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언어학자가 원시부족의 언어를 연구하기 위해 오지로 들어갔다. 말이 통하지 않는 원주민과 함께 있는데, 마침 토끼 한 마리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원주민이 "가바가이"라고 말했다. 언어학자는 "가바가이"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상식적인 대답은 이때 "가바가이"가 한국어의 "토끼"와 의미가 같은 것으로 해석하는게 맞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근거는 무엇인가? "가바가이"가 "토끼의 이데아"와 의미가 같다고 보지 못할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원시부족이 플라톤주의 철학에 깊은 조예가 있어서 "저기 토끼의 이데아가 뛰어가고 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고 단정할 근거가 있는가? 이게 너무 극단적이라면 "토끼의 귀"가 아니라고 단정할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fMRI를 동원해서 "가바가이"라는 말소리가 한국어 "토끼"와 생물학적으로 동등한 신경 신호를 유발하는 것을 확인한다 한들, 이는 "가바가이"와 "토끼"의 의미가 같다는 것을 보장하지 못한다.


이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선 "토끼", "토끼의 이데아", "토끼의 귀" 등을 구별할 수 있는 상황에서 다시금 원주민이 무슨 말을 하는지를 들어봐야한다. 하지만 문제는 결국 다시 반복된다. 이를테면 "가바가이"와 "토끼"가 의미가 같은지 다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어 "~의 이데아", "~의 귀"와 의미가 같은 원주민 언어 단어가 결정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즉 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어진 경험적 데이터만을 근거로 삼아 "가바가이"가 "토끼"와 의미가 같은지 결정하는 것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