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을 인용합니다.
도와주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 어떻게든 할 수밖에.
구해 주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 뒤집어엎을 수밖에.
지켜 주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 완벽하게 방어할 수밖에.
그러는 게 죄는 아니잖아?
우리가 틀린 게 아니잖아?
"나는 모두를 구해 주고 싶었어. 의미도 없이 죽고 이유도 없
이 학대당하는 거, 더 이상은 보고 싶지 않았어. 잘못한 것도 하
나 없는데,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심한 일을 당하는 게 괴로웠어.
이런 거, 특별한 거 아니지? 보통은 이렇게 생각하기 마련이지?
불쌍하다고, 어떻게든 해 주고 싶다고, 구해 줘야겠다고, 이렇
게 생각하기 마련이지? 보통은 화를 내기 마련이지?"
"그럼"
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화가 났다.
아이들이 화를 내고, 화를 내고, 또 화를 내고 있다.
전철이 멈춰 섰다.
역을 나와 고베의 중심가로 향했다.
내가 사는 베드타운 같은 동네와는 달리 그곳에는 수많은 사
람들이 흥청대고 있었다. 가족을 데리고 나온 일행과 커플들이
징그러운 것이라도 보는 눈빛을 우리에게 보냈다. 그러지 마.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마. 화가 나서 벌게진 눈으로 노려보자, 괜
히 얽히고 싶지 않다는 듯이 바쁜 걸음으로 사라졌다. 나는 꺾
이지 않은 쪽의 손을 내밀어 마치이의 손을 꼭 잡았다. 마치이
역시 내 손을 꼭 잡았다. 우리들은 걸었다. 계속해서 걸었다.
그리고 우리들 앞에 거리가, 휘황한 거리가 나타났다.
조명이 켜진 포트 타워.
아름다운 유선형의 호텔.
천천히 회전하는 관람차.
부드러운 빛을 발하는 박물관.
눈부시게 빛나는 다리.
한없이 펼쳐진 잔잔한 바다.
그런 바다를 조용히 달려가는 거대한 배.
나는 처음 보는 고베의 야경에 마음을 빼앗겼다. 아름다웠다.
정말 아름다웠다. 할 말을 잃을 만큼,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웠
다. 내 얼굴이 웃음으로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아름다운 거리가 완벽한 빈 터가 될 거라고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때려 부숴.]
친구도 정말 기쁜 듯 했다.
자, 하자. 해 보자. 냄새나는 것에 뚜껑을 덮는 거리를, 우리
들의 위에 걸터앉은 놈들을, 끔찍할 만큼 깨끗한 모든 것을 때
려 부수자. 우리들의 슬픔을 가르쳐 주자. 우리들의 분노를 보
여 주자. 죄 없고 무력한 우리들의 주장을 공개하자.
"아아, 아아, 미치겠다." 나는 헛소리를 하듯이 중얼거렸다.
"이렇게 아름다우니까 미칠 것 같다. 우리들을 구석으로 몰아붙
이고, 거기에 생긴 공간을 한껏 장식해서 그것을 보고 황홀해하
다니, 용서 못해. 우리도, 나도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보고 싶은
데. 즐겁고 착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난 역시 용서가
안 돼. 다 부숴 버리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야. 부탁할게, 마치
이. 아주 끔찍한 예지를 해줘. 저놈들은 번쩍거리는 게 좋은가
본데, 불바다로 만들어 줄까? 틀림없이 아름다울 거야. 지금보
다도 훨씬 아름다울 거야. 아아, 아름답다. 정말 아름답네."
구해 주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
구제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
우리가 제멋대로인가요?
출처 : 아이들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 사토 유야 지음, 박소영 옮김, 학산 문화사.
1.
우리는 타인의 슬픔에 무관심하다. 자신이 낮은 위치에 있을 때에 그토록 바라던 동정과 관심의 손길 역시 구조에 편입되어 행복을 찾은 이후에는 그들에 대한 '외면'으로 변해버리고 만다. 불행을 겪어본 이들은 불행의 공포를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불행은 이후의 아이들에게로 전가된다. 사회로 나서는 아이들은 이들이 만들어놓은 불행의 대물림 속에서 윗 세대로부터 내려온 불행을 대물림 받는다.
2.
약자를 조심하라, 연민과 동정과 선물은 가장 먼 곳에서, 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종 인간들은 당신의 등을 타고 올라올 것이다. 신밧드가 만난 ¹이상한 노인은 우리가 만든 괴물을 상징한다. 우리는 사회적 약자들을 외면할 수 없다. 다만 사회적 약자의 탈을 쓴 괴물에게 등을 내어주는 아이의 위치에 처해서는 안된다. 아이들에게 짐을 지우려 하는 것,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계급이 낮은 이들에게 부조리를 대물리는 것은 우리가 사냥해야될, 경계해야될, 그리고 분간해야될 괴물의 모습이다.
¹신밧드는 사막의 여행 도중, 한 노인과 만나게 된다. 이 노인은 도저히 걸을 수 없을 것 같은 모습으로 신밧드에게 자신을 업고 사막을 횡단해줄 것을 요구한다. 이를 흔쾌히 승낙한 신밧드에게 업힌 노인은 실은 노인의 모습을 한 사막의 괴물이었다. 사막의 괴물을 등에 업은 신밧드를 보며 주위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신밧드를 외면하기 시작했으며, 조금씩 지치가던 신밧드는 오아시스에 비친 노인의 정체를 보고서야 그가 괴물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개념글 조작으로 10개까지 올리고 그 담날 하나 찍었군 ㅋㅋ
ㄴ철갤의 망상종자 ㅁㄴㅇ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