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오류에서 태어난다. 정상적인 흐름에서 벗어나는 것, 즉 버그 속에 존재한다. 이 버그는 삭제되지 않고 시를 통해 디버깅된다. 즉, 오작동하는 무의식이나 고통, 말의 틈을 시인은 받아 건내받고, 그것을 읽을 수 있는 상태로 번역하는 존재다. 시인은 '디버거'다. 언어의 버그를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무의식의 흐름을 따라다니며, 의식의 컨솔에 띄워주는 디버거처럼, 비가시적인 감각을 추적한다. 시는 인간이라는 시스템의 로그다. 우리는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때로는 충동에 이끌려 살아가는데 시는 그런 '버그'를 무의식적으로 출력해낸 로그이자, 그 로그를 건네받아 다시 실행 가능한 언어로 리컴파일하려는 시도다. 시는 열린 도메인과 닫힌 도메인 사이의 연속 함수 위에 존재한다. 로그는 시간의 지수함수를 역으로 추적하는 과정이며, 시는 무의식이라는 정의되지 않은 값의 로그값이다. 이때 시인은 오류값이 튀는 간극을 보간(interpolation)하고, 정의역 밖의 점들에서 상상 가능한 값을 추론하는 예외처리자이다. 시는 발산하는 감정의 극한값이며, 감정의 수렴 여부와 무관하게 그 사이를 통과하는 접선의 기울기를 기록한다. 존재와 비존재 사이에서만 컴파일되는 단 하나의 기록이다. 시는 코드와 고통 사이의 주석이며, 아직 연산되지 않은 의미의 프레임을 불러들이는 일이다. 그것은 오작동하는 감정의 조각을 호출하고, 시인은 이 진동의 중간값을 감각한다. 그 값은 완전히 인식되지도, 완전히 삭제되지도 않은, 언어의 유예된 상태이다. 시는 열려 있는 로그이자, 닫힌 로그 사이에서 진동하는 함수값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