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현상이다. 우리가 가장 분명하게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은 현상이다. 주관과 독립된 객관대상을 가정한다고 해도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객관대상 그 자체가 아니라 주관적 체험이고 주관이 곧 현상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가장 확실하고 의미있는 것으로 주어지는 것은 현상일 수 밖에 없고 현상은 마음이나 의식과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현상은 마음 현상이기도 하고 의식 현상이기도 하다.  
 
 이 현상의 근원이나 기원은 우선 묻지 않기로 한다. 현상은 결국 마음 현상이고 의식 현상이기에 이 현상의 기원을 물질로 생각하거나 혹은 마음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유물론이든 물질주의든 관념론이든 유식불교이든 간에 현재 우리에게 자명한 것은 현상이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현상을 체험한다는 것 뿐이기에 그것을 어느 쪽으로 단정짓는 것은 현단계에선 일종의 논리적 비약으로 취급한다. 

 현상의 모든 것은 정보에서 비롯된다. 객관대상이 감각기관에 전달하는 것. 감각기관이 대상으로부터 받아들이는 것. 신경세포가 전달하는 신호. 뇌가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뇌가 처리한 것. 그리고 마음도 모두 정보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어떤 요상한 용어로 씌여있든 결국 그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정보가 전달된다는 그 사실의 구체화에 불과하다. 
 
 마음의 정의는 수(지각, 느낌), 상(표상), 행(의지, 욕구)라는 마음의 작용과 식(마음 : 대상에 대한 지각, 표상, 의지, 분석, 판단 등과 대상의 종합)이라는 불교의 이론을 따른다.
 
 불교에서는 인식기관과 인식대상의 접촉에 마음이 화합할 때 인식(識)이 생겨난다고 본다. 그리고 이 때의 인식이란 결국 마음이고 마음 현상이고 현상이다. 마음은 다시 정보(현행훈종자)가 되고 정보(종자)는 다시 현상이 된다(종자생현행). 과학 역시 우리 현상세계의 성립 과정에 마음이 개입하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감각 더하기 마음이 현실이라고 했을 때 현실이란 현상을 말한다. 가짜 수술을 통해 기존의 통증이 완화되는 것은 마음의 개입에 의해 현상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 준다.
 
 또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감각대상에서 감각기관 그리고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 정보들이 우리의 언어적 정보(마음)와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마음의 기원이 무엇이건 물질들이 전달하는 정보와 마음(정보)은 서로 독립적인 것이 아니다.      

 결국 현상은 정보다. 그리고 현상이 우리의 삶이다. 우리는 주관과 독립된 객관대상과 직접 마주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물질 자체가 아닌 정보와 마주친다. 그리고 그 정보는 우리의 언어적 정보(마음)와 관계 맺음이 불가능한 정보가 아니다. 마음은 현상이면서 정보다. 마음(현상)이 정보와 마주칠 때 또다른 현상이 만들어진다. 마음이 끊임 없이 이어지며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한 현상은 지금도 계속해서 내 마음과의 화합을 통해 태어난다. 현상의 물질성은 그것이 관념에서 기원하든 물질적 대상에서 기원하든 관계없이 그것의 현실성에 좌우되는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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