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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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뎃승! 뎃승! 데스웃!」
그 친실장은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 소리 없이 일어난 친실장은 곧장 목적지로 향했다. 인간
의 걸음걸이로 15분을 가야 하는 편의점. 이름 모를 벌레들이 몰려드는 가로등 아래 수북하게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 공원에서 얼마 떨이지지 않은 편의점에서 내다 버린 것으로 친실장은
그 쓰레기봉투를 열어 착착 성과를 뽑아내 열심히 편의점 봉투에 옮겨닮았다. 동족들은 전혀
모르는 자신만의 먹이 장소. 특히나 오늘은 금요일. 요일 개념이 없었지만 5일마다 분리수거
를 위해 그간 모아왔던 쓰레기봉투들을 모조리 밖에다 내놓았기 때문에 챙겨갈 물건이 평소보
다 많았다. 때문에 이날만큼은 평소와는 달리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새벽 04시가 되면 청소
부들이 와서 모조리 수거해가기 때문에 그전에 작업을 마치고 돌아가야만 했다. 친실장은 시
간개념이 잡혀 있는 개체였기 때문에 새벽 2시쯤에 공원을 빠져나와 이곳에 왔다.
「뎃? 이번에는 운이 좋은데스!」
쓰레기봉투 속엔 1년 내내 쓰다 결국엔 버린 헌 걸레가 있었다. 온통 때가 묻어 꼬질꼬질했지
만 그래도 들실장에겐 소중한 자원이다. 이미 집에 수건이 있기 때문에 이 걸레는 낙엽과 함
께 바닥에 까는 용도로 쓰기로 결정. 페트병. 이미 집에 있지만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 외
에도 바닥에 깔아 보온재로 쓸 수 있는 스티로폼도 있었다. 참으로 유용한것들인데스. 친실장
은 기뻐했다. 빈 캔 이 들어있는 봉투를 열어 그중 하나를 집어 들어 흔들어본다. 조금 남아
있는데스! 달콤한 밀크티. 때로는 맛있는 오렌지 주스. 이름은 모르지만 맛있는데스! 친실장은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조리 입안에 털어 넣었다.
부스럭. 부스럭.
그리곤 뒷정리를 빼놓지 않았다. 한껏 어지럽힌 채로 돌아가면 다음부턴 그물이 쳐져 있다는
것을 근처 쓰레기장에서 깨달았기 때문에. 수북이 쌓인 봉투 하나하나를 일일이 뜯어 내용물
을 확인하고 빼낼 것 다 빼내면 다시 정리. 그리고 다른 봉투를 집어서 반복했다.
「큰 비닐인데스!」
물건을 담을 수 없지만 골판지 하우스 위에 덮어 비가 내릴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당연히
챙겼다.
「참으로 좋은 곳인데스….」
친실장은 그렇게 생각하며 반짝반짝하게 빛나고 있는 편의점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살아생전
뭐 하나 제대로 구해오지도 못하는. 골판지 하우스조차 없는 무능한 들실장에게 태어나 매일
같이 잠 잘 곳을 찾아 목숨을 걸고 떠돌아다니던 삶.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성체가 되었을 때
이곳에서 모든 것을 얻었다. 골판지. 페트병. 그리고 소중한 밥. 친실장은 살면서 필요한 모든
것을 이곳에서 찾아냈다. 전적으로 편의점에 의존하고 있는 삶.
「오늘은 평소보다 더 많은데스…!」
쓰레기 더미 옆에는 막 유통기한이 지난 폐기 김밥과 빵 몇개가 놓여 있었다. 평일 야간에 근
무하는 알바생은 매일같이 찾아오는 친실장이 들고 갈 수 있도록 조용히 그날 나온 폐기 중
일부를 밖에다 던져놓았다. 그렇지만 딱히 애호파도 아니었다. 단지 친실장이 자신의 귀찮음
을 덜어주는 존재였기에 그에 대한 나름의 보상이었다. 너무나도 미개해서 술이든 뭐든 뚜껑
따서 처먹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가게 앞에 툭 던지고 가는 못 배워처먹은 족속들이 너무나
도 많은 이 나라에서 이곳의 알바들은 수시로 가게 앞에 떨어진 쓰레기들을 치워야만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나타난 친실장이 그런 쓰레기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죄다 챙겨갔기 때문에
알바가 일부러 나와서 쓰레기를 주울 필요가 없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담뱃갑이나 종이는 주
워다 보온재로 깔고 빈병 역시 어떤 용도로 쓰는진 몰랐지만 챙겨갈 수 있을 만큼 챙겨갔기
때문에.
