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을 막는 방법은 다양하게 시도 될 수 있다. 정부의 차원으로 교육과 사회에서 문제를 찾아 구조적으로 변화를 주거나, 경제적인 양극화의 해소 혹은 복지를 통해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또는 개개인의 행동으로 행복을 위한 변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실질적인 변화가 쉽사리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불행을 초래하는 문제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행은 사회 전반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을 뿐 아니라, 개인적인 면에서도 상당히 은밀하고 미묘한 위치에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선적으로 불행에 대해 분명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시대 불행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행복에 대한 보편적인 사상에 있다. 우리는 제각각의 생김새, 특성, 경험, 가치관을 갖고 저마다의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커다란 시대의 흐름을 관통하는 공통된 사상은 언제나 존재한다.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행복은 무엇인지 하는 보편적인 관념은 그저 말장난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사상은 노예를 해방시키거나 혁명을 일으킬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갖고 있으며, 전반적인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판단과 선택, 삶의 방식을 좌우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에게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전반적인 사회에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상이 존재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면 행복하다고 믿는다. 이는 우월한 정도에 따라 사람을 구분할 수 있으며, 이러한 우월성이 행복을 좌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행복이란 단순히 즐거운 감정이 아니라, 사람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목표이자, 삶의 이유를 뜻하며 존재의 의미, 존재의 가치, 존재의 본질, 인생의 목적, 자아정체성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월성을 획득하지 못한, 즉 열등한 사람은 삶을 실패한 것으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혐오감을 느끼고,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해 공허함에 빠지며, 불안, 우울을 느끼게 되고 심하면 자살에 이를 수도 있다. 지금 우리에게 우월성은 단순히 더 행복하고 덜 행복한 기준을 넘어, 생존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우월성은 우리 삶의 최상위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우월성의 세상’은 세 가지 특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우월성의 세상은 많은 사람이 부러워할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월성은 기본적으로 타인과의 비교, 타인의 인정을 통해 획득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모습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물건을 가장 빠르게 구입하고, 무리해서라도 유명한 브랜드의 똑같은 옷을 입으며, 같은 모양의 얼굴을 위해 칼을 대고, 가격이 높을수록 더 많이 구입하는 성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우리는 정해진 기준과 획일화된 성공을 통해 타인에게 인정을 받아 우월한 존재가 되려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우월성의 세상은 모든 것을 소유할 대상으로 여긴다. 우리는 자신의 우월성을 획득하기 위해 명품, 고급차, 커다란 집 등을 소유하려 애쓴다. 또한 말쑥한 외모, 탄탄한 몸매, 근사한 연인, 품격 있어 보이는 지식,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능력, 알아주는 대학과 전공, 직업 등 비물질적인 부분을 소유하는 것도 자신의 우월함을 드러내기 위한 훌륭한 소재가 된다. 즉, 돈, 학벌, 외모, 연인, 지식 등 물질, 비물질적인 것을 포함하여 사람사이의 관계조차 자신의 우월성을 획득하기 위해 소유해야할 대상인 것이다. 게다가 단순히 물건과 같이 취급되기에 이 모든 것은 거래가 가능하다. 학벌로 연인을 사며, 외모로 돈을 산다. 하지만 역시 시장에서 가장 편리한 거래수단은 돈이다. 이렇게 모든 것은 돈을 통해 구입, 소유할 수 있다는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졌다.


세 번째, 우월성의 세상은 폭력적이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대다수는 열등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우월하다면 그것은 아무도 우월하지 못한 것과 같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떤 면이건 자신보다 우월한 사람은 항상 존재하기에 우월성 획득을 위한 경쟁은 끝이 없다.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위한 삶은 세상을 단지 우월성 획득을 위해 싸워야만 하는 환경으로 인식하고, 약육강식이나 생존경쟁 등으로 표현되며 이기심과 탐욕을 부추긴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자리에 있건 항상 빈곤하며, 이러한 불안함을 안고 사는 세상은 폭력적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우월성의 세상이 갖는 이런 특성들은 타인의 시선에 의해 자신의 삶이 좌우된다거나, 돈을 과도하게 추구하며 불안감이 크다는 식의 단순한 문제로 끝나지 않고, 세부적인 현상에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공부는 우월성 향상을 위한 대표적인 수단이다. 삶에 어떻게 활용이 가능하고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호기심으로 공부를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공부는 우리에게 시험을 위해서만 존재하며, 이러한 시험 점수가 우열을 좌우한다. 어려서부터 공부를 못하는 아이는 그 자체로 열등한 사람으로 분류되어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고,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성향은 유지되기에 공부라는 전쟁을 통해 자신의 행복을 쟁취해야만 한다.


