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크게 아프시다.

지병이 재발하셨다.

중환자실에 계신지 거의 2달이 되어간다.

의식이 없으신 채로 눈만 뜨고 계신다.

자가 호흡을 하실 수 있기에, 연명치료는 아니고 지켜보는 단계이다.

아주 미약하게 천천히 나아지고 계시다.


교수님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고 1주일에 한번씩은 고향에 내려가고 있다.

내가 첫째라서, 내가 무너지면 안된다.

어머니랑 동생만 고향에 남아 있는데, 동생 또한 대학원생이다.

아버지를 포기할 수 없다.

한평생 열심히 살아오신 분인데 어떻게 포기하냐.

면회갈 때마다 마음이 진짜 박살나는 것 같다.

너무 안쓰럽고 가여워서 고향에서 자취방으로 올라올 때 마다 무슨 정신으로 운전하는지 모르겠다.

이번 달에 중환자실 병원비가 5200만원이 나왔다.

수술을 안하셨음에도 장난아니더라.


보험은 정말 필요한 것들은 죄다 비급여다.

어머니는 현재 마음이 너무 약해지셨기에 응급 전화를 내 앞으로 돌려놔서, 새벽마다 불현듯 깬다.

아버지가 일반 병동으로 가셨다가 다시 중환자실로 가셨다가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호흡 및 혈액 내 이산화탄소 문제이다.


다행히 우리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연구실이며, 각자의 프로젝트를 맡아서 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교수님께서 내 사정을 들으시고 출근에 대한 규정을 풀어주셨다.

원래는 말할 생각이 없었다.

어짜피 말해도 이해하지 못하실거라는 불신도 있었다.

그런데 미친듯이 쏟아지는 업무 및 연구 압박 아래에서 도저히 제정신으로 견딜 수가 없더라.

그래서 내게 주어진 모든 업무와 논문 publish 과정을 몇날 몇일 밤을 새서 전부 소화한 다음 말씀드렸다.

공과 사는 가려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학생 관리나 그냥 사소한 잡무는 예전부터 쭉 내가 맡아서 하고 있음에 이건 내게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한다.

다만 나도 사람이라, 연구 속도가 느려졌다.

일단 잠을 제대로 못이루고 있다.

제대로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우울증이 온건지 뭔지 아무 생각이 안든다.

두통이 심해서 정형외과에 갔더니 CT를 찍어보고는 목디스크가 터지기 직전에 왔다고 한다.

이렇게 심각한 거북목 사진은 오랜만에 본다며, 원장님이 환자들에게 설명할 때 쓰는 자료에 내 ct사진을 넣어도 되냐고 여쭤보셔서 그러라고 했다.

갈때마다 주사를 12방씩 쳐맞고 약까지 1일 3회 되는걸 받아먹고 있으려니 환장하겠다.


오늘 연구 속도가 느리다며 분발하라는 메세지를 받았다.

곧 버려질 것 같아서 무섭다.

미팅도 꼬박꼬박 참여하고 있다.

이제까지 교수님과의 미팅을 내 사적인 일로 인해 미룬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아파도 했다.

내 가정사정으로 인해 연구를 미루거나, 교수님과의 회의를 미룬 적 없다.

딱 한번, A형 독감에 감염되었을 때 하루 미룬 적 있다.

내가 쓸모 없는 대학원생이라는 선고를 받은 느낌이다.

난 최근 논문 publish도 됐는데, 어떻게 살고있는지도 모르는 내 동료들과 자꾸 나를 비교하게 된다.

차라리 내가 직장인이었다면 이런 압박감은 없었을 것 같다.

언제라도 교수님이 나를 자르실 것 같아서 두렵다.


지금도 대갤에 마음을 배출이라도 하고자 찾아왔다.

도대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내 지능이 뛰어나지지 않는 한 나는 끝장이다.

교수님이 내게 분노하신건지 두렵다.

이제 4학기다.

휴학하면 나에 대한 모든 인건비가 중단되니 지금으로서는 맘대로 휴학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