「럭키인데스~♪」
오늘은 폐기가 제법 나왔기 때문에 한 줄짜리 김밥이 5개나 있었다. 달콤한 딸기잼이 잔뜩 들
어있는 빵도 3개씩이나. 짐이 많아 고생 좀 하겠지만, 애호파가 뿌리는 실장푸드를 빼면 음식
물 쓰레기만 먹고사는 다른 들실장들과 달리 편의점에서 나오는 폐기 김밥과 빵을 먹어와서
그런지 다른 들실장들에게 비해 건강 상태가 좋았다. 때문에 동족들로부터 자와 재산을 지켜
냈고 이런 생활을 이어 온 것이다.
「그릇! 그릇인데스!」
중국집에서 배달할 때 쓰는 그릇. 밀면을 담을 때 쓰는 은색 그릇이 짜장면 그릇과 함께 편의
점 바로 옆에 붙어있는 건물 앞에 놓여있었다. 아침이 되면 배달원이 수거하러 오겠지만 이젠
수거하지 못한다. 친실장이 그 그릇들을 모조리 챙겼으니까. 그릇에 남아있는 짜장에 코를 대
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본다. 독은 아닌데스. 그렇게 생각한 친실장이었다.
「데에…달콤한데스.」
그릇에 묻은 짜장을 혀로 쓱 핥으며 입맛을 다시는 친실장이었다. 특히 이 은색 그릇은 수돗
가에 들고 가서 깨끗하게 씻어내면 자들을 씻길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뎃승 뎃승~♪ 하며
그릇도 챙긴 친실장. 당장이라도 터질 거 같은 비닐봉투들을 챙겨든 친실장은 낑낑거렸지만
행복한 표정으로 공원으로 돌아갔다. 가자마자 정리하고 이 그릇을 씻는뎃스~♪ 새벽에 일어
나서 도로를 건너 이곳까지 걸어오는 것만 해도 위험한 일이었다.(물론 새벽이라 다니는 차는
거의 없었지만) 오는 도중에 고양이를 만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위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찾아오는 부지런한 친실장이었다. 행복한 귀갓길. 돌아가다 말고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는 편의점 간판을 보면서 내일도 다시 오는데스.
라고 다짐하는 친실장이었다.
★☆★
「맛있는테치~♪」
「마마 감사히 잘먹는테츄~.」
부지런한 친실장이 경쟁 없는 곳에서 여러 가지 생활필수품들을 긁어모았던 터라 들실장 치곤
굉장히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는 자실장들이었다. 오늘도 푸짐하게 얻어온 김밥과 빵은 오늘
하루 삼시 세 끼를끼를 책임질 소중한 양식. 일정하게 나눠 자들 앞에 내놓자 자실장들은 허
겁지겁 먹어대기 시작했다. 근무자가 바뀌는 주말 이틀을 제외하곤 이들의 식사는 다른 들실
장들과는 다른 맛이 있는 식사가 이어졌다. 쓰레기를 찾아와 허겁지겁 먹어대는 들실장들을
비웃으면서 말이다.
「오늘 아~주 아주 이쁜 걸 발견한데스.」
식사가 끝나고 가져온 물품들을 꺼내 정리를 하는 와중에 친실장이 꺼내든 건 유아들이 좋아
하는 알록달록한 스티커. 자실장들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어 친실장에게 받은 스티커를 받
고 테치 테치 거렸다.
「싸우지마는데스. 이런 이쁜 그림은 여기에 놓고 감상하는데스~.」
「하잇테츄~.」
친실장의 말을 잘듣는 자실장들. 친실장은 쓰레기 중에 섞여있던 작은 리본을 꺼내 자실장들
에게 매듭지어줬다. 이쁜테치~ 와타시 훨씬 더 귀여워진테치? 친실장은 그런 자들을 보며 흡
족한 미소를 지었다.
