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대학원은 참 재미난 곳이다. 20대 파릇한 대학생이 불과 몇년만에 꿈도 희망도 없이 박사학위 하나만 보고 몸과 정신 그리고 마음이 박살나는 곳이니까. 그런데 이상하게 대학원 입학하는 사람은 매년 존재한다. 그 학교가 흔히말하는 skp 건동홍 중경외시 등이 아닌 그 이하의 입결을 가진 대학에서도 대학원생은 매년 입학하고 매년 박사를 배출한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해서 개인 경험을 기반으로 글을 작성해보고자 한다.
1. 대학원은 뭘 하는 곳인가
나무위키에는 지식을 배울 수 있는 마지막 단계라고 정의되어있다. 대학원을 잘 모르는 사람이 쓴것 같다.
내 생각의 대학원은 학부 시절 강의에서 배우던 기사 혹은 산업기사 레벨의 암기내용에서 벗어나서 왜 이렇게 수식을 유도하는가?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수식화를 할 수 있는가? 이렇게 하는게 맞는가? 등을 연구하는 곳이다.
그렇다. 연구. 이 두 글자에서 느끼겠지만 대부분 답이 없는 선문답을 푸는 과정이기 때문에 상당히 고생스럽다.
좋은 랩에 들어가려는 예비 대학원생은 대부분 교수의 연구주제 혹은 연구실적을 중심으로 랩을 선택할 것이다. 사실 그것보다 개인적으로 랩을 선택할때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랩을 졸업한 박사들이 여러가지 주제가 아닌 공통된 주제를 바탕으로 연구를 이어나갔는가를 보는것이다.
예를 들어 냉동설비가 이 랩의 특징이라면 A박사는 저온 창고에 들어가는 냉동설비의 결로 방지에 관한 연구를 했고 B박사는 냉동설비의 효용성 강화를 위한 설비적 대응마련 등 뭐 이런식으로 메인이 되는 테마가 명확히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대가라고 부르는 교수들은 이런식으로 본인의 연구주제가 명확히 존재하고 그런 랩은 들어가는것 자체가 매우 빡세지만 들어가면 그 주제 하나는 머리에 박힐정도로 연구하고 나오게 된다. 따라서 대학원을 고민하는 학부 어린이들은 이런 준비 정도는 해야 본인이 하기싫은 연구를 하다가 현타를 느끼는 경우가 비교적 줄어들 것이다.
2. 그럼 왜 대학원생들은 항상 짜증이 나 있을까
대학원을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감정상태가 둘 중 하나이다. 짜증이 나있거나 아무 생각이 없어보이거나. 아무 생각이 없어보일때는 대부분 뭔가에 엄청 집중하고 있는 상태거나 진짜 아무 생각이 없을때다.
그럼.. 왜 다른 하나는 짜증난 상태일까?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실험을 했는데 결과값을 확인해보니 결과가 개망한걸수도 있고 싫어하던 연구주제를 도맡아서 논문을 써야할수도 있고 줘패고싶던 선배가 시비를 걸었을수도 있고.. 뭐 이유는 여러가지다. 아니면 애인이 바람난걸 알아채고 둘다 패버리고 싶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왜 짜증이 난 걸 대부분 해소하지 못하고 그대로 짊어지고 가는걸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부재한 삶을 살고 있으니까.
말 그대로다. 대부분의 대학원생은 이미 9-6의 삶 따위는 애초에 버리고 사는 경우가 많다. 뭐.. 석사과정에 막 입학한 꼬꼬마들은 나름 루틴을 지키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박사과정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일이 많아서 시간이 없는것보다는 스스로 사고하고 고민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며 하루 일과가 박살나기 시작한다.
박사를 졸업한 사람이나 졸업 준비 중인 사람은 공감할거라고 생각한다. SCI를 한편 쓰거나 박사논문을 쓰면서 밤 10시 정도에 마무리만 하고 집에 가자라고 생각하며 글을 쓴다. 어라. 잠깐 쓴것 같은데 새벽 3시가 넘었다. 근데 이제 머리가 좀 돌아가는것 같은데.. 어쩌지? 고민을 하다가 날밤을 샌다. 그런데 그게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이 되버리고는 한다.
