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대학원 입학 전


막 긴장됨. 교수들은 강의때 이상한 소리나 하던 사람인데 선배들은 똑똑해보이고 개 날카로움. 랩 분위기 안맞으면 런쳐야하나 고민하지만 실험 몇번 보조하다보면 젖어들어버림. 이때가 입학전 마지막으로 고민할 수 있는 순간임. 내가 뭘 할건가? 왜 들어갈건가? 


선배들한테 몇번 물어봐도 별 답변은 없음. 오고싶으면 오는거고 아니면 마는거지. 하는 식. 


1. 석사과정


대학원생이라는 것이 뭔가 자랑스러움. 나도 이제 공학사를 벗어나서 그 위로 도입하는 시기라는 알 수 없는 자신감과 학부에서 공부한 과정을 바탕으로 석사과정동안 좋은 연구를 하겠다는 열정이 넘쳐남. 한 2주 갔던것 같음. 실제로는 아무것도 못함. 선배들 보조하다가 1개월 2개월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감. 그 와중에 지도교수님은 슬슬 견적을 내기 시작함. 이 새끼.. 굴려도 괜찮나? 정신차려보면 꼭두각시가 되어있음.


2년차가 되어가며 점점 학위논문에 대한 압박을 받음. 그 와중에 프로시딩을 몇번 발표해보고 국내 등재지도 한두편 던져보거나 운좋게 게재를 시키기 시작함. 여전히 선배들은 무관심하고 지도교수는 슬슬 짬을 던지기 시작함. 


그러다 학위논문을 쓰면서 한번 대가리가 깨짐. 내가 아는게 정답이다라는 식으로 랩 내부 토론회에서 레퍼런스만 가지고 강력 주장하다가 지도교수한테 개박살남. 이전에는 교수라는 존재를 그저 어른이니까 공경한다 정도에서 내 머리속을 보고있는 것 같이 답변하는 모습에서 현실감을 느껴버림. 내가 하는 행동을 지도교수는 30년전에 한 사람임. 


개인적인 추억으로는 지도교수가 내게 이런말을 한적이 있음. 본인이 석사논문 쓸때는 80년대라서 윈도우라는게 없었고 엑셀이라는 tool도 없었다. 그래서 그래프 그릴때 자를 대고 마크하는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너는 엑셀도 있고 파이썬도 쓰고 매트랩도 있는데 왜 이리 대강대강 그리냐. 그래프가 연구 성과물 중에 가장 중요한거다. 라면서 극대노 갈겼음.


2. 박사과정


이때부터가 진짜임. 여기부터는 탈주자도 간혹 발생함. 석사과정에서는 도피성으로 입학한 친구들이 석사논문 한번써보고 박사는 쳐다보지도 않음. 그런데 박사 탈주자는 계속 나옴. 왜냐? 인생이 개 좆같으니까.


남자 기준으로 군 2년에 휴학없이 다니면 28세에 박사과정에 들어감. 학부마친 친구들은 이미 다 취업한 상태고 신입이라서 간혹 연락하면 맨날 죽는 소리만 냄. 나는 대학원 다니니까. 졸업하면 박사니까 ㅎㅎ 하면서 별 생각없음. 되려 외부에 나가서 명함 주다보면 간혹 박사님 소리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깨 뽕 차기 시작함. 시간강사도 했던 시기라서 타교에서는 교수님 소리 듣는데 이게 기가막히게 뽕참. 아주 기쁨.


그런데 지금부터는 국내 등재지 쓰는게 인정을 못받기 시작함. 내 기준에서는 랩 내부에서도 슬슬 해적저널이 아닌 SCI가 나오기 시작했음. 지도교수님은 석사과정때는 극대노 상태가 분기별 1회정도였는데 월 1회정도로 바뀌기 시작하고 던지는 일의 양도 무시무시해짐. 친구들 주말에 만나는 건 거의 사라짐.


실험을 하면 이제 보조가 아닌 실험 구상부터 해야됨. 구상하고나서 실험하러가면 내 생각이랑 다름. ㅅㅂㅅㅂ하면서 쇠로 된 실험체 옆부분에 주저앉아서 스패너로 결합부 풀어냈다가 다시 붙였다가 개 염병을 떨어제낌. 결국 실험을 하고 로드셀로 측정한 결과를 보면.. 로드셀이 오류가 나있음. 중량도 온도도 안나옴. ㅅㅂ...하면서 날밤새가면서 실험 함. 그렇게 일주일정도 실험하고 연구실 들어가면 지도교수가 일 ㅈㄴ 던짐. 일 받아서 하다보면 후배 중에 하나가 출근을 안하기 시작함. 처음에는 어디 아픈가..?생각하다가 3일 지나도 안나오면 런쳤구나.. 생각하고 신경끔.

그렇게 시간을 보냈음.


나는 4년정도 걸려서 박사를 받았는데 이때 대상포진, 3대 성인병이 왔었음. 피부질환같은 소소한 애들은 패스하겠음. 결국 면역력이 개 박살났다는거임. 


박사과정부터는 밤샘을 시켜서 한다는 느낌은 없었음. 슬슬 연구에 깊이를 고민하기 시작함. 논문 주제를 정해서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몇 줄 쓴것 같은데하고 정신차려보면 지도교수님 출근하고 있음. ㅅㅂㅅㅂ하면서 그날 일과 마치고 정신차려보면 밤 10시임. 