「참~으로 이쁜 자들인데스. 세상 그 누구보다도 귀여운 자들이니 이 자들이면 반드시 해낼 것
인데스….」
비록 매번 끼니 때마다 배가 터질 때까지 먹는 그런 삶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낡은 옷을 입고
다니면서 언제나 굶주림 배를 움켜쥐고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다 최후를 맞는 보통의 들실장들
과 달리 나름대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일가였다. 그런 자실장들을 보면서 친실장은 생각하
고 있었다.
「닌겐에게 키워지게 해서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사는데스.」
중국집 배달 그릇을 가지고 오면서 친실장은 내내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이틀간은 김밥을 먹
을 수 없었다. 주말에 근무하는 알바는 친실장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토, 일은
새벽에 나가지 않고 푹 자면서 그간 모아뒀던 실장푸드를 꺼내 먹는 날. 푸드가 없으면 평소
에 주워온 빈병이나 여분의 패트병을 가지고 나가 다른 들실장에게 콘페이토나 푸드. 집에 먹
을 것이 많을 땐 자실장들의 옷으로 바꿔와서 자들에게 입혔다.
「와타시도 제대로 된 밥을 먹고싶은데스….」
수돗가에서 싯은 짜장면과 냉면 그릇을 구석에 놓아두면서 오다가 맛본 짜장면 소스를 떠올린
친실장이 중얼거렸다.
「이런 찌꺼기가 아닌, 막 완성된 수북이 쌓여있는 밥이 먹고싶은데스. 제대로 된 밥으로 배부
르고 안전한 삶을 살고 싶은데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아 있으면 눕고 싶은 것이 바로 욕망. 아무리 다른 들실장들에 비해
부유한 삶을 살고 있어도 결국엔 들실장. 학대파가 작정하고 찾아와 엎어버리면 그간 애써 모
아왔던 물품들이며 비축해둔 식량은 기본이고 자신들의 목숨마저 순식간에 날아간다. 친실장
은 부유한 삶과 안전을 원하고 있었다. 자신들을 지켜줄 인간의 보호. 그리고 밥다운 밥을 말
이다.
「테프프프픞. 마마 저기 보는테치. 똥벌레들이 바글바글한테치.」
반쯤 열려 있는 골판지 하우스 밖에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어슬렁거리는 들실장들이 바글바글
했다. 조만간 애호파가 찾아올 시간이지만 저 많은 들실장들을 먹이기엔 턱없이 부족한 량.
거기다 싸구려라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기에 선호하는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저장하기가
편했기 때문에 친실장은 애호파가 올 때마다 달려나가 실장푸드를 한움쿰 얻어서 하우스 밑에
파둔 구덩이에 집어넣었다. 그것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모아둔 것이고 주말을 보낼 때 먹기
도 했다. 저장고엔 실장푸드가 수북하다. 충분하게 쌓여 있으니 딱히 나갈 필요가 없다고 판
단한 친실장.
「저런건 보는게 아닌데스.」
새벽부터 편의점까지 걸어가 노동을 하고 돌아와 오자마자 그릇을 씻었고, 자들에게 밥을 먹
이느라 지쳐버린 몸. 피곤이 밀려오지만 잠을 잘 수는 없다. 먹이를 구하지 못해 동족을 습격
하거나 빈 집을 털어가는 분충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놓여있는
대못을 잠시 바라본 친실장은 자고 싶다는 욕망을 억누르며 자들을 앉혀놓고 예절교육을 시작
했다. 인간에게 길러지도록 하기 위해서.
「이제 내일이랑 또 그다음 내일은 푸드를 먹어야하는데스. 맛은 없지만 참고 마마의 말을 잘
듣는데스. 그러면 마마가 또 맛있는 밥을 구해다주는데스.」
「하잇테치~.」
「와타치들 잘 참는테치~.」
★☆★
「데에엑?! 없는데스?! 어디간데스?!」
맛없는 푸드를 먹으면서 버틴 이틀. 이제 다시 새벽에 편의점 가서 맛있는 폐기 김밥과 빵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신나게 달려간 친실장은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놀라 소리 질렀다. 항
상 김밥과 빵이 있던 곳엔 담배꽁초만 널브러져 있을 뿐이었다. 지난 5개월 동안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성실하게 근무하던 평일 알바가 그만두고 새로운 알바가 왔다는 사실을 친실장이
알고 있을 턱이 없었다.
