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노예들아
2026년도 새해복들 많이 받아라
이제 졸업심사가 올해로 들어온 노예들은 아마 올 한해가 굉장히 기억에 많이 남을거란다. 나도 박사 졸업한 해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사실 기억은 별로 없다. 맨날 모니터만 쳐다보면서 논문만 고쳤더니. 그래서 더더욱이나 그 이외의 것들이 유별나게 기억에 남네.
아까 개념글을 보다가 문득 돈에 관련된 글을 봤다.
그리고 여기에 교사 교수 비교글을 맨날 올리는 정신병자의 글도 간혹 보면서 느낀점이 있다.
그래서 오늘은 개인 경험을 좀 써보려고 한다. 생각은 본인의 능력껏하고 받아들이는것도 본인의 자유다. 그저 같은 길을 먼저 걸은 사람의 삶은 저랬구나라고 읽으면 된다.
Q : 연구자가 돈을 목표로 하는게 잘못된건가?
연구자가 돈을 목표로 한다라. 이건 참 답이 없는 질문이다.
연구자의 목표는 연구를 통해 새로운 이론, 기술을 제시하고 그걸 증명하는 것에 있지 물질적 풍요를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아무리 연구가 즐거워도 박사까지 마친 사람이 포스닥을 하며 평생을 살수없고 평생 직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수는 없다. 따라서 본인이 원하는 연구를 해낼 조건을 갖추는게 당연히 중요하다.
그런데 그걸 돈이랑 연관시키는건 좀.. 일차원적인 접근처럼 보인다. 더 강하게 얘기하자면 대학원 안다니는 어그로들이나 할만한 발상이다.
이런 얘기는 결국 경험담을 써야할것 같다. 30대 중반인 내 얘기를 좀 하겠다.
나는 어린시절 공부와는 담을 쌓은 인생을 살아왔다. 집은 흙수저에 가까웠고 가족들이 나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수능을 보면서도 좋은 대학을 갈 생각은 딱히 없었고 졸업하면 공무원 준비나 해야지..라는 전형적인 생각없는 인생이었다.
당연히 수능도 애매했고 대학도 애매했다. 그리고 군대를 다녀온뒤에 자퇴를 하고 재수를 할까 공무원 준비를 할까라는 고민을 매우 심각하게 했다. 쉽게 말해 대학에서 아무런 흥미를 못느꼈고 그저 별 생각없이 살다보니 위기감이 들어 관둘 생각을 했다는거다.
그러다 2학년 2학기무렵 전공 강의를 듣다가 강의 내용이 내 생각과 좀 다른식으로 전개되는걸 듣고 궁금증을 느꼈다. 뭐.. 완전유체이론이나 열역학 법칙같은 거창한건 아니고 실제로 볼수있는 현상을 이론으로 풀어내는 사례 같은 이야기였는데 그걸 들으면서 왜 공학이라는 학문은 몇백년동안 현상을 이론으로 푸는 과정이 매번 애매하게 끝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민을 좀 하다가 강의가 끝난뒤 랩에 그 교수를 찾아갔다. 정확하게는 교수가 아니었고 랩에 있던 박사과정이자 강사였는데 내가 질문을 하러 왔다고 하니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 앉으라고 한 뒤 처음부터 설명을 해줬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크게 두가지였다. 첫번째는 이 사람 설명 존나잘하네..였고 두번째는 내가 강의에서 배운 이론이라는게 수박 겉핥기도 못되는 수준이었구나..였다.
동시에 그 선배는 이런말을 했다. 평생 풀수 없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삶을 살고 싶어서 본인은 대학원에 왔다. 그런데 아직도 풀지 못하는게 많아서 참 즐겁기도 괴롭기도 하다.
여기서 나는 두가지 방향을 느꼈다. 이걸 한번 파볼지. 아니면 문닫고 나가서 원래 하려했던 공무원 준비를 해볼지.
고민한 시간이 꽤 됐지만 결국 랩 생활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렇게 3학년부터 학부연구생으로 랩 생활을 시작했다.
다들 경험한 것과 같이 학부연구생 시절에는 참 고민이 많았다. 되돌아보면 한게 없지만 자유로운 대학시절을 보내다가 강의없을때는 랩에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하는 상황이 갑갑하기도 했고 동시에 소속감을 느끼게해서 참 신기했다.
