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글(기표)이 사실(기의)과 분리되어 기능할 수 있다는 점, 다시 말해서 기표의 자율성과 관련된 논변은 쏘쉬르의 두 테제, 즉 자의성의 테제와 차이의 테제에서 출발한다. 데리다는 이 두 테제를 이용하여 기의의 발생이 기표들 사이의 차연에 의존함을 증명한다. 차연의 테제는 두가지 극단적인 유형의 글쓰기, 즉 철학자가 추구하는 영도의 글-쓰기와 문학이 꿈꾸는 절대의 글-쓰기에 모두 불가능 선고를 내리는 위치에 있다.
영도의 글-쓰기에서 기표는 기의의 도래를 위해 등장했다 사라져야 할 휘발성 매체가 되어야 한다. 반면에 절대의 글쓰기(말라르메, 아르또, 바따유 등)는 재현의 논리와 반복의 논리를 철저하게 거부한다. 그 결과 자기 이외의 어떤 것도 가리키지 않는,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가리키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언어가 되고자 한다. 차연의 테제는 절대적 언어가 철학적 언어와 마찬가지로 불가피하게 재현과 반복 가능성의 논리에 의해 지연, 보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반복이 모든 의미화의
환원 불가능한 조건임을 말한다.
현대 프랑스 철학사 | 한국프랑스철학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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