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쓰레기다"
철학 갤러리에 활동하던 준호는 <소크라테스>라는 고닉의 작성자가 쓴 이 게시글에 이목이 끌렸다.
'보나마나 분탕이거나 개돼지겠지'
게시글을 클릭하니 이번에도 아니나 다를까다.
"야 이 병신들아, 진짜 철학이 뭔 줄 아냐? 철학을 접어야한다는 걸 알고 일하러 가는 거다."
준호는 자기가 친히 이 철학을 모독한 개돼지한테 댓글을 달기로 결정한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철학은 인생을 사회적 관습, 이데올로기에 세뇌되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사유해서 자기 원하는 것을 추구하며 살게 해주는데 의의가 있는 거다"
자기의 일침이 정곡을 찔렀음에 감탄한 준호였지만, 1분도 지나지 않아 답글이 달린다.
"그래서 니 세끼가 뭘 이뤘는데? 남들 다 출근할 월요일 오전에 댓글 단 거 보니 백수인거 같은데"
준호는 오히려 자신이 정곡에 찔려 분노한다. 그는 "세속적 욕망을 추구하는 것보다,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고결하다"는 제목으로 글을 쓴다. 그한테 이것은 단순히 댓글싸움이 아닌 자존심의 문제로까지 고양된 것이다.
"철학이 쓰레기라고 하는 놈아 봐라"
철학이 쓰레기라고?
웃기지 마라.
너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하겠지만, 니가 말하는 현실이라는 것은 기계적으로 아침에 출근하고, 월급을 위해 상사한테 굽신 거리면서, 삶의 의미조차 알려하지 않고 사회적 관습에 따라 먹고사는 기계로 사는 것일 뿐이다.
왜 이 구조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 질문을 한 번이라도 해본 적 있냐?
그 질문을 하지 않고 '현실을 추구하라'는 것은 <연봉, 결혼, 자식, 집과 같이 사회가 정해준 기준을 추구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사회적 가스라이팅>에 세뇌된 결과일 뿐이다.
하지만 진리를 추구하는 인간은, 자기 인생을 타인의 기준에 위임하지는 않고 주체적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간다.
이것이 철학하는 자와 "철학은 쓰레기"라 하는 사람의 수준 차이다.
준호의 글은 개념글이 되고, 댓글은 "존경합니다. 형님"과 같이 찬양 일색이었다. 그 놈의 댓글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승리감을 느끼는 준호한테 스쳐지나가듯 누군가가 댓글을 달았다.
"철학하는 거랑 삶을 사는 거는 다르다"
한 번 달아오른 준호는 질 수 없었다. 이번엔 "철학을 하는 것이 곧 삶이다"란 주제로 글을 썼다. 준호는 계속해서 개념글을 보내고, 어느새 시간은 가고 저녁이 되었다. 준호는 밥 먹으러 어머니한테 밥 차려달라고 주방으로 나갔다. 그러나 준호의 어머니가 보인 반응은 준호의 예상과 달랐다.
"나가"
"뭐라고요? 어머니?"
"너 오늘 아침부터 저녁까지 뭐했어?"
"..."
"나도 이제 한계다. 이제부터 니가 나가서 어떻게 살든 내 알 바 아니다. 당장 나가라"
"어머니 어떻게 그럴 수가!"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있던 준호 아버지가 야구 방망이를 들고 와서 소리친다.
"니 애미가 나가래잖아. 안 나가 이 세끼야?"
준호는 경험상 아버지의 저 핏대가 세워져 돌아버린 눈은 허세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준호는 부랴부랴 짐을 챙겨서 나왔다. 사실 챙길 것도 핸드폰, 충전기, 지갑 정도 말고는 없었다.
준호는 철학갤에다 글 쓴다.
"나 애비, 애미한테 쫓겨났다 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
그 글을 쓰자마자 디시 알림음이 울린다. 그 세끼다.
"지 혼자 어떻게 살아야할 지도 모르는 놈이 삶을 논하디니 코미디구나. 니가 취준을 해봤어? 이력서를 써봤어? 아니 애초에 이력서를 어떻게 제출하는 지는 알아?"
준호는 화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가짢기도 해서 댓글을 달았다.
"근데 니는 왜 하루종일 철학갤에 상주하면서 훈수두냐?"
그 놈은 한동안 답이 없었다. 분명히 그놈도 백수여서 내 댓글을 바로 봤을텐데. 하긴 뭐 저놈이라고 떳떳할 리가 있을 리가 없다. 준호는 멍하니 알림음을 기다리다가 알림음이 올리지마자 댓글을 확인한다.
"나는 적어도 철학이 쓸모있다는 망상질은 안 하잖아."
'이런 병신세끼'
준호가 답글을 달려는 찰나에 알림음이 또 울린다.
"축하한다. 이긴 병신아"
<디오게네스>라는 고닉이 쓴 댓글이다. 준호는 이 글을 보고 답글을 달 생각이 아애 사라졌다. 그저 멍하니 디시 앱을 계속 새로고침하는 와중에 "두 병신의 주지가 웅장해지는 자존심 대결"이라는 제목의 글이 눈길을 끌었다. 알고보니 디오게네스가 그동안 있었던 병림픽을 정리해서 올린 것이다.
"아무런 경험도 안 했으면서, 현실에서의 욕구불만을 꾸역꾸역 아는 척하고 일침하는 것으로 채우는 두 병신들의 싸움. 철학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하는 것에 그칠 뿐, 새로운 사유는 새로운 경험을 토대로 나오는 법이다. 그 어떤 사회적인 경험도 안 하면서 어떻게 철학이 나오겠냐? 자기 망상 속에서 앵무새가 될 뿐이지."
댓글을 보니 소크라테스가 있었다.
"근데 그런 니 세끼는 왜 할 일 없이 저격글이나 쓰냐?"
준호는 생각했다.
'진짜 병신세끼들이구나'
하지만 그 생각이 들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도?'
'어쩌면 이 글을 쓴 작가놈도?'
'어쩌면 "철학은 쓰레기다"는 작가놈의 글도?"
'어쩌면 앞으로 댓글 달 댓글러도?'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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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시발 현자인듯
한국의 프로게이머가 얼마나 많은 등짝 스매싱을 맞았을지 짐작이 된다.
글쓴님 혹시 웹소설 작가 ? 재치 있고 좋은 글인 것 같네요 술술 읽히고 관찰력도 좋고
사실 나만 진짜고 모두 ai챗봇이엿던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