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랑이 무엇인지 나는 모르네 모르네 모르네. 사랑이 이 세상에 있는지 그것이 있다면 어느 곳에서 피어나는지. 혹시 이에 대한 답을 그대들은 아는가. 어쩌면 사랑은 세상 바깥에 존재하는 101호 원룸의 네 겹 이불 위에 있을지도 모르지. 사랑은 23분 동안 홀짝이며 마시는 커피 한 잔, 검은 액체가 들어가는 입 속에서 나오는 노래소리,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단에 난 길을 걸을 때 찍히는 무형의 발자국 같은 것이다. 비가 내리는 날 나는 한 여자를 사랑하여 내 기억속의 아득한 미래에 갔다 왔다. 희망이 없지만은 않은 그곳에서 우리는 함께하는 슬픔을 보았고 눈물이 가득 흘러 마음을 적셨다. 욕설과 폭행은 곧 예술이 되었고 101호의 방안에서의 사랑은 한 줄 한 줄이 아름다운 시행이 되었다. 점토를 이용한 만들기가 귀여운 코끼리의 분수가 될 때 양아치의 진실과 숙녀의 위선이 서로를 안고 안기었다. 수직으로 만나는 교차로에서 가야 할 길을 가늠하는 자는 갈대와 같은 마음을 가진 여인이었고 병든 수캐는 그녀와 함께 이리 저리 부유하는 뗏목 위에 올라타 격류를 거슬러 올라갔다. 봄이 되어 산에는 꽃이 피고 아름다움의 가치는 색과 향기와 아스라한 흔들림으로 분화되어 다른 더러운 것들을 감추었고 희망 없는 판타지의 디스토피아는 천국 꼭대기의 한 점으로부터 시작되어 여름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그녀의 이름은 H.M., 내가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은 그녀의 눈동자에 차오르던 눈물 뿐. 만약 그녀가 흘린 그 눈물마저 거짓이었다면 나는 그녀의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그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그녀 자신도 확신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그녀는 그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할 말이 없어질 때 눈물이 나와.” 나는 그녀의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대답하였지. “야, 이제 가라.” 가슴이 애려오는 그 대사를 따라 그녀는 가방을 등에 매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렇게 일어나서 101호 문을 열고 빠져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과연 거짓이 아닌 진실이었다. 흰 셔츠는 레깅스의 엉덩이 라인을 감추었고 천변을 사뿐사뿐 걷곤 했던 그녀의 두 다리는 생기를 잃고서 서두르듯 그곳을 빠져나갔다. 문은 살짝 닫히고 잠금장치는 자동으로 걸쇠를 걸었다. 아, 우리가 서로 싸웠던 것은 무슨 이유였을까. 그것은 내가 전에 갈구해 마지않았지만 이제는 죽음의 금기로 정해진 그녀의 체온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녀가 떠나고 난 방은 삼국시대를 살다 간 염치없는 천민의 시체가 누워 있는 귀족의 묘실 같았고 현관문으로 나누어진 두 우주에는 각각 끝을 알 수 없는 공허감만이 잿빛 어둠으로 깔리었다. 비야 내려라 비야 내려라 우주 끝으로부터 땅을 뚫고 들어가는 빗방울아 빛의 속도로 쏟아져 핵폭발을 일으켜라. 세상은 멸망하고 어디서부터인가 날아온 먼지 하나 속에 또다른 우주가 탄생할 것이니 H.M., 나의 천사인 그녀와 또 그녀와 다툰 사탄으로 존재하는 나는 이제 그 속에서 더러운 병균이 되어 태양 속에 들어가 빛날 것이다. 후회는 없어, 아쉬움도 없어, 공허함도 없어, 충만함만이 존재해, 새로운 우주, 태양이 빛나는 거대한 하수구 속에는. 미련하기도 하지 너는, 너는 아이큐 칠십의 저능아지. 죽고 싶지 않다. 