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어려운 것을 말하는 일은 맞아.


간혹은 신에 대해서, 세계의 근본이나 이치에 대해서 말하려고도 하지.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언어의 엄밀함과 정확성을 잃어서는 안 되.


말하려고 하는 바가 너무 커서 애매모호하게 말해질 수도 있어.


몇 가지의 개념을 덧대야만 비로소 드러나는 개념들도 존재할 수 있어.


그렇다고 해서 그게 아무렇게나 단정적으로 말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야.


언어라는 틀 안에서, 정확히 말해질 수만 있다면 가능한 정확히 말해야만 해.


철학은 기본적으로 사고의 성실성을 요구하는 작업이고 어찌 보면 결벽적인 작업이야.


극단까지 자신의 생각을 던져넣는 치열함을 잃어버린다면 철학은 존재 이유마저 사라지고 말아.


그리고 어찌 보면 그렇기 때문에 철학은 현실적인 쓰임이 유용한 지침을 내려주지는 않아.


단지 사고하고 판단하는 데에 간접적인 도움을 줄 뿐이지.


그런 지침을 즉결적으로 내려줄 수 있는 건 종교지 철학이 아니야.


정법 강의가 아무 필요 없고 쓸데없다고까지 얘기하진 않겠어.


나름의 용도가 있을 수 있고 그걸 들어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


그러나 요점은 그게 철학이 될 수는 없다는 거야.


사이비라는 건 비슷하지만 근본이 다른 것을 의미해.


흔히 사이비 종교라는 말 때문에 사이비라는 것이 아주 사악한 것을 의미하는 줄 알지만


사실은 그냥 다르다는 걸 의미하는 단어야.


원래 사이비 종교라는 말도 주류 종교와 다른 종교라는 의미에서 출발한 거니까.


굳이 철학이 아니어도 정법은 너희의 바람과 쓰임에 따라 나름의 의미를 가지게 될 거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법이 굳이 철학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어.


종교라고 하여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니고, 이데올로기 정도도 나쁘지 않겠지.


하지만 그걸 굳이 철학으로 만들고야 말겠다면 모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굳이 내가 그렇다는 건 아니야. 난 철학을 전공하거나 깊이 공부하는 입장은 아니니까.


그러나 진짜 정확한 언어와 의미를 갖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 사람들이 기나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쌓아올리는 작업이 부당하게 부정당하는 일이 되고 말아.


어쩌면 그까짓 게 대수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


가치라는 건 각자의 생각과 입장에 따라 다른 문제니까, 별 거 아닌 일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하지만 네가 소중히 여기는 것이 있듯이 타인에게도 소중히 여기는 무언가가 있다는


간단한 황금률만은 고려해주는 게 어떨까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