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명박-이재오로 이어지는 갈등의 시작과 끝
한나라당의 공천과 관련한 직접적인 갈등은 대통령 후보 경선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한나라당 이같은 갈등이 정점에 이른 것은 지난 해 12월 19일 제 17대 대통령 선거 직후인 지난해 12월 29일, 이명박 당선인의 최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박근혜 전 대표 측을 겨냥해 “경선이 언제 끝났는데 아직도 경선하는 걸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고 박 전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면서 박근혜-이재오 최고위원 간의 갈등이 정점에 이르게 된다.
이재오 의원의 이같은 강경한 발언은 모종의 포석이 깔려 있는 발언이었지만 경선 패배와 이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로 잠시 박-이 갈등이 잠잠해 지고 있는 시점에서 일어난 것으로 박 전 대표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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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 공천 갈등의 중심에 서 있던 박근혜,강재섭,김무성 최고위원(우측부터) | ||
40% 물갈이 발언으로 논란 재 점화
그러나 이재오 의원과 박근혜 전대표의 갈등이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하던 한나라당의 내분 사태는 이방호 사무총장의 40% 물갈이 라는 뜻밖의 발언으로 또다시 폭풍에 휘말리게 된다.
이명박 당선자의 측근인 이방호 사무총장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9총선의 공천은 공급자(정당)가 아니라 수요자(국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하며 그런 차원에서 현역 의원 중 최소 35~40% 이상은 바뀔 수밖에 없다”며 18대 총선에서 공천 대폭 물갈이 방침을 확인하면서 한나라당의 갈등의 불씨가 재 점화 됐다.
물론 발언의 당사자인 이 사무총장은 사태가 확산되자 “자신의 발언의 진의가 잘 못 전달된 측면이 있었다. 통상적으로 총선전에서 공천은 30~40%선의 물갈이는 되어 왔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박 측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이명박 당선자가 박근혜 전 대표에게 회동을 제안하면서 사태 진화에 나섰고, 이 자리에서 이 당선자는 박 전 대표에게 중국특사를 제안 하면서 정점으로 달이던 내홍은 불씨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채 수습 국면에 들어갔다.
이재오“계보 챙기기”...박근혜“그런 사고방식부터 버려라”
그러나 대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시 박근혜 전 대표가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는 이재오 의원은 지난 달 1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통령 취임식 전 공천은 불가능하다고 박 전 대표 측의 조기 공천 요구를 거부하면서 박 전 대표 측이 국민 뜻과는 어긋나는 행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내 계보 챙기고, 네 계보 챙기고 내 몫 챙기고 언제까지 뭘 해라 뭘 좌시하지 않겠다 이러면 국민들 눈에 곱게 비칠까요?”라는 ‘계보 챙기기’ 발언을 하면서 양측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고 말았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한 측근들은 “중국 간 사람을 비난하면 등에 비수 꽂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정면 대응 했고,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박 전 대표는 18일 “저는 ‘지분 챙기기’식으로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전날 이재오 의원이 박 전 대표를 향해 ‘계보 챙기기’라며 비판한 데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공천과 관련해서, 원칙에 의해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하자고 한 것을 자꾸 지분을 챙기려 한다는 식으로 나쁘게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그런 식으로 정치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 사고방식부터 버려야 한다”고 잘라 말하는 한편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박근혜 전 대표의 탈당을 촉구하며’라는 성명을 내고, 이명박 당선인과 강재섭 대표에게 당헌·당규 준수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탈당에 이어 새로운 조직 구성과 신당 창당까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는 등 극한 대립의 양상으로 발전했다.
李-朴 회동불구 또 공천 갈등...강재섭도 칼 뽑아
한나라당의 공천 갈등이 연이어 터지자 이명박 당선자는 박 전 대표와의 회동을 제의 했고 이 회동에서 두 사람은 각각 “당에서 원칙과 기준을 갖고 공정하고 마땅하게 그렇게 해야 한다”,“저도 전적으로 공감했다”는 등 공정 공천을 하는 데 대체적인 의견일치를 보면서 사태는 다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끝은 아니었다.
한나라당의 갈등은 공심위와 임명진 윤리위원장의 당규 제 3조 2항(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으로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직 후보자 추천 신청자격을 불허한다)의 적용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김무성 파동‘으로 발전한다.
‘친박’계 죄장격인 김무성 최고위원은 “10년 전에 있었던 일이고, 공직자 임용 기준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라며 “그 이후 16, 17대 총선에서 통과해 민의에 심판받아 압도적으로 당선됐다”고 공천심사위 결정에 어이없다는 주장하며 탈당이라는 카드로 최후의 배수진을 치고 나왔다.
이 와중에 당권을 쥐고 있는 강재섭 대표도 ‘조율’을 강조하며 공심위에 여러 차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달 29일 공심위가 결국, 문제의 규정을 원칙대로 적용키로 결정하면서 강 대표는 당무를 거부하고 심야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방호 사무총장을 ‘찍어내겠다’며 ‘도끼’를 들었다.
강 대표는 “사무총장으로 대표되는 공심위가 당내 분란을 확대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 앞에서는 네, 네 해 놓고 뒤통수를 두 번이 쳤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티끌만 한 권력을 좀 얻었다고 해서 분별없이 설치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이른바 이명박 계열 인사들의 입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경계하기도 했다. 이제 당의 공천 갈등은 이-박 논란에서 강-이-박으로 이어지면서 가히 전쟁 수준이 됐다.
‘친이’측 인사들은 격앙했다. 친이측 의원들은 “강대표가 명분이 없으니까 계파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진수희 의원)이라고 비판하면서, “(총장 사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강재섭 퇴진론’까지 불거졌다.
사태가 이같이 발전하자 이 사무총장은 분당의 위기로 몰린 한나라당은 당 3조 2항의 탄력적 적용이라는 수습안을 내 놓고 강 대표와 박 전 대표를 설득해 봉합의 수순을 밟으며, 형식적인 봉합에 들어가 한나라당의 공천 갈등은 외견상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이같은 갈등의 골은 언제든 다시 터질 요소를 가지고 있다. 공천 신청이 마감된 지난 5일 기준으로 한나라당은 사상유례없는 4.82:1이라는 공천 신청자가 몰려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낙하산 공천’이라는 문제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반발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이명박계의 대표적인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재오, 정두언 의원 등의 선거구에서는 경쟁자 없이 무혈입성이 가능해진 반면 박근혜 전 대표계의 선거구에서는 1차 예선인 공천 경쟁자들이 대거 몰려 있어 공천의 향방에 따라 한나라당의 공천 갈등은 또다른 방향으로 발전 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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