사랑도 자신의 우월성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타인에게 쉽게 보여줄 수 있는 외모나 모든 것으로 교환이 가능한 돈은 연인을 선택하는 최우선 조건이며, 돈이 많은 남성과 예쁜 여성은 서로의 우월성 향상을 위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명품과 관계를 거래하곤 한다. 물론 돈과 외모 보다는 성격이나 인품, 때로는 자신을 설레게 한다는 식의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우월성 향상을 위한 관계라는 점은 같아서, 언제든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여건만 된다면 오래된 연인조차 쉽게 걷어 차버린다. 사랑이란 쇼핑처럼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는 단순한 행위로 변하여, 자신을 희생할 각오도, 힘든 상황에서 견디려는 책임감도, 상대를 아껴주려는 배려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사랑은 단지 자신의 우월성 향상을 위한 수단이며, 소유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우월성을 드러내기 좋은 장소다. 그 곳에서는 열등한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우월한 모습으로 과시할 수 있다. 모르는 것도 아는 척 하며, 틀린 내용을 말했더라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렇게 우월함을 획득하면 열등한 사람을 무시하고 핍박하며 더욱 자신의 우월함을 공고히 한다. 또한 많은 인기를 받고 있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 자신보다 우월한 사람에게는 질투와 시기가 생겨 작은 단점이라도 발견하려 애쓰고, 이를 들추고 확대하며 공격한다. 상대를 짓밟고 공격하며 순간적으로나마 자신이 우월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육체적인 힘, 학벌, 권력, 재력 등도 마찬가지다. 힘이 센 아이는 약한 아이에게 빵 심부름을 시키며,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못하는 아이를 하찮게 여긴다. 일류 대학을 다니는 학생에게 그 학교의 청소부는 무시할 수 있는 대상이며, 대기업 임원정도 되면 라면이 맛없다는 이유로 승무원을 폭행하기도 하고, 월등한 권력을 가진 자라면 성추행하는 것에 죄책감도 들지 않는다. 우월한 사람은 스스로를 칭송받아 마땅한 존재로 여기기 때문에 열등한 사람을 깔보고 업신여기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들은 우리의 주변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직관적으로 봐도 뭔가 잘못되었지만, 우월성, 돈이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은 너무 깊게 박혀있어 쉽사리 뽑히지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우월함의 정점인 성공을 원한다. 밟히기보단 밟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 1등을 항상 부러워하고, 성공은 모두의 꿈이 되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치열하게 노력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성공이라는 꿈을 이룰 수 없기에 스스로를 경멸하며 자신이 가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반면 꿈을 이룬 사람조차 예상과는 달리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에 허망감을 느끼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높은 성공만을 향해 달려간다.


애초에 우월함을 목적으로 하는 삶의 방식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무엇을 가졌는가.’ 하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가 좌우되니 스스로를 물질적인 것에 의존하게 만들고, 사물에 예속된 자신의 존재는 텅 비어버린 느낌을 주는 것이다. 게다가 여기서 나타난 무력감은 우월함의 경쟁을 한층 더 힘들게 한다. 인간관계와 사랑조차 자신의 욕망을 위한 수단일 뿐이기에 마음은 고립되어 더욱 외로워진다. 또한 우월성만을 위한 경쟁은 언제든 도태될 위험을 갖고 있기에 불안하다. 공허하고, 외롭고, 불안하지만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른 방법도 알지 못하니, 더 큰 우월성만을 추구하고, 이런 악순환에 불행은 점점 더 깊어진다. 이렇게 우리는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 출산율 최하위,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 청소년 사망 원인 1위 자살이라는 끔찍한 기록을 갖게 된 것이다.


막연히 느껴왔던 불행의 원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타인에게 우월하게 보이기 위해 살아가는 일은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더욱 불행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따로 있다. 우리가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해도 불행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제 왜 우리가 ‘남들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것에 이토록 집착하는지 알아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