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에 들은 말이 떠오른다. 베트남에서는 남성이 손톱을 기르면 그것이 곧 육체노동을 하지 않는다는 증거로 여겨졌다고 한다. 전근대 중국의 전족 역시 마찬가지다. 여성의 발을 인위적으로 비틀어 작고 불편하게 만들어 걸음을 억제했다. 걷는 것조차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귀족성’의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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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어려운 이 비정상적인 풍습은 당시 사회에서는 숭상받았다. 그것은 단지 아름다움의 기준이 아니라, 곧 신분과 품격의 상징이었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일부 엘리트들이 공부하지 않는 것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말하는 모습은, 본질적으로 전족이나 손톱과 다르지 않은 구조에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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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태도에는 공통된 미학이 있다. ‘쓸모 없음’이 곧 ‘필요 없음’을 의미하고, ‘필요 없음’은 곧 ‘위치의 우월함’을 증명한다. 진짜 권력자는 누구인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다. 배우지 않아도 되고, 익히지 않아도 되고,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 언제나 누군가가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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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배움 자체를 신분 낮은 사람의 노동으로 간주한다. 실제로 일부 고위직 관료들은 컴퓨터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처럼 말한다. “내가 그거 몰라서 안 하나?”, “그런 건 밑에 사람들 시키면 돼.”, “내가 하려면 잘하지. 근데 난 안 해.” 이 말투 속에는 단순한 무지가 아니라, 계급적 자기 확신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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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조 속에서는 공부하는 것, 배우는 것, 직접 해보는 것이 능력의 증거가 아니라 ‘신분이 낮다는 증거’가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묘하게도 ‘하지 않음’을 자랑스럽게 말한다. 이런 현상은 한국 사회 전반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건 네가 더 잘 알잖아”라며 모든 지적 활동을 부하 직원에게 전가하는 상급자들. 회의 때마다 “어려운 얘긴 말고 요점만”을 반복하면서 복잡한 문제의 구조 자체를 회피하는 관리자들. 이 모든 태도는, 사실상 현대판 전족이다. 단지 발이 아니라, 머리에 전족을 감고 있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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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겉으로는 공부를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공부하는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다. 학생 시절엔 시험 점수 하나로 사람의 가치를 매기고, 사회에 나가면 '아직도 공부하냐'며 이상한 시선을 보낸다. 왜 그럴까? 시험 점수를 위한 공부가 아니면 천하게 보는 사고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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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족은 단지 비정상적인 미의 기준이 아니었다. 여성들의 생산성을 억제하고, 권력을 가진 계급의 상징을 강화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가 가장 존귀하다는 세계관을 세대에 걸쳐 주입한 시스템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지적 전족' 역시 마찬가지다. 배우지 않는 사람이 더 존중받고,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가 더 위에 앉아 있으며, 정작 공부하고, 분석하고, 실무를 뛰는 이는 '밑에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무지가 권력인 사회, 무능이 위엄인 사회. 그 사회가 오래갈 수 있을까?
굿굿
멋진 통찰임
금융을 장악한 집단이 사회의 지식, 기술, 지능을 가진 인간을 영구적으로 하층에 종속시키는 구조를 만들어낸거고 그 구동 결과물이 지금의 한국.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