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대학에서 논리학 교재로 사용하는 명저 <기호 논리학, 어빙 코피>을 봐도 그렇고,
국내에서 유명한 논리학 입문서인 <코어 논리학, 이병덕> 을 보면 서문에 이런 말이 나온다.
'논리학을 공부한다고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지는 않는다'
'여러분이 이 교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타당한 논증과 타당하지 않은 논증을 구별하는 것 뿐이다'
논리학의 대가들이 하는 말에 이미 답이 나와있다. 논리를 공부한다고, 논리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논리를 공부하면 논리적으로 사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싶다. 마치
논리를 화술이나 화법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앞서 논리의 대가들이 주장하듯
논리학은 화술이나, 화법, 생각의 기술에 대한 학문이 아니다.
왜 그런가?
논리학이란, 인간 일반이 가지고 있는 객관적 사고의 구조와 형식을 드러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그것은 구조와 형식이기 때문에,
논리 자체는 말하여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만약 누군가가 논리 자체에 대해 말한다면, 그 말 자체에 이미 논리의 형식이
드러난다. 따라서 우리는 다시, 논리를 설명하는 말에서 드러나는 논리에 대한 설명 요구를 받는다.
이것은 무한 후퇴를 일으킨다. 거듭 강조하자면 논리는 드러나는 것이다.
반면 화술은 다르다. 화술은 구체적인 상황속에서 다른 이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어떤 범주의 어휘를 선택할지, 어떤 순서로 말할지, 어떤 억양으로 말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준다.
그래서 화법을 배운다는 것은 화법이 지시하는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이다.
따라서 형식과 구조를 '드러내는' 논리와, 구체적 대상을 '지시하는' 화법은 본성 자체가 다른 것이며
인간이 스스로 어떤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화법이지, 논리가 아니다.
논리는 어떤 주장이 주어졌을 때 그것의 타당성을 분별할 수 있게 해줄 따름이다.
국내 최고 철학 커뮤니티 서강올빼미에서 전문 연구가들이 좋은 비유를 한다.
'법을 많이 안다고 해서 법을 잘 지키게 되는 것은 아니다. 논리도 마찬가지다'
법과 논리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둘 다 일종의 형식과 구조라는 점이다.
법은 인간 행위 일반에 적용되는 형식이 되고, 논리는 말과 생각 일반에 적용되는 형식이 된다.
형식과 구조를 아는 것은, 그 형식과 구조에서 벗어난 것이 무언인지 인식하게 해주도록 만든다.
사실 그래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재료'다. 논리의 재료는 무엇인가? 개념이다.
그래서 논리라는 것은 어떻게 본다면 대상과 개념의 결합 규칙 혹은, 개념과 개념의 결합 규칙이다.
노가다판에서 수십년을 일한 저학력 노동자를 생각해보라. 그는 적어도 공사현장에서는 논리적이다.
머릿속에 업무와 관련된 개념의 체계가 훌륭하게 완성되어, 업무 지시를 위한 주장들 대다수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반면 수학과 논리학에 평생을 몸 담은 사람을 공사현장에 데리고 가서 뭐라도 아는척 해보라 한다면,
그는 이치에 어긋나는 말만 내뱉을 것이다. 형식과 구조에 대해 잘 안다고 해서, 재료에 대해서 잘 알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논리에 집착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논리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본인들 분야에서 많은 경험이 있다면 그는 충분히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다.
다만 논리를 잘 아는 것은 자기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진술에서 모순을 찾아내는 것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은 내가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일맥상통한다.
네. 동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