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이 같은 종이라는 말에 회의적이다. 외형은 비슷할지 몰라도, 각자의 정신은 전혀 다른 운영체제를 가진 생체 컴퓨터처럼 작동한다. 누군가는 지구가 둥글다고 믿고, 또 누군가는 평평하다고 믿는다. 어떤 이는 우리가 외계 생명체의 유전자 실험체라고 주장하며, 또 어떤 이는 이 세계가 거대한 시뮬레이션 속 감옥일 뿐이라고 여긴다. 실제로 사람마다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은 너무나 다르고, 그 차이는 단순한 ‘견해의 차이’라기엔 너무 깊다. 같은 사건을 겪고도 누군가는 그것을 구원의 신호로 해석하고, 누군가는 파멸의 징조로 여긴다. 결국 우리는 같은 현실에 존재하되, 각자의 가상현실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런 세상에서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얼마나 오만한 착각일까. 그것은 마치 고양이에게 인간 윤리를 설득하려는 시도와 같고, 우주선을 타고 있는 이에게 지구의 도로 법규를 강요하는 것만큼이나 어긋난 일이다. 나는 이제,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려는 시도를 내려놓았다. 대신 그들의 세계, 그들의 상처, 그들의 언어를 그대로 존중하기로 했다. 낯선 세계에 함부로 발을 들이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감정 또한 마찬가지다. 감정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맑던 하늘이 돌풍과 우박으로 뒤바뀌듯, 인간의 감정도 언제든 요동칠 수 있다. 지금 미소 짓고 있는 사람도, 몇 시간 뒤엔 눈물에 잠겨 있을 수 있다. 그 흐름을 인과로 설명하려 들지 말고, 그저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
결국 인간은 같은 껍데기를 쓰고 있지만, 전혀 다른 진실을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기에, 오히려 존중할 수 있고, 동일하지 않기에 자비로 대할 수 있다. 나는 이 생각의 끝에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모두가 각자의 음모론을 살아가는 세계에서, 유일한 진실은 자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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