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입장 표명 초읽기…시험대에 오른 정치력
“건강과 신뢰는 한 번 놓치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자신의 미니홈피 머릿말에 올린 글이다. 당 공천 파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당연히 방점은 신뢰에 찍혀 있다.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친박 인사들의 잇따른 공천 탈락에 대한 불만도 없지 않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당내 경선에서 패배하자 깨끗하게 승복했다. 대선 당시 이회창 전 총재가 연거푸 자택을 방문하며 손을 내밀었을 때도 거절했다. 늦어지긴 했지만 대선 유세지원을 다니며 이명박 후보 지지를 호소했으며, 이 대통령의 중국특사 제의를 받아들여 중국을 다녀오기도 했다. 치열한 경선전에 따른 앙금에도 불구하고 숱한 당내 갈등과 위기 상황 속에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공천 파동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게 측근들의 주장이다. 한 측근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동반자 선언을 하고 연초에는 공정한 공천을 약속까지 했는데 지켜진 게 뭐가 있느냐”며 “박 전 대표가 가장 걱정하는 것이 신뢰가 깨졌다는 점”이라고 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이었던 지난 2004년 총선 이후 5ㆍ31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 안착된 상향식 공천(경선)이 종적을 감춘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비례대표 공천 심사가 진행되고 있어 말을 아끼고 있을 뿐, 강요된 침묵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측근은 “침묵도 정치적 표현이지만 언제 박 전 대표가 정치적 상황에서 피한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박 전 대표는 이번 기회에 당 지도자가 아닌 정치인 박근혜로서의 생각도 어느 정도 밝힐 수밖에 없다. 5년 뒤 차기 대권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 11일 의원회관에서 “이번 공천은 분명히 잘못된 공천”이라고 말하고, 14일 영남권 공천 탈락자들과 만찬을 함께하며 위로한 것도 친박 진영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였다. 이미 박 전 대표는 친박 인사들에 대해 “살아 돌아오시라”며 사실상 탈당을 용인했다.
문제는 박 전 대표가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을 떠나면 해당행위가 되며, 공천 결과에 거세게 반발할 경우 당 내홍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측근 인사들이 “멀리 보고 정치를 하시라”고 조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제한적 지원 유세도 한 방법이지만 계파 수장과 당 지도자 간의 역할이 충돌한다. 박 전 대표의 입장 표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그의 정치력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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