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강의] 4. 제 1 장 - 4



제 1 절 - 4



성性 - 2



지난 시간에 '유전자DNA - 성충동sex drive - 감정feeling'으로 이어지는 생물학적 구도가 중용 철학에서 '하늘天 - 명命 - 성性'으로 이루어지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사실 현대 생물학 혹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개념과 동양의 '천명성'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말을 하기는 어렵지만, '인간의 타고난 성은 비록 왕이라 할지라도 거스를 수 없다'는 중용 철학의 정신과 다르지 않다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공자-자사로 이어지는 유학의 흐름은 왜 인간의 감정을 천명에 비교했을까요? 그것은 왕권도 어찌할 수 없는 권력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일상적 행동에는 어떤 특정한 '흐름' 혹은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밝히기 위함입니다. 인간의 행동은 너무나 다양하고, 그것은 중국대륙처럼 너무나 넓은 땅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는 매우 쉽게 관찰됩니다. 그래서 현상적으로만 보면 인간의 행동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 되겠지만, 사실 그런 행동의 다양성의 기저에는 아주 적은 수의 '동기들'이 있다는 걸 옛날 사람들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동기들을 체계적으로 묘사한 최초의 책은 '주역'이 되겠지만, 그 주역 사상을 이어받아 공자가 완성한 것이 바로 '성性'론입니다(물론 이 성론이 공자의 순수 창작이라기 보다는 당대 학자들이 널리 믿고 있는 이론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몸은 10만개 이상의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단백질들은 20개의 아미노산으로만 이루어집니다. 혹은 DNA는 매우 복잡하지만 그 구성요소는 아데닌Adenine, 타이민Thymine, 구아닌Guanine, 사이토신Cytosine의 4가지 염기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더 간단하게 말하면 컴퓨터의 모든 정보는 0, 혹은 1로만 구성되어 있죠. 다양한 현상들의 원인은 이렇게 단순한 동기들이나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전 지구적으로 비슷하게 공유하고 있던 생각이었습니다. 복잡한 것을 복잡한 것 그대로 놔두고 방치한 것이 아니라, 그 원리를 찾아 들어간 것이 인간 문명의 위대한 부분 중의 하나입니다.


중용의 성은 '희로애비喜怒哀悲' 혹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는 인간의 감정을 말하는 데, '희로애비'는 '성자명출性自命出'이 기원이고, 중용에서는 '희노애락'이라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성자명출이 '기쁘고, 화나고, 슬픈' 감정만이 있는 데 반해, 중용에서는 '즐거운'이란 감정이 하나 더 추가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중용이 좀 더 후대의 작품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는 있습니다. 여하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 감정들은 '하늘의 명령'이니 절대 거스르지 말라는 것이 중용의 첫머리에서 강조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왕이라고 해도 '부모가 죽어서 슬픈' 사람에게 웃으라 말할 수 없고, '자식이 태어나 기쁜' 사람에게 애곡하라고 명령할 수 없는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만약에 어떤 왕이 나와서 '부모가 돌아가시면 잔치를 열고, 아이가 태어나면 초상을 치르라'고 명령한다면, 아마 어떤 왕이라도 정권을 잃고 쫓겨나게 될 것입니다. 사람이 모여산다는 것은 개개인의 그러한 감정의 흐름을 잘 처리한다는 말이고, 이것은 그런 감정들을 절대 무시하지 말라는 말과도 같습니다.


그리하여 중용은 천명이나 다름이 없는 인간의 감정을 어떻게 집단적으로, 혹은 질서정연하게 표현해서, 문명이 천명과 순응하게 할 것이냐를 고민한 책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든 자기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공공선을 이루어 준다'는 아담 스미스의 통찰처럼, '누구든 희로애비를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면, 천하가 안정되리라'하는 것이 공자의 사상의 위대한 통찰이라고 할 것입니다.


'천명지위성'으로 열어제낀 인간성의 불가역성에 대한 위대한 선언이 어떻게 인류 문명의 당위로 이어지는지 다음 시간에 더 알아보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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