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당이 많아도 새의 대사 구조상 먹어도 괜찮다고 한 마디로 설득하기는 쉽지 않으니 글이 아주 길어질 것임.

어쨌든 나는 이렇게 알고 있다. 일단 3줄 요약.
1. 조류는 포유류랑 달리 인슐린 대사를 거의 하지 않음(=인슐린 감수성이 없음).
2. 그래서 사람에 비해 3배 이상의 당 내성이 있음. 제발 과일 먹여라.


3. 대신에 간에 가는 부하가 더 커지고 종양에 취약하니 곡물은 조심.


동물이 살아가는 에너지를 만드는 원리는 크게 두 가지임.
1. 포도당 대사
태초에 세포는 포도당과 산소만 있으면 에너지를 만들고 부산물로 신체에 해롭지 않은 물과 이산화탄소가 나오는 아주 퍼펙트하고 컴팩트한 대사 시스템이 기본임. 인슐린이고 이런 거 필요없이 일단 소화시켜서 포도당으로 만들기만 하면 세포가 바로 갖다 씀. 포도당과 산소로 만사 오케이임. 포도당 대사를 하는 세포 단위의 노화가 없는 건 이래서임.

2. 젖산 대사
그러나 근육을 포함한 신체 조직은 젖산(+인슐린)대사를 하도록 진화함. 산소를 아예 쓰지 않고 포도당을 분해하기만 해도 에너지가 생기는 매지컬한 시스템임. 대신에 노폐물이 많이 생김. 그래서 오래 가동하면 근육에 피로물질이 쌓여 피로하고 아프고(근육통) 그런것임. 이때 생기는 피로물질과 활성산소가 근육의 노화를 유발함. 불완전한 대사는 지방을 만들어 이게 간과 근육에 쌓임. 당연히 인간 근육은 젖산대사를 함.

이 시스템에서 인슐린의 역할은 산소가 충분해도 강제로 세포가 젖산대사를 하도록 유도해서 당을 소비하고 산소 소모를 줄이는 것임. 또한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만들어 지방이나 단백질로 저장하고 대사 에너지가 덜 들도록 미토콘드리아 대사를 억제하는 것임.
소위 당뇨병 증상은 인슐린이 과다하거나 부족해서 높아진 혈당에 대처하지 못하는 것임. 인슐린이 부족한 제1형 당뇨에 걸리면 이 역할에 문제가 생겨 몸의 소모가 커지고 지방으로 저장을 못해 먹어도 먹어도 사람이 마르는거고. 인슐린이 과다한 제2형 당뇨는 반대로 먹은 게 없어도 에너지는 없고 계속 살이 찌는 거(새는 제1형 당뇨밖에 없음. 이유는 나중에.)

그런데 페름기 말에 지구 대기에서 산소량이 극단적으로 줄어들면서 지구상 동물의 90%가 떼죽음 당하고 지구 환경이 리셋됨(=페름기 대멸종). 동물들은 저산소 환경에서 살아남을려고 온갖 용을 짜냄. 산소가 부족할 때 가능한 옵션은 2가지임. 하나는 산소를 가능한 적게 써도 되는 몸으로 바꾸기. 두 번째는 없는 산소를 극한까지 풀 활용 가능한 효율 좋은 몸으로 바꾸기.
이때 포유류의 조상은 첫 번째 방법을 택함. 젖산대사를 유지하는 대신 인슐린에 의존해서 최대한 산소 소비를 줄이고 대사량을 낮추어 천천히 느리게 살아가는 것. 이 전략은 썩 효과적이지는 않아서 이어지는 중생대에 포유류는 그다지 번성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살아남긴 함.
이와 반대로 새의 까마득한 조상은 두 번째 방법을 택하면서 몸 구조와 대사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달라짐. 일단 산소가 덜 필요하도록 몸 사이즈부터 줄임. 근육의 부피 같은 물리적 사이즈뿐만 아니라 세포 단위, 게놈 단위에서 덜 중요한 기능은 싹 제거해버림. 그 결과 현재도 까마귀의 게놈 사이즈는 인간의 1/3로 줄어듦. 새가 작은 몸집에 비해 포유류보다 똑똑하고 기능이 발달한 원인도 게놈 사이즈에 있음.