「데…데에에엑….」
아무리 눈을 비비고 찾아봐도 보이는 것이라곤 언제나처럼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빈병과 전단
지. 그리고 담배꽁초. 언제나처럼 있을 건 다 있었다. 가장 중요한 식량만 빼고.
「푸드 먹기는 싫은데수….」
인간이 먹는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그 외에 것은 거들떠도 보지 않게 된 친실장이었다. 푸드
도 이틀만 먹으면 된다는 생각에 겨우겨우 참고 먹은 것. 하지만 없는 걸 어떡하겠나. 만들어
낼 수도 없는데. 한참을 밖에서 서성이다 결국 쓸쓸히 발걸음을 돌리는 친실장이었다.
「테에?! 마마, 그 맛있는 밥은 어디있는테치?」
「없는데스….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데스….」
결국 그날 밥은 또다시 푸드. 맛없는 푸드를 갉아먹는 일가의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맛있는
밥을 기대하고 있었던 믿음이 배신당했기 때문일까? 친실장은 갉아먹던 푸드를 구석으로 던져
버렸다.
「내일은 꼭 있는데스. 오늘만 더 참는데스.」
다음날.
「왜 또 없는뎃샤아아아아아아아악!!!」
다음날 새벽. 또다시 찾아왔지만 역시나 폐기는 없었다. 오늘은 꼭 있을 거라고 믿으며 달려
온 수고가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에 대한 분노가 거리에 울려 퍼졌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이런 일은 없었던데스! 항상 있었던데스! 그런데! 왜 없는데스?! 또 빈손으로 돌아가면 맛없는
푸드를 먹게 된다는 생각에 친실장은 눈을 부릅뜨고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김밥은 없었다.
그 다음날.
「마마…맛 없는테치….」
「달콤한 빵 먹고싶은테치….」
푸드로 계속된 식사를 견디지 못한 자실장들의 투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묵묵히 푸드를 씹
고 있던 친실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조용히 하라고 소리 질렀다. 가장 스트레스받고 있는
것은 바로 친실장이었다. 매일 같이 가긴 가는데 먹을 것은 없어 헛걸음했다는 실망감과 허탈
함에 극도로 예민해진 친실장이었다.
또 그 다음날.
「오마에 패트병 필요하지 않는데스?」
「데…그치만…오랜만에 받은 콘페이토인데스….」
「그건 먹으면 끝이지만 페트병은 계속 남는데스. 오마에 언제까지 물 가지고 고생할것인데
스?」
실장푸드만 먹는 생활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그간 모아왔던 여분의 페트병 대방출. 유리병
까지 싹 다 들고 나와 모조리 콘페이토나 초콜릿. 사탕 등으로 바꿔 먹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역시나 없는데스…데엑?!」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말에도 달려갔다 허탕치고 돌아오는 친실장. 그래도 빈병은 챙겨왔지만
콘페이토가 항상 있는 것도 아니라 물물교환을 하고 싶어도 바꿀게 없었다.
찾다 찾다 포기한 친실장이 설마? 하는 마음에 처음으로 편의점 문 앞으로 달려갔다. 자동문
이 아니라 사람이 밀고 당기는 유리문이었기 때문에 친실장은 유리문에 얼굴을 바싹 붙인 채
로 내부를 둘러보았다. 먹음직스러운 과자와 각종 먹거리들이 진열되어 있는 진풍경. 데에…
전부다 맛있어 보이는 것인데스…. 데에에에엑?!!! 친실장의 시선은 카운터에서 멈춰섰다.
"후-.하."
컵라면에 폐기로 나온 삼각김밥을 먹고 있는 알바생의 모습에 눈이 돌아버린 친실장이었다.
