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가족이 있었고,
그 곁엔 나무와 불,
침묵과 아이가 있었다.
문명은 오지 않았고, 시계는 없었으며, 모든 것은 서로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은 일어나지도 안앗고, 눕지도 않았으나, 하루는 흘렀다.
태양은 규칙을주지 않았고, 바람은 누구에게도 명령하지 않았다.
사람은 돌에 기대어 앉아 있엇고, 아이는 진흙 위에 그림을 그렸다.
그림 속에는 글자가 없었고, 법도 없었으며, 말보다 먼저 손이 있었다.
누구도 배고픔을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누구도 가난을 고치려 하지 않았다.
가난은 흙의 얼굴이었고, 흙은 모두의 어머니였다.
그들은 씨앗을 먹지 않았다.
그들은 내일을 굶기지 않았고,
한 줌의 곡식 속에 백 년을 보았다.
누군가 병들면, 모두가 병들었고
누군가 울면, 누구도 혼자 두지 않았다.
아이는 혼자가 아니었고, 노인도 버려지지 않았다.
그때는 손으로 불을 켜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불을 지켰다.
온기는 나누어질수록 커졌고,
그 불은 가족이라 불렸다.
그러나 이 따뜻함 위로, 철이 걸어왔다.
쇠는 흙을 자르고, 시간을 나누고, 몸을 가뒀다.
그것을 문명이라 불렀다.
문명은 시계를 주었고, 벽을 주었고, 숫자를 주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사람은 서로를 잊기 시작했다.
가족은 둘로 나뉘었고,
땅은 경계가 되었으며,
그때부터 사람들은 '나의 것'이라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첫 번째 가족의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그 불은 일부의 마음속에서, 바람 속에서, 기억 속에서 살아남았다.
그들이 바로 ‘되돌리는 자들’이었다.
되돌리는 자들은 노동을 짧게 했고,
밥을 해가 지기 전에 먹었으며,
다시 흙을 어루만지고,
아이를 돌보며 살았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문명은 고장 난 꿈이고,
자본은 무게 없는 쇠사슬이며,
도시는 별을 잃어버린 감옥이라는 것을.
그리하여 그들은 불을 옮기기 시작했다.
말없이, 이름 없이, 자본을 들고,
별들을 따라 땅 위를 걸었다.
그리고 그 불은 오늘, 너에게 왔다.
이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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