이때 대량 삭제된 게놈들 중에 가장 중요한 게 바로 근육에서 인슐린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인슐린 수용체임. 즉 새는 인슐린 수용체를 만들지 못하게 됨. 과일이랑 이게 무슨 상관인가 싶을건데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설명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볼게.
어쨌든 새의 근육은 인슐린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됨. 일단 골격근과 지방조직에서 인슐린이 안 먹히면서 새의 대사 기전은 우리가 생각하는 포유류 상식과 완전히 달라짐.
새는 주어진 산소를 최대한으로 끝까지 활용하는 진화 트리를 탔기 때문에 언제든지 산소와 결합하여 대사할 수 있도록 기본적으로 다른 동물보다 혈당이 높아야 하는 상태임. 몇 배 높은지 수치자료 봤는데 다시 찾기 귀찮음. 일단 몸의 에너지원이 되는 혈당이 높으니  날아오를 거대한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내기에도 유리함. 여튼 사람은 혈당이 높으면 이런저런 부작용부터 걱정하지만 새는 근육에 인슐린이 필요없는 대사 시스템이라 포유류에 비해 훨씬 당이 더 많이 필요하고 부작용보다 이득이 더 큼. 그리고 아무리 당을 퍼먹어도 살이 찌지 않음(정확히는 지방이 근육에 축적되지 않음). 마블링이 풍부한 닭가슴살 들어봄?
  대신 조류의 간에는 인슐린 수용체가 있음. 지나친 영양(특히 곡물) 축적되어 새의 건강에 치명적임. 거위한테 곡물 사료 퍼먹여서 푸아그라 만드는 거 알 것임. 거위 근육에 살 안 찌고 간이 살찌는 거. 조류의 소화 단계에서 과일의 과당 포도당은 소장에서 흡수되어 바로 세포나 혈액으로 보내져서 소모되지만 곡물의 녹말은 한 번 간으로 가서 포도당으로 분해를 거쳐야 쓸 수 있음. 이때 곡물이 과하면 지방간으로 변함. 일단 말하고 싶은 건 새는 당이 많이 필요한 대사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정상 혈당 자체도 사람보다 높으며, 단순 과당, 포도당은 대사도 포유류보다 훨씬 빠름=애초에 많이 필요함.

당뇨병이란 단어 자체로는 과다한 당이 오줌으로 나오는 병인데 새의 당뇨가 과연 위험할까? 어떤 증상이 나타나고 어떤 위험이 있는지는 나중에...

그리고 새에게 과연 섬유질이 필요한가도 이슈임. 사실 과일보다 채소 섬유질 먹이자는 주장이 가끔 눈에 띄는데 앵무새는 앞서 말한 진화상의 이슈로 섬유질을 거의 소화 못 시킴. 섬유질은 체내 소화효소로는 분해가 어려워 대장을 거치면서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 분해해야 하는데 앵무새는 맹장이 없어지고 대장이 짧아져서 섬유질을 처리 못 함. 같은 앵무새라도 종마다 선위 근위 근육 두께와 소화효소 분비량이 전부 달라서 애초에 소화가능한 먹이 종류가 종마다 다 다름.
그럼에도 채소를 생식을 권장하는 건 식물에서 기인한 2차대사 산물(피토케미컬)의 역할이 중요한데 아직 이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안 돼서 영영제 먹이듯 무슨 성분 무슨 성분 합성해서 못 먹여서 그런 거. 이 섬세한 화학물질들은 가열이나 건조 시 성분과 효능이 달라지니 상업적으로 추출해서 쓰기도 애매함. 그런데 이걸 사료 회사에서는 적당히 닭 기준으로 연구해서 닭 무게에 얼마나 필요하니 앵무새는 100그램당 비율이 이 정도겠다라고 추정해서 일률적으로 중소형 대형 이런 식으로 나누는 거. 썩 좋은 방법은 아니지. 앵무새의 서식지가 한정되는 이유는 그 서식지에서만 얻어지는 먹이 조합에 너무 최적화되어 다른 곳에선 못 살 가능성이 크다는 가설도 있던데. 퀘이커 모란 목도리가 야생에서 잘 적응해서 살아남는 건 역설적으로 얘들 빼고는 야생 서식지의 먹이가 키가 된다는 그런 내용...몰라 여튼 먹이 이야기는 너무 어려운 거 같음.


일해야 하는데 쓰고보니 시간 너무 잡아먹어서 마지막엔 자료인용보다 가설과 뇌피셜이 늘었다. 모자란 부분은 나중에 짬날 때 보충해서 쓰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