「저…저…저…똥닌겐이…원인이었던데스?!」
끓어오르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 친실장은 유리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뎃샤아아악!!! 똥닌겐
무슨 짓인데스! 그건 와타시의 것인데스!! 와타시와 자들의 소중한 양식인데스!! 똥닌겐 주제
에 어디서 감히 그 더러운 입에 쳐집어 넣고 있는뎃샤아아아악!! 쿵쿵쿵쿵!
"음?"
친실장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문 앞으로 다가간 알바였다.
"뭐야 이거. 아…그 녀석인가?"
그제야 이전에 근무하던 알바에게서 인수인계받을 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새벽마다 와서
가게 앞 쓰레기 다 주워가는 실장석 한 마리가 있다고. 그러니 폐기 남는 거 있거든 밖에 던
져놓으라고 했다. 그러면 알아서 가져간다고 했던가?
"는 내 알 바 아니지."
남들보다 먹는 양이 많았기 때문에 나눠줄 폐기는 없다. 더군다나 이 알바는 실장석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문을 밀고 들어오려는 친실장의 모습에 알바는 손쉽게 문을 열고
는 발로 친실장을 밀어냈다. 데악! 힘에서 승부가 안된다는 서러움. 친실장은 순식간에 보도블
록 위로 굴렀다.
"가라~내가 다 먹었다~."
알바는 그렇게 싱글벙글 웃으며 입에 담배를 물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분노에 가득 찬
채로 위협하는 친실장을 상큼하게 무시하면서 말이다.
바꿔먹을 수 있는 페트병이랑 유리병은 바닥난지 오래. 그간 모아왔던 푸드도 서서히 바닥나
고 있었다. 사각 사각 사각. 분명히 먹어서 배를 채우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표정들이 어둡
다. 자실장들의 성장은 계속 이어졌고 소비량은 갈수록 증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던 식량이 끊
겨 이제는 애호파가 뿌리는 푸드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레기 쪽은 눈길
도 주지 않았다.
「마마…이제 어떡하는테치?」
푸드가 바닥나는 건 자실장도 알고 있었다. 친실장은 대답 없이 실장푸드를 갉아먹었다. 사각
사각. 갉아먹던 속도가 느려져갔다. 식사를 멈추고 빤히 푸드를 바라보던 친실장.
「도저히 못참는데스!」
푸드를 바닥에 내동댕이친 상태로 벌떡 일어나서 소리질렀다.
「죽여버려는데스!! 그 똥닌겐 마구 마구 찔러서 안에 있는 맛있는 밥 다 털어오는데스!!」
그리곤 비닐봉투와 대못을 높이 들어 올렸다.
★☆★
새벽 2시. 3마리의 자실장들까지 모조리 데리고 나온 친실장은 먼발치에서 빛나고 있는 편의
점 간판이 보이자 잠시 멈춰 서서 깊게 숨을 들이 마시며 소리쳤다.
「봐주는건 없는데스! 그 똥닌겐 다리를 사정없이 찔러서 꿇어앉힌 다음에 그 못생긴 얼굴도
송송송 구멍뚫어주는데스! 마마가 똥닌겐 혼내고 있을 동안 오마에들은 밥을 챙기는데스!」
「전부다 챙기는테치!」
각오를 다진 친실장이었다.
「냐옹~.」
「데엑?!」
불쑥 튀어나온 고양이 한 마리.
「이, 이건 뭐인데스…?! 설마 그 똥닌겐인데스? 그 눈치 빠른 똥닌겐이 눈치를 챈데스! 와타
시한테 찔려 죽을까 봐 파수꾼을 풀어놓은 게 분명한데스! 무릎 꿇고 싹싹 빌면 봐주려고했는
데 이젠 진짜 용서하지 않는데스! 오마에들은 여기있는데스! 와타시의 명검으로 찔러죽이는뎃
샤아아아악!!!!」
친실장이 대못을 들고 고양이에게 달려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조총을 든 왜군에게 짱돌을 집
어던지던 조선 농부의 혼이 담긴 모습은 개뿔. 기관총과 화염방사기로 무장한 미군에게 대검
을 뽑아들고 천황폐하 만세~를 위치며 반자이 돌격을 감행하던 구 일본군과 흡사한 또라이짓
이었다. 그런 또라이에게 겁먹을 바보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고양이는 겁먹은 기색도
없이 가만히 서 있더니 친실장이 가까 오자마자 날카로운 발톱으로 위에서 밑으로 긁어버렸
다.
