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요리사들은 요리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요리를 ‘계속’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일단 요리로 주목을 받고, 방송에 얼굴을 비추고, 이름이 알려지면 목표는 빠르게 바뀐다. 주방은 더 이상 일터가 아니라 경력의 출발점이 된다. 유명해진 뒤에는 직접 칼을 잡기보다 브랜드를 만들고, 프랜차이즈를 확장하고, 방송 스케줄을 소화한다. 요리는 점점 줄고, 말은 점점 많아진다.


한국의 스포츠 선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스포츠 자체를 오래 붙들고 가기보다는, 스포츠를 통해 유명해지는 것이 우선 목표처럼 보인다. 은퇴 후에는 경기 분석이나 지도, 유소년 육성보다는 예능, 광고, 토크쇼가 주된 무대가 된다. 운동은 직업이 아니라 콘텐츠로 변한다.


이런 현상은 실력이 부족한 경우에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UFC에서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과 겨뤘던 김동현도, 월드컵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낸 안정환도 은퇴 후에는 ‘스포츠인’이라기보다 ‘방송인’으로 더 자주 소비된다.


반면 일본을 보면 다른 풍경이 보인다. 전직 축구선수나 메이저리거들이 은퇴 후 조용히 지역 클럽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유소년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종목을 내부에서 이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사라져도, 직업 정체성은 유지된다.


이 차이는 개인의 성향 차이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한국 사회에서는 ‘현업에 오래 남아 있는 사람’보다 ‘현업을 발판 삼아 빠르게 확장한 사람’을 더 크게 보상한다.


그래서 요리사는 더 좋은 음식을 연구하는 사람보다 더 잘 말하고, 더 잘 노출되고, 더 빨리 브랜드화하는 사람이 되고, 선수는 종목의 깊이를 파는 사람보다 캐릭터가 분명하고 방송 친화적인 사람이 된다.


이 구조는 스포츠와 요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학자도 연구보다 방송 출연이 많아지고, 의사도 진료보다 유튜브 콘텐츠가 중요해지며, 기술자도 기술보다 개인 브랜딩이 우선이 된다.


결국 한국 사회에서 직업은 끝까지 붙들고 가는 삶의 방식이 아니라, 성공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느낀다. 한국 사람들은 실력의 고하와 무관하게, 자신의 직업을 대하는 태도에서 전반적으로 진지함이 부족해 보이며 정확히 말하면 진지함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손해가 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