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나치게 목적 지향적인 사회다. 무엇이든 결과부터 설정하고 시작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태도가 오히려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삶의 여러 영역에서 이런 역설은 반복해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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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많은 한국 학생들이 좋은 성적과 좋은 대학을 목표로 공부한다. 그러나 공부 자체에 흥미를 느끼기보다는 시험 점수를 위한 공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시험을 위한 공부를 오래 하면 보면 창의성과 사고력은 뒷전이 된다. 공부가 탐구가 아니라 압박이 되고, 스스로의 흥미나 동기보다는 타인의 평가에 따라 방향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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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도 마찬가지다.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 중에, 처음부터 상을 목적으로 연구를 시작한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은 특정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있었고, 연구 자체가 재미있었기에 계속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의미 있는 발견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학술상의 숫자에 집착하며 정부가 나서서 노벨상 수상자를 키우겠다고 나서기도 한다. 상을 위한 연구는 방향도 왜곡되고, 창의적인 결과를 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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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서도 목적 지향성은 강하게 드러난다. 물론 서양에서도 결혼을 염두에 두고 만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한국만큼 결혼정보회사나 조건 중심의 소개팅 문화가 발달한 나라는 드물다. 한국에서는 사람을 만나는 초기부터 ‘결혼용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려는 경향이 뚜렷하고, 마치 스펙을 따지는 이력서처럼 상대방을 평가한다. 반면 서양에서는 함께 시간을 보내고 교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그런 자연스러운 흐름 덕분에 성혼율이 더 높은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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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처음부터 목적을 앞세우고 행동하는 방식은 오히려 그 목적을 이루기 어렵게 만든다. 행복해지려는 집착이 오히려 불행을 만들고,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이 불면을 유발하며, 창의성을 강요할수록 창의적인 생각이 억제되는 현상이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얻고 싶다면, 그 자체에 몰입하고 과정을 즐기는 태도가 더 큰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