「데갸야아아아아악!!!!!!!」
패기있게 덤비던 모습은 순식간에 증발. 정통으로 얼굴을 할큄 당한 친실장이 그대로 뒤로 자
빠지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그 자리에서 발버둥 치고 있었다. 하늘 아래 무모한 돌격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실장석으로 뒤덮인 이 세계에서 대못 하나 들고 있다고 겁먹을 고양이
들이 아니었다.
「테챠아아아아아아!! 테뵷!」
「마마아! 도와주는테치이이킼!!」
친실장을 한방에 제압한 고양이는 아주 평온한 모습으로 전리품을 챙겼다. 가장 먼저 도망치
던 장녀를 앞발로 내리쳐 그대로 끝장내고 곧바로 차녀를 물어버렸다.
「테에에에에엥 무서운테치이이이이!!!!」
오직 3녀만이 간신히 고양이의 시선에서 벗어나 울면서 도망치고 있을 뿐.
「데갸아아악!! 아픈데스! 아픈데스! 와타시의 귀여운 얼굴이! 자들을 놔주는데샤악!! 아직 승부
는 안난데스! 데갸아아악! 얼굴이 화끈거리는뎃샤아악!!!」
고양의 발톱이 눈과 눈 사이를 할퀴어버렸기 때문에 시력은 멀쩡했지만 그래도 아픈 건 아프
다. 성체는 고기가 질겨서 거들떠도 안 보는 고양이는 꼬리를 흔들며 자실장들만 먹어치울 뿐
이었다.
★☆★
40분을 바닥에 드러누워 고통을 호소하던 친실장이 회복해서 자리에서 일어났을 땐 이미 상
황 종료. 고양이는 어디론가 가버렸고 자들은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았다. 고양이에게 죽기
직전 공포에 쏟아진 빵콘. 불룩해진 패티와 하반신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주변엔 아마색 머
리카락이 여기저기 뿌려져 있었다. 장녀와 차녀의 죽음을 확인한 친실장은 주변을 살폈지만 3
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 모든게 똥닌겐 탓인데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밥만 안 뺏어먹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텐데!
덜컹 덜컹 덜컹.
「이리 나오란데스! 좋은 말할 때 나오란뎃샤아악!!」
편의점으로 순식간에 달려온 친실장이 문을 발로 차고 손으로 밀고 별 짓을 다 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덱?! 왜이러는데스? 왜 안열리는데스? 안에는 밝은데 왜 못들어가는데스? 똥
닌겐은 어디간데스?! 치사하게 도망친데스?! 와타시는 자들의 원수를 갚아야하는데스!! 자들의
몫까지 배부르게 먹어야 할 권리이자 의무가 있는데스! 정정당당하게 나와서 덤비란뎃샤아아
아아악!!!!
알바가 문 잠그고 화장실 갔다는 걸 친실장은 모른다.
「데에엑…데에엑…안열리는데스…끝내 이렇게 나오는데스?! 좋은데스!」
그렇게 분노한 친실장의 옆으로 향했다. 문 바로 옆엔 판매용 생수가 쌓여있었다.
「와타시에게도 생각은 있는데스!」
고양이의 습격 때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 대못이 이번에야말로 이 활약할 차례가 온 것이다.
뾱! 뾱! 뾱!
대못은 사정없이 생수통을 찔러대기 시작했다. 결국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려 안에 가득 차있
던 물이 구멍을 삐져나와 사방으로 뿌려지기 시작했다. 생수병이랑 생수병엔 모조리 구멍을
뚫었고 잠긴 유리문에는 똥을 던졌다.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높이 쌓여있던 물류 박스를 밀어
넘어뜨렸다. 와르르 무너져 널브러지는 물류 박스와 계속 물이 새어 나오는 생수병. 똥으로
범벅된 출입문.
