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12시 30분...오늘도 어김없이 열리는 도어락 소리와 함께, 온 집안에 김걸뱅(56)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진다.

“야~!! 김빡부이 어디있노 이거!!”

이미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이제는 몸에 배어버린 루틴대로, 김빡붕(21)은 조용히 스탠드 불을 끄고 책을 덮는다.

“아니 당신은 왜 이렇게 술을 마셔...”
“나와 봐 좀 인간아. 씨 우리 아들래미 저 얼굴 좀 볼라니까“

김빡붕은 굳이 아버지를 자극하는 어머니가 슬슬 한심해 보였다.
몇 년을 얻어터지고도 저 정도면 그냥 학습능력이란 게 없는 것 같다.

하긴, 어머니에게 학습능력이란 게 있었다면 자식새끼가 재수까지 해서 88848등급이 나온 마당에 수특과 인강패스를 사라며 또 몇백만 원을 줬겠는가.

”아유 빡붕이 자요..”
“야 이 개 썅년아 누가 너한테 물어봤어 이 씨발 진짜“


김빡붕에게는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이, 성인이 되기 전이었다면 귀가 후 모든 노트북과 휴대폰 사용을 금지당한 채 오직 책에 의존해서만 공부하다가

이런 상황이 닥치면 갑자기 방에 난입하여 책이 깨끗하다며 되도 않는 트집을 잡아 시비를 거는 김걸뱅(56)을 마주해야 했을 것이었다.

때문에 김빡붕은 오늘의 피해자가 어머니 뿐이라는 사실에 내심 안심하며, 부모의 점점 높아지는 언성을 들으며 잠을 청하려고 했다.


벌컥-!!


휴대폰으로 하샤를 켜며 이불을 막 뒤집어쓰려던 찰나에, 문이 세차게 열렸다.

김빡붕은 급히 고개를 숙였으나 아버지를 속일 수는 없었다.

둘의 눈이 마주치고, 이윽고 김걸뱅은 천천히 김빡붕의 방으로 들어가며 전등을 다시 켰다.

“뭐야.. 이새끼 안자는데? 야 너.. 너 이새끼야 아부지가 왔는데 인사도 좀 하고 그래야지 쯧...”

김걸뱅은 자신이 개좆소 생활 30년 동안 솔찬히 깎아왔다 자부하는, 그만의 갈구기 루틴을 꺼내기 시작했다.

“일로와 딱 앉아”

“허리 펴고 고개 딱 이렇게 들고. 시선 어디 보라 그랬지?”
“전방 5도요” “그래”


“이새끼야 내가 너 하나 잘되라고 이씨 얼마나.. 존나 바쁘게 저 여기저기 다 싸돌아다니는 줄 알아 이 씨발새끼야 못돼 처먹은 새꺄 진짜..”

“아 그만 좀 하고 자라고!!” 거실에 내팽개쳐졌던 어머니가 어느새 방 앞까지 와서 소리를 지른다.

딱 다음 멘트를 꺼내려던 김걸뱅에게는 최악의 타이밍에 방해받은 셈인지라,
그의 분노가 마침내 폭발했다.

“야”

“..네”

“가서 문 잠구고 와”

“...”

김빡붕에게는 그것에 거역할 마음도, 힘도 남아있지 않았기에, 천천히 일어서서 문을 잠궜다.


김걸뱅과 김빡붕이 방 안에 고립된 그 순간, 이미 김빡붕이 고등학생 시절 일진들에게 수차례 당해봤던 와사바리가 날아왔다.

익숙한 그 느낌에 향수에 젖을 새도 없이, 곧바로 다시 일어서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차렷.”

“차렷!”

“몇대 맞을래?”

“...”


김걸뱅의 불타는 눈빛은 오늘 밤이 무사히 끝나지 않을 것임을 다짐하고 있었다.

밖에서는 어머니가 손이 부르트고 까져가며 다급하게 문을 따려고 박박 긁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병신같은년. 아빠는 무적이라니까? 김빡붕은 속으로 엄마를 비웃었다.

곧이어 아무도 막을 수 없는 가장의 위대한 주먹이 날아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