처음에는 같이있던 학부연구생이 6명 정도였지만 1년정도 지나니 나 혼자 남았고 새로운 3학년들이 학부연구생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국내 학회에 프로시딩을 발표하러 나가게 되었다. 논문이라는걸 처음 쓴다는것에 굉장히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동시에 첫발표니 10년이상은 훌쩍 지난일이지만 아직도 그때의 감각이 선명하다. 그 강연장의 의자, 좌장의 얼굴, 발표 중 슬쩍 쳐다봤던 창문 밖의 푸른 하늘, 첫 질문하던 사람의 표정, 긴장한 와중에도 선선하던 에어컨 바람까지. 그 날의 분위기가 참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깨닫게되었다. 나는 연구를.. 그리고 의견에 대해 토의하는 자리를 꽤나 좋아하는구나. 그럼.. 석사만 찍먹해볼까? 그렇게 석사를 가겠다고 지도교수님께 얘기를 했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 정신을 차려보니 박사가 되어있었다.
뭐.. 박사까지의 과정은 다들 겪는 중일테니 넘어가겠다. 길고 괴롭고 현타가 가득했던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스스로가 단단해지는 사건사고를 겪으면서 나라는 사람을 완성시키는 시간이었다고.. 좋게 포장해보겠다.
그리고 직업을 구할무렵 여러가지 고민이 있었다. 결혼하려면 직장이라도 있어야하는데.. 연구도 직업으로 계속 가져가고싶은데.. 그럼 교수? 정출연이나 지출연? 아니면 연구직 공무원?
선택지가 몇가지 없었다. 기업으로 가기에는 내 전공이 너무 안맞았으니. 그래서 일단 포닥하다보면 어찌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정출연에 들어갔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다보니 정규직이 되었고 지금은 디씨에 이런 똥글이나 써갈기는 아저씨가 되어있다.
결국 내 생각은 이렇다. 연구가 좋아서 대학원에 온 사람은 결국 직장에서도 연구를 하고싶어할거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러니 당연하게도 연구직종의 직업을 원할거다. 나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게 사는 중이니까.
그런데 그런 자리가 많지가 않다. 정출연 기준으로 총합 400~500명의 신입직원을 뽑으면 꽤나 많이 뽑는 연도이다. 지출연이라고해도 크게 다르지는 않으리라 생각된다. 근데 한국에 매년 박사가 18,000명씩 나온다.
그럼 선택을 하는거다. 연구를 평생 하기는 싫고 돈을 좀 더 중요하게 보고싶으면 사기업쪽을 바라보는거고 나는 죽어도 연구해야겠다 싶으면 위의 바늘구멍 뚫는 길을 선택하는거다.
간혹 글을 읽다보면 대학원생에게도 복지가 있어야한다 노조가 있어야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리고 대학원도 노조위원회가 있다. 본인들 학교에 찾아보면 분명히 있을거다. 그런데 대학원에 온 것부터가 주변의 기대보다는 본인이 하고싶어서 온건데 복지를 왜 찾겠는가. 난제를 풀기위해 들이박다가 도저히 안되면 그만 두는게 일반적이지 노조를 찾아가는 방법은 애시당초 경우가 별로 없는것 같다.
그런 난제를 풀어서 결국 박사를 받는건데.. 그런 사람들만 모인 곳이 직장잡기 쉽고 본인이 하고싶었던 연구를 하기 쉬우면.. 그게 이상하지 않을까?
어그로들이 쓰는 글들을 보면 정규직도 못되고 결혼도 못하고 그렇게 늙어가는 인생이 불쌍하다는 식으로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음.. 그리고 내 생각은 이렇다. 애시당초 연구를 하려고 본인의 사적 관계나 친목 등을 다 버리고 살던 사람이 갑자기 박사받았다고 다시 사회성이 높은 관계에 뛰어들까? 이미 혼자 보내는 시간이 10년 가까워져서 남들과 있는것보다 혼자 있는게 더 편한 사람이?
그러니 결혼.. 친구.. 집.. 그다지 생각도 없고 간혹 생각이 들어도 우선 연구를 위한 환경을 맞추는 것에만 신경을 쓰게된다. 그게 교수던 연구원이든 회사원이든. 그러고나야 이제 주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도 그냥 남들이 하라니까 별 생각하고싶지 않아서 아무 생각없이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연구를 제외하면 주변에 별 관심사가 없는 인간이 되어버리는데 본인이 미래를 대학원 초입에서 고민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미리 첨언하자면 이건 100% 내 얘기다. 결혼도 별 생각없이 했고 집을 살때도 부동산 경제니 땅값이니 투기니 별 생각없이 가격대 맞는 곳을 그냥 계약했다. 그런데 석사과정에도 안들어간 친구들이 10년 이상 지난 미래를 고민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늘의 주제는 연구자가 돈을 목표로 하는게 옳을까?였다만 개인적인 내 생각에는 그게 좋으면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네가 정상적인 루트를 쭉 밟아서 박사를 받고난 후에도 돈이 인생의 목표라면 그건 그것대로 대단한거다.