단지 싸우고 이기고 싶다. 우월한 위치에 서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쓰다듬고 싶다, 때리고 싶다, 욕하고 싶다, 경멸하고 싶다, 그리고 한 번 해보고 싶다. 한 번 더 하고 싶다. 또 하고 싶다. 하고 싶다 하고 싶다 하고 싶다. 성적 향유와 부를 마음껏 누리는 암컷을 질투하던 무기력한 수컷과 수컷들의 끝없는 폭력에 시달려 증오를 가득 품은 암컷의 사랑은 한쪽은 기만과 속임수에 넘어가는 가련한 바보의 어리석음이요 또 다른 한쪽은 상처와 눈물로 얼룩진 지혜로움이었으니 그 둘을 결합해주는 말은 어쩌면 무덤덤한 아픔이 적당할 것이다. 세월 지나 시간이 한 바퀴 돌아 다시 이 시간을 마주치게 된다면 그녀는 이렇게 말하리,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다고. 그리고 글을 쓰는 남자는 그녀는 자신이 모르는 사람이라고 잡아뗄 것이다. 양자의 말은 각각 참인 명제인데, 실제로 그것은 사랑이 아닌 전쟁이었고, 그는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고 코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과거와 미래는 파편으로 흩어져 혼재되어 존재하고 그것은 단 하나의 가능성이 굳어진 암석이 되어 땅밑으로부터 하늘까지 우뚝 솟아 아마 그 꼭대기에는 증오의 횃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지 않을까. 그 생각만 하면 나는 벌써부터 죽고싶은 생각이 든다. 싸우기를 피하던 두 사람이 만나 왜 싸우게 되었을까. 깨진 하트 속에서는 증오의 검은 물이 흘러내려 흰 종이를 적신다. 그러니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이 글을 작성하는 못된 마음과 그것이 부를 피의 복수가...


2.
미래의 어느 시점에 그녀가 나를 죽일 수 있을까. 내 생명을 100% 절단낼 수 있을까. 나는 그녀에게 죽어야 하는데 그녀가 나의 가슴에 증오의 칼날을 박는 대신 부드럽고 따뜻한 피부를 가져다 대면 어떡하지. 나는 죽게 될 수 있을까. 내가 그토록 바라던 죽음이 찾아올 수 있을까. 내가 죽으면 그녀는 진실된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아니면 그 때 흘리는 눈물 또한 거짓의 성분이 섞여 있을까, 아니면 눈물 같은 것은 그녀의 눈에서 나오지 않는 것일까. 미래는 어떤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까. 죽음의 순간 그 고통의 크기는 어느정도일까. 사실 지금의 나 또한 죽어가고 있다. 나는 죽어가는 일분일초가 괴롭디 괴롭다.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나, 그녀는 어디로 가버렸나, 어디 있을까, 나는 왜 그녀의 뒤를 쫓지 않았나, 나는 이제 외로운데 너무나 외로운데 그래서 아프고도 애린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그녀에게 사죄하는 방법은 내가 죽는 수 밖에 없는데, 나는 바보스럽게 여리고 섬세한데,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울음이 터져나오는데, 왜 나는 여자가 남자에게 맞는 장면만 떠올리면 눈물이 흘러나오는가, 그 장면을 보면 눈물이 나오는가, 나의 성감대는 페니스가 아닌 눈물샘이다, 눈물샘이 자극되어 눈물이 흘러나올 때 나는 쾌감을 느껴, 그리고 귀두 끝에서 정액이 분출될 때 나는 사랑을 느낀다. 여기건 저기건 물이 흘러나오면 그곳에는 힘이 빠진다. 나는 악마가 되어버린 것 같다. 너무나 약한 악마가 되어버렸다. 나는 힘없는 악마다. 여기저기 물이 흘러나오는 악마, 악마의 몸 곳곳에서 힘이 빠져나가 흐느적거린다. 머리 속에는 몸 파는 여자 생각밖에 없고, 여자가 때리고 발로 차면 고스란히 얻어맞는 악마. 왼 뺨을 맞으면 곧이어 오른뺨을 들이댄다. 