「데프프프프 어떤데스! 어떤데스?! 시원한데스?! 데프프프프프픞!!! 와타시의 밥을 뺏어 먹으면
이렇게 되는데스웊프프프프!!!」
★☆★
「테에에에엥…테에에에엥….」
정신없이 도망치던 3녀는 길을 잃어 헤매다 해가 뜨고 아침이 되어서야 간신히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은 집 구석에 혼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었다. 언제나 늠름하게 서서 분충들
을 쫓아내고 자신들을 지켜주던 친실장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리자 그에 대한 충격과 고양이란
공포가 3녀를 지배하고 있었다. 훌쩍 훌쩍. 테에엥…테에엥….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테에
엥…마마…보고싶은테치이…오네챠들…진짜로 죽은테치? 와타시 혼자인테치? 테에에엥….
꼬르르르륵-.
「배도 고픈테치….」
이젠 모아놓은 푸드도 없었다.
「좋은수가 난테치!」
묘수가 떠오르는 3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실장이 가끔씩 하던 것. 그것은 바로 물물교환!
집에 있는 걸 맛있는 거로 바꿔먹는테치! 3녀는 그렇게 말하며 집안을 둘러보았다.
「뭐랑 바꾸면 좋은테치?」
하지만 바꿀만한 물건은 없었다. 페트병은 이제 하나뿐이라서 자신이 물먹을 때 써야 했고 수
건도 마찬가지. 테에…? 뭐랑 바꾸면 좋은테치? 3녀는 자리에 앉아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바
꿀만한거…바꿀만한거…맛있는 밥이랑 바꿀만한거….
「생각난테치!」
3녀는 집안을 둘러보았다.
「집이랑 바꾸면 되는테치!! 집은 크니까 아주아주 많은 밥이랑 바꿀 수 있는테치!」
집은 다른 골판지 하우스랑은 비교도 안될 만큼 좋았다.(어디까지나 들실장의 시선에서) 바닥
엔 그간 긁어모온 담배꽁초와 걸레. 스티로폼을 깔고 그 위에 또다시 전단지와 신문지를 깔아
서 보온을 했고 벽에는 이쁜 스티커까지. 페트병과 식량 저장 상자. 덮고 잘 수건. 지붕엔 비
닐을 덮어서 방수에도 대비해놓았다. 그 외에도 탁구공이나 초콜릿을 사면 나오는 각종 싸구
려 장난감까지! 거기다 중국집 배달 그릇도 있어서 목욕도 할 수 있었다.
★☆★
「가만…두지…않는…데…스….」
화장실에서 돌아온 알바는 그 짧은 시간에 엉망이 되어버린 가게 앞의 모습에 그대로 멘탈이
나가버렸다. 지독한 똥 냄새와 거리에 널브러져 있는 물류 상자. 이젠 죽었다 깨어나도 팔 수
없는 생수들. 아 씨발 꿈. 뒷목을 잡고 휘청거리는 알바 앞에서 친실장은 비웃었다. 데프프
픞!! 치사하게 도망치더니 꼴좋은데스!!
결국 독라가 되어 신나게 얻어맞았다. 라이터와 에프킬라의 환상적인 조합에 온몸이 불타올라
비명을 지르며 뒹구는 걸 물을 끼얹어 살렸고 또다시 때리고 또 때렸다. 때마침 가게에 온 애
호파 물류 기사가 알바생을 말리고 나서야 기적적으로 살아서 집으로 돌아온 친실장이었다.
「데에…?」
공원에서 들어서서 물가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본 친실장은 말이 없었다. 회복되었다지만
얼굴엔 고양이에게 할큄 당한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그 고운 머리카락도, 애지중지하
던 옷도 없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 사지가 멀쩡한 게 다행이었다.
「…….」
그리고 자들도 잃었다.
「…집에…가는…데스….」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해봐야 복구할 수 없다는 것을 친실장은 잘 알고 있었다. 터벅터벅 걸어
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던 도중 간간이 보이는 다른 들실장 일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
다. 얼마 전 콘페이토와 페트병을 교환한 녀석. 수돗가에서 물을 받으면서 자들과 행복하게
떠들고 웃는 들실장의 모습이었다.
「괜찮은데스…자는 다시 낳으면 되는데스…그리고 3녀쨩은 살아있을게 분명한데스.」
장녀와 차녀의 시체는 찾았지만 3녀는 없었으니까.