이런 생활을 몇년하니까 몸 개박살남. SCI 한편 써보면 내가 이렇게까지 고민하면서 글 쓰는게 맞나?라는 의구심이 자꾸 들어버림. 근데 논문 내면 Editor가 리젝임 ㅋ하고 답변 와 있음. 그렇게 한 1년 날려버리고 나면 현타가 개옴. 1년동안 온갖 노력을 하며 살아왔는데 정작 성과물은 하나도 없음. 그저 RND실적땜에 투고한 국내 논문만 몇편 남아있는데 성취감도 보람도 없음. 이제 29살인데 ㅅㅂ 하면서 슬슬 현타가 옴.


그렇게 2년차에 접어듬. 여전히 친구들은 죽을 맛이라고 투덜거리지만 1년 더 지났기때문에 막내가 들어와서 좀 나아졌다는 식으로 얘기함. 그래. 그래도 아직 20대니까. 조금만 더 노력해보자. 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세뇌하고 다시 논문작업에 들어감. 나는 운좋게 이때 처음으로 SCI를 게재하게 되었음. 2개월만에 심사가 끝났고 Minor revision을 받아서 운좋게 게재가 되었음. IF는 5점 초반이었지만 그래도 해적저널이 아니라는 것에 굉장히 만족스러웠고 드디어 성과가 나와서 다시 자신감이 좀 올라왔음. 그리고 대상포진에 걸림 ㅋ


2개월정도 쉬고 돌아왔음. 휴유증으로 이명증상과 신경통이 살짝 남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음. 돌아와보니 선배들은 다 졸업을 하고 내가 최고참이 되었음. 그렇게 하염없이 해저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함. 후배들 논문 봐주기도 하고 실험 구성도 해서 작은건 직접 해보라고 슬슬 후배들에게 던져줌. 


나이는 30살이 되었음. 이제 슬슬 쫄리기 시작함. 나는 대학원을 다니며 직장생활을 해본적도 없이 30대가 된거임. 1년이라도 빨리 졸업해야하는데..라는 압박감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고 이쯤부터는 실험에 들어가는 조건을 다 때려박아서 논문을 무리해서 쓰기 시작했고 이쯤부터는 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거의 하지않음. 가족들과도 거의 연락을 안했고 그저 내가 생각하는 이론을 문장화 시키는것에만 모든 시간을 투자했음.


주제를 정하면 폴더를 하나 만들어서 관련된 정보를 Intro부터 result까지 구분해서 폴더에 따로 저장하고 매일 저녁마다 그걸 문장화 시켜뒀음. 그렇게 30살이 마무리될즈음에 SCI 2편을 더 게재할 수 있었음. 개인적으로는 이때가 가장 연구적인 성장이 컸다고 느낌. 물론.. 석사과정때도 성장하긴 했겠지만 그때는 형식을 잡는게 우선이었다면 이때는 모든 사고를 연구에 집중했다보니 눈에 실핏줄 터져도 눈아프네.. 생각만 하고 계속 모니터 보고 있었음. 집중력은 자발적으로 얻을 수 없고 보상이나 목적이 명확해야한다는걸 이때 느끼기 시작함.


이제 슬슬 졸업각 나온것 같은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지도교수가 불렀음. 졸업 준비하라고 함. 신났지만 꾹 누르고 알겠다고 함. 그랬더니 해적저널도 상관없으니 SCI 5편은 게재던 투고던 하고 나가라고 함. 알겠다고 하고 나옴.


3. 박사심사


그렇게 박사논문을 쓰며 MDPI에 2편을 더 던지고 박사논문 발표를 했음. 원래 내부 촬영은 암묵적으로 금지되어있지만 당시 좌장을 봐준 사람이 시작전에 내가 준비하던 사진을 하나 찍어줬음. 그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음.


심사는 뭐.. 개같이 털려는 질문이 넘쳐흘렀고 나는 싸우지말자..라는 생각을 하며 답변을 했음. 그렇게 초심-중심-종심을 마무리하고 발표자 잠깐 나가주세요.라는 말을 듣고 밖에 나가서 기다림. 한.. 10분? 온갖 생각이 다 들었음. 하..ㅅㅂ 실험결과에 대한 의문형 질문이 너무 많았는데.. 분석을 ㅅㅂ 다시해야할것 같은데..ㅅㅂㅅㅂ하면서 기다림. 그리고 문이 열렸고 심사위원장이 나왔음.


XXX박사 축하합니다. 순간 털썩 주저앉았다가 벌떡 일어나서 들어감. 심사위원장은 싱글벙글 웃고있음. 학과내 교수님이지만 그때는 하느님처럼 보였음. ㅅㅂ 끝났다..라는 생각을 했음. 살짝 눈물도 났던것 같고 연구생부터 8년이라는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르륵 흘러지나감. 그렇게 졸업을 하게됨.


4. 마무리


되돌아보면 대학원 생활은 정말 ㅈ같은 일 투성이었음. 그런데 졸업하고나니 대학원 시절에는 짜증나면 맞짱이라도 뜨지..라는 생각을 자주 했던것 같음. 결국 대학원 시절을 마무리하고나서 느낀건.. 열심히 하는것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는것이었음. 말로는 난 열심히 하는데 ㅅㅂ 교수가 선배가 후배가 ㅅㅂㅅㅂ하는 경우는 90%이상이 병신임. 그저 말없이 한발한발 내딛는것밖에 없음. 갤러리 내에서 분노하는건 상관없음. 선만 넘지말고 본인의 연구를 해나가기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