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회적 부품화로서의 非잉여전선에 뛰어 들고자 치열하게 경쟁하며 그들의 쓸모에 의해 붙여준 이름표에 침을 흘리며 꼬리를 흔드는 작금의 세태에 통렬한 비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그들의 이름표 놀이에 자신의 존재 가치마저 상실하며 타인의 가치를 매기고 비하하는 수단으로 그들의 표어를 사용하는 것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 이에 잉여 선언을 하고자 하니
 

 1. '나는 잉여가 아니다'라는 말에 반대한다. 
 
 자신이 잉여가 아님을 부정하는 것1)은 잉여 프레임을 거부하는 것이 아닌 그 프레임에서 자신이 잉여가 아님을 주장하는 것이니 그들2)의 잉여 가치에 종속 되어 있음을 말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2. 나는 잉여다. 

 나는 스스로 잉여임을 선포함으로써 그들의 잉여적 가치 구조의 틀에 상처 받지 않는 존재임을 내보인다. 이것은 내면의 가치적 선언이다.

 3. 나는 잉여가 아니다. 
 
 나는 사회적 쓸모와 그 부품성에 의해 내 가치가 결정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자기 존재에 대한 긍정3)의 선언이다.

 4. 나는 잉여이다.4) 
 
 더 이상 그들의 잉여 프레임에 종속되어 잉여 현실을 재생산 하는 역사적 흐름의 군중인 톱니바퀴가 되지 않겠다는 실천적 선언이다.

 5. 우리는 잉여다. 
 
 자기 자신이 잉여임을 가치적-실천적으로 선포한 나는, 무력하고 힘없는 이방인으로 낙인찍혀 추방되기를 거부하고 잉여들의 연대5)를 통해 떳떳한 잉여 공동체를 건설하겠다는 선언이다.
 
 
     
 
 
 주석 1) 잉여가 아님을 부정하는 것은 첫째, 스스로가 잉여 프레임의 잉여이기에 잉여적 가치구조에 상처받지 않기 위해 하는 거짓말과 둘째, 지금은 잉여이지만 非잉여가 될 수 있다는 희망 혹은 그 도상에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되는 부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셋째는 잉여 프레임의 사회에서 잉여가 아닌 非잉여의  일치적 발언이다. 첫째의 경우 분열적 잉여로서의 고통과 자기 존재의 자각을 일깨워 잉여 프레임에서 벗어난 개인적, 공동체적 잉여 비전을 보여준다. 두번째의 경우는 잉여 프레임에서는 잉여가 구조적으로 배출될 수 밖에 없으며 그들은 그러한 구조적 모순을 개인의 노력과 대박이라는 개인적 非잉여의 소망적 환상에 의해 감추고 있음을 알려준다. 세번째 非잉여에게는 모든 非잉여는 잉여가 될 수 있는 위험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일깨우고 세습적 非잉여의 현상의 부조리함을 호소한다.   
 
 2) 그들 : 그들은 무엇이라 명확히 정의내릴 수 없다. 나는 나이면서 그들이기도 하다. 타인은 나에게서 그들을 보기도 한다. 그들은 내면의 획일적, 익명적, 관념적 군중이기도 하고. 구체적으로는 잉여 프레임에 의해 이득을 보고 잉여 현실을 유지하는 자들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러나 잉여 현실에 대한 책임을 구체적 그들에게 묻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한 구체적 그들에 대한 분노는 잉여 프레임을 강화하는 식으로 또다른 그들에게 이용될 수 있으며 잉여 프레임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객관적 시야를 사라지게 한다. 
 
 3) 존재 긍정 : 이것은 잉여 가치이다. 잉여 가치는 잉여임(주석 4 참고)에서 드러난다. 파도는 파도의 자기부정적 운동에서 파도의 존재성을 유지하고 드러낸다. 마찬가지로 잉여는 잉여임이라는 무한한 운동에서 잉여성을 드러낸다. 잉여가 하나의 정태적 목적과 존재로 고정될 때 잉여임은 사라지고 잉여적 존재성도 함께 상실되어 非잉여로 전락한다. 잉여는 잉여의 행위, 잉여임에서 잉여가 되고 잉여로 존재한다. 잉여임은 잉여의 실천 윤리이자 존재 그 자체이다. 잉여임에서 드러나는 잉여 가치는 자신과 존재에 대한 긍정으로 현시된다. 
 
 4) 잉여이다 : 여기서 '잉여'는 부사로써 "눈을 깜빡이다"에서 '깜박'이라는 부사의 쓰임과 같다. 깜박의 뜻이 '눈이 잠깐 감겼다 뜨이는 모양'인 것과 같이 '잉여'의 부사적 의미는 '非잉여에서 잉여로 되어가는 모양, 자각, 실천적 몸짓'을 말한다. 이것을 '나는 눈을 깜박인다'와 같이 바꾸면 '나는 나를 잉여인다'가 되는데 잉여의 주체와 대상이 결국 모두 '나'이므로 '나를'을 생략하고 어감을 고려하여 '~인다'는 '~이다'로 바꿔 '나는 잉여이다'라고 쓴다.
 
 5) 잉여들의 연대는 스스로가 잉여임을, '나는 잉여가 아니다'라는 말의 부정으로부터 시작된다. 주석 1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