「영리한 자니까 분명 집에 돌아왔을게 분명한데스. 와타시를 기다리고 있을게 분명한데스….」
집으로 돌아간다. 우선 옷부터 구해야 했다.
「아깝지만 페트병과 그릇으로 옷을 바꾸는데스…. 분명 여벌의 옷을 가진 녀석이 있는데스.」
한참을 걸어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자 마침내 자신의 집이 보였다. 오로롱…행복한 와타시의
집인데스…. 집으로 다가가는데 문이 열린다.
「3녀쨩! 역시나 무사히 집에 온데스?! 다행인데스! 마마가 안아주는데스우~.」
「데에엑?! 멈추는데스 똥벌레! 독라주제에 와타시의 집에서 얼씬거리는데스?!」
집에서 나온 건 생전 처음 보는 들실장이었다.
「데에에에에에엑!! 뭐인데스! 여기는 와타시의 집인데스!! 뭐하는뎃샤! 빈질털이온데수?!!」
「미친소리하지말란데스! 여기는 오늘부로 와타시의 집인데스! 공정한 거래로 얻은 집이니까
썩 꺼지란뎃샤!! 와타시는 오늘 기분이 좋으니 큰맘 먹고 살려주는거니 다행인줄 알란데스!!」
「그게 무슨소리인데스! 와타시는….」
「마마~!」
등 뒤에서 들려온 3녀의 목소리 뒤를 돌아본 친실장이었다. 할짝 할짝. 3녀가 콘페이토를 혀
로 핥고 있었다. 그 뒤엔 콘페이토 5개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와타시가 맛있는 밥을 구한테치! 집이랑 바꾸자고 했더니 아줌마가 기뻐하면서 콘페이토를
11개나 준테치! 그치만 와타시가 6개나 먹어버린테치! 그치만 마마껀 5개나 있으니까 빨리 먹
는테치! 와타시가 마마밥 구했으니 장한테치? 칭찬해달란테치!」
할짝. 할짝. 콘페이토를 핥으면서 초롱초롱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길 바라는 3녀였다.
「지. 집을…바꾼…데…스…? 와, 와타시의…정성이…담긴…집…이…오로롱….」
「그런데 마마 왜 벌거숭이인테치? 마마? 마마?」
「…….」
「마마? 왜 말이 없는테치? 감동먹은테치? 왜 우는테치? 와타시 너무너무 대견해서 눈물나는
테치?」
「…….」
「마마?」
털썩.
「테에에에에 마마아아!! 마마 정신차리는테치! 정신차리는테치이! 마마! 마마!!」
먹고있던 콘페이토 마저 떨어트리고 쓰러진 친실장에게 달려가 흔들어보지만 이미 친실장이
살아날 가망은 없었다. 간신히 숨만 붙어서 낮은 숨을 내쉴뿐. 이미 위석에 금이 가고 있었다.
「마마…하긴…그럴것인테치. 항상 그래왔으니 피곤한게 분명한테치.」
친실장이 곧 죽는다는걸 깨닫지 못한 3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완전한
봄날씨. 구름 한점 없는 하늘에 햇볕은 쨍쨍했다.
「날씨도 좋으니까 밖에서 자기 딱 좋은 날인테치. 마마, 와타시는 집안에서 노는테치~. 꽥!」
친실장을 뒤로한채 집에 들어간 3녀가 곧바로 튕겨져나왔다. 이제 와타시의 집이니까 오마에
는 들어오면안되는데스! 라고 새 주인이 된 들실장이 소리치더니 문을 닫아버렸다.
「테에?! 무슨 소리인테치! 와타시와 마마의 집인테치! 아줌마 뭐하는 똥벌레인테치! 문열어달
란테치! 문열어달란테치이이!! 마마! 큰일난테치! 왠 아줌마가 문을 안열어주는테치! 마마 빨리
일어나는테치 자고 있을 시간 없는테치이이!!」
「…….」
친실장의 눈이 회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테에에에엥 집에 들어갈 수 없는테치이이이이!!!」
오직 3녀의 울음소리만이 울릴 뿐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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