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자유의지란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의사선택 능력'이라고 정의됩니다. 저는 여기서 '외부의 간섭이 없는'에 초점을 두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외부 간섭의 범위는 어떻게 정의할까요? 단순히 타인의 의지를 무시하는 것? 아니면 생존기계로서 DNA에 설계된 본능까지 무시하는 것?


저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은 DNA 자체에 의해 처음부터 기울어진 가치 저울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살은 악하고 나약한 것이고, 사랑은 숭고한 것이고 등등 알게모르게 자손 번식에 유리한 방향으로 편향되어있죠.


또한 사회에서 형성된 보편적 도덕 또한 개인이 지닌 가치관에 큰 영향을 주죠. 이처럼 개인이 지닌 가치관은 지독하게도 수동적이고 뻣뻣한 것입니다.


기성 가치관을 부정하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하고 수용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가치관이란 것 자체가 '외부 세계와 내가 상호작용하는 기준' 내지는 규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의지가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의사선택 능력'이라고 한다면, 진정한 자유의지는 외부와 상호작용하지 않는, 즉 가치관이란 개념이 무의미해지는 상황에서만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서 만약 내가 느끼는 짜장과 짬뽕의 가치가 완전히 같다면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은 오로지 내 의지에 따른 것일 겁니다. 가위바위보를 할때 가위를 내는 것과 같이요.


그렇다면 전능해서 어떤 결핍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 혹은 물질세계에서 어떤 가치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모든 행위가 가위바위보와 같이 어떤 가치적 우열이 없는 선택지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과 자유의지가 맞닿아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진정한 자유의지란 모든 가치가 무의미해지는 일종의 확률적 카오스와 같은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