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냥 평범하게 수능대박을 쳐서 19학번으로 YK 기계공학을 전공했습니다. 20살이 되니까 마냥 노는 게 재밌고, 공부는 싫고(4대역학부터는 정말 안 맞더군요. analytic한 부분이랑 vector 관련이 들어가는 부분은 전부 C~D 수준입니다.) 돈 버는 건 재밌어서 수학학원 조교만 열심히 했어요.

당연히 학점은 조졌습니다. 4.5 기준 2.9 정도라 아예 학점 컷이 나 버리더군요. 도피성으로 연구실 지원을 했고, 어쩌다보니 석사는 학부성적이 반영된다는 것에 겁먹어 석박통합을 지원했습니다. SPK는 안 되었는데 자대 석박통합은 그냥 면접조차도 형식적이란 느낌? 사실 면접 때 전공질문도 잘못 대답했는데 뽑힌 것을 보고 현타가 심하게 왔습니다…

와서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1월부터 출근했는데, 미팅을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건 잘못 들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배들이 하는 이야기는 하나도 모르겠고. 교수님은 연구주제를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방향성에 대한 조언은 해주시고 학계에서 실력도 있으신 교수님이긴 한데, 눈앞에서 1년 동안 판 주제에 대해서 백지화되는 석사학위생 선배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착잡해지더군요. 논문 서칭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1달 간 선배들이 와서 알려준 것은 잡무하는 법 뿐…논문을 읽어가서 주제를 이야기하면 “그건 표절이야.”, “그건 너가 좀 더 공부해봐.” 같은 피드백이 날아오는데. 이래서야 내가 혼자 나아가는 건 힘들겠구나 싶었어요.

제일 무서운 건 통합 선배들의 입학년도를 처음으로 알게 된 저번 주입니다. 다들 6~7년은 하셨더군요. 7~8년차라는 이야기인데, 포닥을 하는 선배들도 한 명은 6년만에 졸업(이분이 우리 연구실 최단기간이라고 합니다.), 왕고 포닥은 11년 만에 졸업. 최근 졸업하고 대기업으로 간 선배도 9년을 꽉 채우고 가셨더라구요. 저도 만약 그렇게 한다면 졸업하면 30대 후반인데, 그때 가서 돈도 모아두지 않은 사람이란 생각을 하니 너무 불안합니다.

내 수준 자체가 해봐야 물박사일 것 같다는 의심이 자꾸 들고, 그 와중에 연구는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도망치자니 학점에서 대기업은 불가능하죠. 집과 주변에서는 그래도 명문대생이라고 자꾸 기대하는데 그 기대치를 채우자니 미쳐버릴 지경입니다. 연구실 선배들이 없는 아침에 와서, 멍하니 앉으면서 뇌라도 돌리려고 생각 없이 논문만 읽다 집에 가는 나날이 몇 주째…대학원을 오면 원래 처음엔 다 이런 걸까요? 저는 박사를 하는 게 맞는지, 그냥 평범하게 중소~혹은 알바를 하던 수학강사나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요즘입니다. 애들도 줄어서 수학강사 전망도 불투명한데 둘을 들고 고민하는 것도 무서워요.

대학원생이자 인생 선배들의 아낌없는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