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성 존재론


사람은 자신을 인지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나는 나를 인지하고, 내가 겪은 과거와 지금의 나, 그리고 내가 마주할 미래를 함께 인식하며 살아간다. 시간은 흐른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과거·현재·미래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중 단 하나의 지점을 인식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나는 지금의 내가 존재함을 인식하기에 존재하는 것이고, 나의 존재는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이 의미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삶은 그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내가 살아가며 쌓아가는 흔적들은 나의 존재를 더 뚜렷하게 만들고, 그 흔적들은 죽음 이후에도 타인에 의해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인식은 나의 의도와 다를 수 있으며, 해석은 해석자의 것이지 나의 것이 아니다. 나는 단지 흔적을 남기고 갈 뿐, 그것을 어떻게 의미 짓는가는 타인의 몫이다.


기억을 잃는다 해도, 내가 나를 인지했던 시간들이 존재했고, 타인이 나를 기억한다면 나는 여전히 나라고 할 수 있다. 타인의 기억 속에서 나는 계속 남아 있을 수 있고, 그것이 완전히 나와 동일하지 않더라도 나를 반영하는 하나의 거울이 된다. 다만 그 거울은 나와 닮은 무언가일 뿐, 나 그 자체는 아니다.


나는 나를 복제한 AI나 복제인간을 나라고 보지 않는다. 설령 그가 나와 완전히 똑같고 내가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과 기억을 갖고 있다 해도, 그것은 내가 아니다. 그것은 나를 닮은 무언가일 뿐이며, 나의 세계에서 쌓아온 모든 경험의 과정이 빠져 있다. 결과만 남은 존재는 나의 본질을 대신할 수 없다.


내 철학은 결국 여기로 귀결된다. 내가 죽는 순간, 나의 세계는 끝난다. 나의 이론을 계승해 발전시키는 타인이 있다 해도, 그것은 그 사람의 것이다. 나의 흔적을 기반으로 삼을 수는 있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것이며, 나와는 다르다.


이러한 철학을 나는 "고유성 존재론"이라 부른다. 존재는 각자 고유하고 대체 불가능하며, 자신의 세계를 스스로 인지하고 구축해가는 데에 의미가 있다. 타인의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존재의 유효성을 증명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 철학을 통해 나의 존재를 설명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