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지식의 많고 적음이나
사유경험의 깊이와 폭의 정도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그 사람의 관심과 열정은
마치 맑은 거울에 비치듯
태도에 투영된다.
다소 투박하고
가끔은 앞서나가는 경솔함이 있어도
자신이 딛고 서있는 단단한 지반을
조금씩 넓혀나가려는 이와의 교우는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다.
그런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들은 정말 드물다.
반면 뒤틀린 정념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과의 대화는
그 자체로 괴로운 일이다.
이들은 애초에 진실에 관심이 있는 경우가 드물다.
자신의 공허함을 만족시켜준다고 착각하지만
마치 누더기천으로 그 흉측스러운 실체를
삐죽삐죽 엉성히 가려놓듯
어디선가 빌려온 신줏단지를 맹신하고 수호하며
자신이 절대자인 행세를 하고 싶어하는 듯하다.
이들은 대개 자신이 무엇을 말하는지조차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용어의 개념에 있어서도 그렇고,
정신활동을 수행하는 자신의 이성 자체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에 있어서도 그렇다.
진실에 관심이 없으니
인정도 없고
성찰도 없고
변화도 없다.
자가소멸과 생성의 반복적 역동 또한 없다.
흉물스러운 신줏단지를 들고다니며
어디선가 자신의 파괴욕을 만족시켜줄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논쟁의 희생양만을 찾아다닌다.
이런 이들과의 대화는
에너지만 고갈될 뿐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
통상, 그 사람이 하는 짧은 말을 보아도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눌 경우의
흐름의 견적이 나오는 법이다.
결국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 진리를 배울 기회조차
지속적으로 박탈하고 있는 셈이다.
굿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