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애매하게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어요. 애매하게 잘하다 보니깐 의대 치대는 못 가고 지방 수의대 점수가 나왔네요. 원체 기관지가 안 좋고 알레르기가 있어서 점수를 맞춰서 공대에 지원했어요. 전공은 흥미가 없었고 그냥저냥 공부하면서 졸업했어요. 취업은 두렵고 주위에 박사, 교수님들이 있어 자대 대학원에 지원해서 들어갔네요.

자대 대학원은 흥미보단 인기가 많은 곳, 인원이 제일 많은 곳으로 지원했어요. 석사 첫해에 박사 선배님 두 분과 석사 저 1명이 프로젝트를 하기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선배님 두 분은 눈치가 빨라서 대부분의 일을 저에게 짬을 때렸어요. 지금 현재는 두 분 다 프로젝트에 발을 떼고 저 혼자서 하는 중이에요. 교수님은 이 프로젝트가 마음에 드셨나 봐요. 아무래도 요즘 인기가 많은 ai를 활용하고, 미국 대학과 어디랑 협력하는 프로젝트라 저에게 열심히 한 번 해 보라고 부추겼어요.

선배님이 프로젝트 발떼기 전에 지나가는 말로 너무 힘 빼지 말라고 조언했는데, 선배님 말을 들을걸 그랬네요. 이 프로젝트에 메달렸던 시간이 너무 아깝네요. 미국과 협력 과제지만 어느 순간 연락이 안 되더니 언제 연락했는지 기억도 안 나고, 좋아하는 연구도 못 찾고 1년 반 동안 뜬구름 잡았던 것 같아 너무 속상해요. 여차저차해서 졸업논문은 완성은 될 것 같은데, 형편없을 것 같네요.

처음 학부 입학할 때는 미국 박사하고 미국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꿨는데, 그 꿈은 이젠 망상인 것 같아요. 이렇게 어영부영 석사를 졸업해서 뭘 할지도 모르겠고, 박사를 해 봤자 석사 때 일을 반복하고 박사될까 봐 걱정이네요. 부모님과 주위 어른들은 박사 하라고 부추기는데 그럴 힘도 열정도 남아 있지 않네요.

여기 석사, 박사 분들은 다 꿈을 이뤘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