그런 삶을 당연하게 사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있을까?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해소법이랍시고 술 쳐마시고 야식이나 때리다가 통풍오고 지방간 오고 성인병 와서 내과나 들락날락 거리는 삶을 살게 된다. 참고로 경험담이다. ㅅㅂ
3. 그럼 왜 이런 가성비 떨어지는 공간에 있는걸까?
박사까지 다 받고나서 되돌아보면 이렇게 가성비 좆망한 인생이 없어보인다. 그런데 되돌아가면 나는 대학원을 안가게 될까?라고 생각해보면 그건 아닐 것 같다. 연구주제는 바꿀지도 모르지만..
그런데 대학원 다닐때도 이런 생각이었을까? 놀랍게도 대학원 시절 나는 대학원 생활에 나름 만족을 했다. 이론적 연구를 하는 과정도 재밌고 그걸 실용화 하는 것을 눈으로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물론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그런 경험이 있을거다. 학부연구생 시절 뭔지도 모를 웅장한 실험을 지켜보며 교재에 나오던걸 실제로 보다니.. 신기하네..라고 생각하는데 옆에 대학원 선배들은 실험 결과 하나하나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나는 개뿔도 모르니..ㅎㅎ 재밌네 ㅎㅎ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면 내가 실험 결과에 전전긍긍하고 있고 학부연구생은 눈만 끔뻑거리며 자리만 지키고 있게된다.
나는 이 과정에서 재미를 느꼈다. 학부때 배운 수식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현상을 바라보면서 왜 배운것과 다른 현상이 나타나지?라는 궁금증이 생기고 그것을 해결하기위해 대학원을 다니며 새로운 수식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하다가 박사 졸업할때쯤 깨닫게 된다. 아..ㅅㅂ 교재에 있는 수식을 범용적으로 접근한 결과값을 유도하는 거였구나.
그런데 그 과정들이 재미가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 실험하면서 거지꼴로 돌아다니는 것도 창피했고 학회나가서 발표하다가 나보다 잘 아는 사람 질문에 답변을 제대로 못해서 쪽팔렸다. 간혹 석사 마치고 나간 친구가 자리를 잡았다는 얘기를 들으면 현타도 왔다.
그래도 나는 내가 배운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현상을 수식으로 만들고 싶어서 대학원을 갔다. 아닌경우도 있겠지만 대학원에 다니는 수많은 대학원생들도 본인만의 목표가 있을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변과의 비교로 인한 자괴감, 내 연구가 정말 의미가 있을까에 대한 우울증, 미래에 대한 고민, 내가 뭐하는 건가에 대한 현타 등등 여러가지 피로가 정신을 공격한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건 절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집에 물려받은게 몇백억 되는 사람이라도 정상적으로 대학원 생활을 한다면 절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걸 다 이겨내는 사람만 박사까지의 긴 여정을 끝낼 수 있다.
하지만 이걸 이겨내고 해내고 싶은 목표에 한발자국 씩 가까워지는 기분은 본인이 아니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대학원생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다.
4. 마치며
대학원은 참 재미난 곳이다. 사회면에 실릴 것 같은 사건 사고가 아무렇지않게 일어나기도 하고 오래 공부한 사람이라고는 믿기지않을 정도로 멍청한 짓을 하는 경우도 잦다. 그런데 한가지 주제를 그리고 하나의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감수해야한다. 좀 더 정확히는 신경도 안쓰일거다. 내 목표가 눈 앞에 있는 것 같으니까.
그러니 힘들더라도 마지막까지 몸 건강하게..는 힘들거고 고치지 못할 상태까지는 망가지지말고 마무리 잘 하자.
그리고 예비 대학원생들이라면 이 말을 꼭 명심해라. 본인이 주변에 어떻게보일지가 신경쓰여서 저렇게 안 살거야 라고 선배를 보며 생각하는 경우가 있을거다. 그런데 그게 네 미래 모습을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들어가기로 마음먹었으면 쓸데없는 고민하지말고 어떻게 선배들의 지식을 빨아먹어야할지 고민을 해라. 그리고 논문 많이 읽어라. GPT좀 그만 쓰고.
이상이다. 모든 대학원생들이 본인이 생각하던 것을 이룰 수 있길 바란다.
색스
ㅅㅅ
ㄱㅊ
ㄱㅊ
개추
ㅐㅜ
글좀쓰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