두 눈을 부릅뜨고 자신을 벌하러 하늘에서 온 자를 바라본다. 습관이 되어버린 우울이 악마의 거주지인 지옥을 안개처럼 가득 채우고 부드러운 이불 속에서 악마는 지금 이 글을 작성한 이후에 너무나 큰 절망감에 시달릴 것이다. 지금 나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삼각김밥을 먹는 상상을 한다. 그것으로 갈증과 배고픔이 상상적으로 해소된다. 단 것을 먹는 상상은 상상적 행복감을 가져다 준다. 그리고 실제로 이마트24에서 판매하는 생초콜릿, 그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생크림을 초콜릿과 섞은 것이었지. 그것을 먹는 내 입에서는 입냄새가 심하게 난다. 그녀는 아마도 내 입과 혀에 자신의 입을 가져다대기가 역겨웠을 것이다. 입맞춤을 하기 전 초콜릿을 사서 내 입에 집어넣어준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때문이었겠지. 죽고싶다. 냄새나고 더러운... 죽고싶다. 그런걸... 아... 나는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미쳐서 생각을 오래 했었고 결국엔 땅에 내동댕이쳐졌지. 패배는 언제나 나의 몫이었다. 가장 약한 악마가 천국의 하나님 목을 따버릴 생각을 한 것이다. 그 피로 축제를 벌이는 상상을 했던 것이다. 그 상상만으로도 악마의 머리 속은 환희로 가득 찼다. 이제 나는 모든 이들의 경멸을 받는다. 나 또한 모든 이들을 경멸한다. 절대적으로 비대칭적인 경멸을 피해 숨을 곳을 찾았지만 그럴 때는 상상속의 존재들이 나타나 나를 경멸한다. 나는 나를 둘러싼 경멸의 시선과 싸우는 중이다. 응, 나는 죽어야겠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이 죄지. 그러나 아무도 나를 죽이지 않는다. 죽일 가치가 없는 것이다. 대신 모든 사람들이 내가 내 스스로 죽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 죽어버리는 거야. 이 글을 모두 작성한 이후에 나는 죽어버리는 거다.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나를 경멸하던 자들이 그 경멸의 정도를 조금은 줄이지 않을까. 나의 명예가 약간은 아주 약간은 아주 아주 약간은 회복되지 않을까. 나 뿐만이 아니라 내 부모님의 명예 또한 말이다. 내가 죽어야 하는 당위는 차고도 넘친다. 하지만 사실과 당위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통용되는 상식 아닌가. 나는 당위를 지키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인생을 25살까지 해야하는 것을 하면서 살았다. 26살부터 당위 같은 것은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살았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재미있는 것을 하면서 아무렇게나 막 살았다. 그리하여 내 인생은 고속도로를 내리막으로 내달렸고 사람들은 그런 나를 두고 정신병 낙인을 찍었다. 나에 대한 말들을 뒤에서 대놓고 지껄여댔다. 나는 죽음과도 같은 긴 터널을 어떻게 지나왔을까. 터널을 지나오면서 행복이라는 궁극적 가치는 내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잡히지 않는 허상을 평생동안 좇으며 그렇게 살라지, 나는 행복 대신 순도높은 불행을 추구하겠다. 이제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법이나 이론 같은 것을 철저히 무시해버리고 싶다. 아예 그런걸 보지 않고 잊어버리는 거다. 그리고 크게 외친다. "세상 사람들 씨발 다 엿이나 먹으라지! 엿처먹어라 망할 세상 씨발놈년들 새끼들아!" 세상 사람들에게 엿을 쳐먹이고 싶어하는 나는 내 자신 스스로에게도 엿을 먹인다. 그것은 아주 달콤한 엿이다.


3.