왜냐면 어느순간 연구에 모든 열정을 불태워버리고나서 아무것도 흥미가 없는 삶을 살게되니까. 그리고 본인의 연구에 대한 애착이 클수록 그 경우가 더 심각해지니까. 이건 일종의 경고이기도 하다.
연구는 취미생활로 시작된 중세시대의 사치품 같은 존재였지만 그걸 직업으로 삼기위해서는 그 어떤것도 관심을 두지않고 오로지 연구만을 바라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존재하게된다. 그러니 그 과정을 모두 지나쳐온뒤에 돈이던 이성이던 취미던 어떤 것이라도 흥미가 있다면 그걸 목표로 하는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싶었다. 대학원생들은 많던 적던 새로운 박사가 될 것이고 그 중 일부 혹은 많은 수가 나처럼 연구를 제외한 것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될것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온갖것들에 흥미가 없던 나는 나름 사치품이라는 외제차도 사보고 집도 사보고 결혼도 했지만 놀랍게도 별 흥미가 없는 상태이다. 그리고 박사들 중 나같은 경우가 적지는 않으리라고도 생각한다. 물론 물어보면 아니라고 부정하며 가족을 사랑한다 친목을 중요시한다라고 말하겠지만 말이다 ㅋ
그러니 이것저것 고민중인 학부 연구생, 석사과정 친구들은 항상 이걸 머릿속에 박아둬라. 내가 연구를 할만한 근성이 있는가보다는 내가 연구를 위해 즐거움을 잃고 살면서 연구만이 내 흥미를 끌어도 괜찮은가?를 먼저 물어봐라. 스펙싸움 하듯이 skp를 가니 미국을 가니 어쩌니 다 부질없는 얘기일 뿐이다. 스스로가 하는 선택에 확신을 얻고싶다면 더더욱 고민해라. 번뇌가 생기고 고민이 많아질수록 본인의 선택을 더욱 신뢰하게 된다. 그렇게 선택을 하게된다면 뒤도 돌아보지말고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라. 그러면 네가 했던 고민따위는 어느순간 머릿속에서 지워진다.
이상이다. 참 우울한 얘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다만 나는 우울하게 느껴지지도 않고 이게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연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가를 먼저 고민해라. 연구자에게 고민은 일상이고 그걸 못하겠으면 연구대신 다른걸 찾아보는게 맞으니까
스크롤 길이보고 걍 쭉내렸는데 한줄요약앙망 - dc App
세줄 요약 1. 돈이 목표라면 그걸 목표로 해라. 2. 근데 박사받다보면 어느순간 지워져버림 3. 연구를 사랑하면 그 이외에는 관심 없어짐. 그래도 들어올거면 환영한다 뉴비야
전국 웨딩박람회 일정/혜택 총정리 ✅ https://tnnyurl.com/wedding
ㅠㅠ 현실적으로 대전 집값 안올라서 우울한 박사 선배님들 많던데용
평수는 비슷한데 서울은 5배 오름
자산격차 20억 vs 4억
우울할수도 있지. 근데 본인 직장을 옮기면 되는데 그러지않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결국 연구를 손에서 못 놓기때문이지. 서울 집값 오를거라는 생각은 누가 못함. 돈이 1순위이면 서울쪽으로 이직하는 방법도 있는데 연구직 중에 그러는 경우를 본적이 없네. 행정직군은 많이들 이직함에도 불구하고
@글쓴 대갤러(106.102) 연구직, 엔지니어는 서울 일자리가 없어요 ㅠㅠ 본사 백오피스 사무직은 갈 수 있죵
@글쓴 대갤러(106.102) 수학 전공이면 금융이 최고인걸 느끼고 있음 ㅋㅋㅋ
@대갤러2(175.120) 금융이 최고면 금융을 하면 되는데 그걸 안한 이유가 있겠지. 전공은 자기가 선택하는거고 결과도 자기가 책임지는거임. 그리고 서울에 집 못사서 우울해한다는데.. 나는 별로 그런생각을 안해봐서 모르겠네. 서울권에서 나고자란사람이면 모르겠다만.. 그렇게 서울이 중요했으면 애시당초 정출연을 안갔겠지. 대덕단지에 몰려있는거 뻔히알고 지원했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