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다 보면 때로 우리는 쓸데없는 짓을 한다. 어렸을 때 자주 하던 오락실 게임 메탈슬러그3 에서도 이런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실 메탈슬러그를 클리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컴퓨터로 플레이한다면 동전을 넣지 않고 얼마든지 다시 기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경우에는 동전으로 세네 번이면 어렵지 않게 클리어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클리어하는 것으로는 부족해서 원코인을 도전하기도 하며, 그것으로 또 모자라서 스피드런까지 도전한다. 스피드런을 내가 직접 한 적은 없지만 그것을 실제로 하려면 어마어마한 연습량이 필요해 보인다. 여기에서 궁금증이 생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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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그렇게 매달릴까? 아니, 사실 스피드런이나 원코인 도전을 넘어서서 게임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보면 쓸데없어보일 수 있다. 그리고 고대 원시인들이 했던 수많은 행위도 본질적으로 쓸데없는 일일 수 있다. 동굴에 남긴 벽화가 도대체 생존에 무슨 도움이 되었을까? 열심히 조각 작품을 만든 것도 마찬가지로 생존에 도움이 되었을 리 없다. 이렇게 인간들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무언가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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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쓸데없어 보이는 일'이 문명을 발전시키고 인류를 만물의 영장에 올려놓았다는 사실도 틀림없어 보인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매우 유용한 지식으로 여겨지는 많은 것들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는 쓰잘데없어 보이는 지식 놀음에 불과했던 경우도 많다. 오일러가 살았던 18세기에 허수 i가 도대체 뭔 의미를 가졌을까? 오늘날에야 복소수가 현실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그것은 허수를 발견하고 한참 후에야 찾은 것이다. 이렇게 위대한 발명품 중에서는 간절하게 필요해서 발명, 발견된 것도 있지만, 우연히 '쓸데없는 짓'에 의해서 발견된 후, 나중에야 그 의미를 가지게 된 것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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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바로 '쓸데없는 짓'의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메탈슬러그를 원코인 하는 것 그 자체는 세상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지만, 그렇게 무언가에 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예전에 쓴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천재 1명을 얻기 위해서는 사회에서 100명의 괴짜를 용인해야 한다. 99명은 천재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단순한 괴짜로 남겠지만, 그런 다양성의 토양 위에서 천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1가지의 혁신적인 것을 위해서는 100가지의 '쓸데없는 짓'이 용인되는 사회적 토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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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러시아 출신 귀화인 일리야가 말한 것과 같이 인생에서 시간표가 존재하고, 그런 인생의 시간표에서 가져야 하는 관심사도 정말 한정되어 있다. 나이별로 가져야 하는 취미 카테고리가 있고, 그 카테고리에서 벗어난 취미를 가진 사람은 사회에서 압박을 받는다. 만약 나이가 40이 다 되었는데 메탈슬러그 원코인에 도전한다고 하면 한국에서는 유치한 취미를 가졌다고 비웃음당하기 십상이다. 한국에서는 사회적 인식에서 벗어나는 무언가에 몰두하려면 엄청난 핍박과 따돌림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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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국에서는 그런 취미가 거의 무조건 몇 가지로 수렴된다. 이성관계와 술마시기, 그리고 사람들과의 친교이다. 예전에 봤던 글에서의 내용인데, 일본 교수들은 양주의 브랜드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한다. 반면 한국 교수들은 모두 양주에 대해서 빠삭하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자리에 올라가면 '가져야만' 하는 취미가 한정적이고,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관대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철학이 위대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