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랫동안 생각해 온 것인데, 결혼 생활이라는 것 자체가 원래 뜨거운 열정 혹은 냉철한 이성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습관’인 것 같습니다. 이건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 구조에 대한 이해에서 나오는 생각입니다. 대부분의 중요한 활동들이 그렇듯이, 결혼도 결국은 반복과 익숙함에서 나오는 일상의 리듬으로 굴러갑니다. 대표적으로 공부가 그렇죠. 제가 봐 온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눈에 불이 켜진 채로 독기 품고 책상에 앉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공부가 자연스럽게 일과의 일부가 된, 습관적으로 문제를 풀고 교과서를 넘기는 아이들이었어요. 어떤 특별한 각오나 계기가 아니라, 그냥 그게 당연하다고 느끼는 리듬 안에 있는 사람들이 꾸준히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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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특정한 상대가 내 옆에 있는 게 점점 익숙해지고, 그 익숙함이 정서적 안정으로 이어지며, 그 사람이 없는 삶이 오히려 낯설어질 때 비로소 결혼은 지속 가능한 관계가 됩니다. 정열적으로 사랑해서 혹은 결혼이 ‘맞는 선택’이라서 유지되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반복된 일상 속에서 그 사람과 사는 게 당연해져버린 상태, 이게 진짜 결혼입니다. 지금 기성세대 중에서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이어온 사람들도 대부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상대를 열렬히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이 옆에 있는 삶에 너무 익숙해져버렸기 때문에 계속 함께 사는 거죠. 이는 단순한 타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정서적 안정감이란 결국 ‘예측 가능성’에서 온다는 심리학의 원리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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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습관을 제대로 들이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젊을 때부터 함께하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 나이에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일상적 습관으로 자리 잡혀야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무리 없이 살 수 있습니다. 사람은 원래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지고, 자기가 오랫동안 해왔던 방식에 더 집착하게 되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젊은 시절의 생활방식은 단지 청춘의 기록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생활의 '틀'을 만들어내는 설계도 같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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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볼 때, 지금 한국 사회에서 너무나 당연시되는 ‘젊을 때 여자는 즐겨야 한다’는 통념은 정말 위험한 독입니다. 이건 무책임한 유흥을 권장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장기적으로는 자기를 망치는 생활 습관을 주입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젊을 때 늘 상대를 갈아치우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감정을 소비하고, 관계를 ‘기록’보다는 ‘전시’하는 식으로 살아온 사람이 나중에 진지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긴 어렵습니다. 그건 마치 어릴 적부터 매일 인스턴트 음식만 먹던 사람이 갑자기 건강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럴 수도 있지’라는 식의 낙관론은 개인 차원의 이야기이지, 사회 전체가 그 방향으로 획일화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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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구 사회에도 그런 식의 ‘젊음을 즐기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 어디든 유흥 중심의 청춘기를 보내는 사람들은 있어요. 그런데 한국은 그런 삶의 방식이 선택지가 아니라 일종의 '규범'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그 방향으로 살지 않으면 ‘촌스럽다’거나 ‘노잼’이라는 낙인이 따라오고, 그걸 거부하면 도태된 사람으로 취급받는 분위기입니다. 문제는 그 사회적 압박이 자율적인 삶을 가능하게 하는 자유의 분위기와 전혀 다르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집단 동조 강요이며, 그 안에서 자기가 진정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증거:
남자친구를 1년에 몇 차례씩 갈아치우고, 그 과정을 SNS에 남기며 ‘나답게 사는 것’을 표방하는 태도는 사실상 어린아이가 아이스크림을 양푼으로 퍼먹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건 자유가 아니라 중독이고, 선택이 아니라 회피이며, 삶을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자극에 반응하는 생리적 반사입니다. 아무리 성실하고 똑똑한 사람이라 해도,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 오래 노출되면 결국 그것이 내면화되고, 스스로 옳다고 믿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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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사회에서만 자라온 정말 똑똑한 엘리트들이 서구 사회에 가면 갑자기 미성숙한 사고방식을 드러내는 걸 볼 때마다 저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리 개인이 뛰어나도, 사회는 그 사람을 다시 만든다는 것입니다. 가치관이라는 것은 개인의 의지나 이성만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일상적 반복, 눈치 보기, 공기 읽기, 유행에 대한 반응을 통해 사회 전체가 만들어낸 '기후'입니다. 한국은 그 기후가 유난히 강하고, 강한 만큼 틀어졌을 때의 후유증도 큽니다. 그리고 지금의 한국 사회는 그 후유증을 앓고 있는 중입니다. 가정이 무너지고, 결혼이 피로하게 느껴지고, 진중한 관계가 사치가 되어버린 이 상황은 단순한 문화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지속 가능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경고일 수도 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결혼을 선택할 젊은 남성들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고,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도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입니다.
프리섹스가좋아 사회유지용으론 별로란말이지 나는 프리섹스하고 세뇌할땐 반대로하고ㅎㅎ
우연히 봤는데 엄청 좋은글이네
와 철학갤 수준 높네요 - dc App
간만에 좋은글봤습니다. 첨언하자면 저는 육체적으로 섞이면(섹스) 영혼도 섞인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프리섹스는 불특정한 사람의 영혼과 섞이는걸 방치하는 행위입니다. 자유를 외치며 타락으로 빠지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