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전을 읽으면서 "스티븐 호킹, 아인슈타인 같이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연구성과를 내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에 고등학생 때부터 꿈을 키워서 대학원 석사까지 쭉 공부를 해왔습니다. 


근데 막상 대학원 생활을 해보고, 연구활동이란 것을 맛을 보는 정도든 뭐든 일단 해보니깐, 제 성향하고는 안 맞는거 같습니다. 저는 자대 대학원에 입학하고 학교 근처 출연원에 3년 학생 연구원으로 있었는데, 제 주변 사람들이나 지도해주시는 교수님, 박사님은 모두 좋은 분들이셨습니다. 다만 내가 어떤 방향으로 연구를 할 것인지 가닥을 잡는 것이나, 중간 중간 단계마다 내가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결정함에 있어 막막함이 느껴질 때 스트레스를 크게 받았습니다. 자료조사나 주변으로부터 조언을 구할 수는 있어도, 그건 부수적인 것들이고, 결국엔 허허벌판에서 어디로 갈지를 정하는 건 제 몫인데, 이런 막막함이 저랑은 안 맞는거 같아요. 


또 연구를 하면 학회나 내부 회의에서 발표를 해야하는데, 여러 사람들 앞에서 얘기를 한다는거 자체도 스트레스였던거 같아요. 특히나 학회 발표시기가 다가오면 올수록 제 머릿속에는 온갖 욕 처먹는 망상이 쉴새없이 지나갔습니다. 물론 준비는 성실히 하고 제가 할 수 있는데까진 하죠. 연구실 선배들하고 같이 검토도 해봤구요. 근데 이건 그냥 제 성격 때문인지, 의식하고 싶지 않아도 제 맘에선 알아서 온갖 소용돌이가 요동을 쳐서 학회장소에 도착했을 때, 발표장에 들어섰을 때도 심하더라구요. 다 끝내고 돌아오면, 기운 빠지고. 


더욱이 연구를 하려면 여러가지 자료조사를 하고 공부를 해야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흥미가 크게 떨어지더라구요. 지금은 집에 머무르면서 제 개인 공부(자격증 취득이나 취업 준비 관련은 아님)를 하고 있는데, 완전 재밌거든요? 차이를 생각해보니깐, 전자는 어떤 성과를 내기 위한 목적으로 공부를 한다면, 후자는 말 그대로 내가 알고싶고 궁금한 것들을 알아보는 과정이라서 그런거 같아요. 물론 전자에도 그런 요소가 있는 건 맞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걸 느끼기가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나한테 공부란 것은 그냥 자기만족과 실력, 이해력 향상을 위한 것으로만 남아야 의미가 있고, 마음이 편하구나"였습니다. 이걸로 학위를 따거나, 연구 성과를 내거나, 돈벌이를 하는걸로 이어지는건, 나한텐 안 맞구나 싶더라구요.


공부에 관해서는 지금 생각해보면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한번씩 "왜 시험을 위해서 공부를 해야하지?"라는 의문이 들었더라구요. 물론 시험을 치거나 평가를 받는 그 자체엔 문제가 없는데, 왜 하필 그걸 목적으로 공부를 해야하는가에 대해 불만을 가져왔던거 같아요. "시험(또는 평가)을 위한 공부(또는 노력)"를 극혐했던 것 같고, 이것도 더 이상 대학원 진학에 마음이 없어진 이유인 것 같아요. "내가 이걸 공부하는건 그냥 내가 하고싶어서, 내가 궁금해서 하는건데, 거기다 내가 지금 나보다 더 뛰어난 전문가에게 내 실력향상을 위한 피드백을 원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학위나 시험 점수나 연구성과로 나의 노력이나 과정을 평가 받아야 하지?" 싶었어요. 물론 이럴거면 대학원 자체를 오면 안 되는 거였긴한데, 대학원 진학을 갈망하던 시점이나 석사를 마치고 휴식기에 들어가기 전까진 제게 이런 성향이나 생각이 있다는 것이 제대로 파악이 안 되었던 것 같아요.  


학위논문도 막상 다 써보니깐, "아 이게 뭐지? 막상 해보니깐 별로 느낌도 없네? 딱히 나한테 큰 의미가 없는거 같은데?" 싶었고, 석사 그 이상의 진로에 대해선 그때 이미 마음을 접기 시작했던거 같아요. 어떠한 수정이나 검토도 받지 않은 학위 논문 초본을 완성했을 무렵이요. 


아무튼 이런 저런 이유로, 더 이상 대학원에 진학할 필요가 없고, 내 전공을 살릴 필요도 없겠다 싶어서 석사만 하고 끝내네요. 그럼에도 대학원 생활을 잘 마무리 했다고 생각하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봐요. 이걸 안 해봤다면, "아 대학원에 진학해볼걸... 대학원에 진학해봤으면 어땠을까?"하는 후회나 아쉬움이 평생 남았을 것 같은데, 직접 해보고 "이정도로 만족하고 끝내자"는 마음이어서 괜찮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