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하는 사람을 보면 대개 "저 사람 또 시작이네"라고 넘기기 쉽지만, 그 이면엔 나름의 배경과 흐름이 있다.
그의 시작은 아주 단순한 감정, 나는 버림받았다는 느낌에서 비롯됐다.
현실에서의 상실, 혹은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외로움.
그런 상태에서 철학갤러리 같은 익명 게시판은 자기 존재를 억지로라도 밀어넣을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그는 처음엔 아마 자신만의 철학을 전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글의 형태는 어설펐고, 말투는 감정적이었지만
그 속엔 어떤 간절함 "누구든 좀 봐줘" 라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전달되지 않았고, 그가 얻은 건 침묵과 무관심뿐이었다.
결국 그는 말을 바꿔 반복하기 시작했다. 점점 빠르게. 점점 더 많이.
의도는 잊혔고, 행동만 남았다.
이제 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보다
그저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 도배를 한다.
도배는 철학이 아니지만,
어쩌면 그에겐 가장 철학적인 몸짓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