죽어버리고 싶다. 달콤한 엿을 수도없이 쳐먹고 당뇨병에 걸려버리고 싶다. 아마 지금도 나는 당뇨병 환자일지도 모른다. 병원에 가서 종합검진을 받은 적이 언제인가. 내 어림짐작으로 나는 약 80%의 확률로 당뇨병에 걸렸을 것이다. 20%는 당뇨병에 걸리지 않았을 확률이 있다. 그녀를 보고 싶다. 병에 걸린 나를 그녀가 발로 차고 때렸으면 좋겠다. 나는 병에 걸려서 말라죽어가는데 그런 나를 계속 팼으면 좋겠다. 쳐맞고 싶다. 다른 사람은 나를 때릴 권리가 없다. 오직 그녀만이 나를 팰 권리가 있다. 그녀가 내 싸대기를 때려 귀가 윙윙 울릴 때 나는 사는 맛이 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은 너무 루즈해. 그녀가 이곳에 나타나서 나를 패줬으면 좋겠어. 모르겠다. 미래가 너무 무섭다. 최악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아. 개같이 질질 끌려다녔으면 좋겠어. 자기가 끌고다니던 개를 죽이지는 않겠지. 그렇겠지. 쳇, 해는 왜 떠있는 거람?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해야 죽어라! 나만 죽을 수는 없지, 다 같이 죽자, 그런데 나는 다 죽일 힘이 없으니까 해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칠흑같은 밤만이 지속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하나둘 죽어가겠지. 아비규환의 지옥도가 펼쳐지는 것이다.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사라지고 최후의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 가장 큰 공포를 느낄 것이다. 오래 산 죄! 그것은 공포로 돌아온다.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자는 아마 신과도 같은 존재일텐데, 그가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니 역시 신적인 존재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에 해당하는 것의 스케일이 큰가 보다. 약하디 약한 나는 공포따위는 느낄 겨를 없이 살해당할 것이다. 죽는건 좋은 거야, 그것도 일찍 죽을수록 좋은 거야, 생각을 잠재워놓고 고통없이 죽는 안락사야말로 가장 좋은 죽음이지. 무한한 신과같은 정신으로 죽음을 생각하면 머리가 미쳐버리고 말거야. 미친다니까. 나는 미친 새끼였고 그녀는 미쳤다고 주장하는 여인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그녀가 나를 가지고 논 것 같다. 나는 노리개일 뿐이었지, 그렇지. 노리개였어. 그건 사랑이 아니었어. 다 거짓이었지. 하나부터 열까지. 정해진 레파토리 준비된 멘트 실수를 가장한 고의. 이런 인식에 도달하고 나니 글을 쓰기가 싫어진다. 그녀는 나를 조종할 수 있다. 관계를 할 때 싸게 할 수도 있고 못싸게 할 수도 있다. 그것을 그녀가 관리하고 결정내리고 유도한다. 나는 거기에 끌려간다. 경험많은 암컷과 약한 수컷의 결합이다. 나는 여자를 때리지 않기 때문에, 거칠게 하지 않기 때문에... 그 때문에 그녀는 나를 얕보고 무시한다. 자기를 수도없이 패던 남자보다 훨씬 약한 남자라는 거다. 상남자가 아니라 찌질한 찐따를 상대해준다는 거다. 찐따에게는 섬세하고 착하다는 긍정적 상찬을 붙여 준다. 넌 약하지만 참 섬세하고 또 착하잖아... 그런 나를 내려다보고 표용하는 그녀는 참으로 은혜롭기도 하지, 찐따를 안아주는 그 드넓은 마음이란... 물론 그것은 레벨 1의 캐릭터를 자기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것이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왜이리 혐오스러운 사람일까. 날이 갈수록 추해지는 것일까. 이제 살아서 뭐하지, 글 쓰는 것도 그다지 재미가 없는데. 그렇다고 다른 것이 막 재미있지도 않은데. 이제 좀 맞고 싶다. 나는 쳐맞아야 할 것 같아. 맞아서 기가 꺾여야 할 것 같아. 푹 고꾸라져서 쓰러져야 할 것 같아. 힘없이 저 바닥으로 그 바닥 아래로 더 아래로 아래로 그 아래로 아래로 계속, 지옥의 밑바닥의 더 아래까지 그 아래의 아래의 아래의 아래의 아래의 아래의 아래의 아래의 아래의 더 아래의 아래의 아래의 아래 아래 있는 아래의 더 아래 그 밑의 또 밑의 밑의 아래에 있는 밑 아래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