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하기 힘든 이야기를 한 번 해보자

살면서 무단횡단조차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 글을 읽지 마라,


지식? 그저 머리에 때려 박아 넣어서, 필요할 때 입으로 줄줄 나오기만 하면

솔직히 사회에서는 충분히 통한다.

여론? 다수가 말하는 쪽에 몸을 맡기면 소속감도 생기고, 책임도 분산이 된다.

이미 누군가가 탑승감이 좋은 논리를 깔아 놨고, 나는 거기에 0.5g만 보태면 된다.

그 정도만 해도 나 스스로도 ‘생각을 한’ 사람이 된 것 같고, 기분도 나쁘지 않다.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내 코가 석자” 라는 말이 나오도록 힘들다.

굳이 혼자 머리 싸매면서 모든 것에 반응할 필요는 없다.



인터넷에서 논란이 된 사람을 비난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굳이…?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자를 욕할 정당성을 이루는 댓글로 여론을 형성해 놨다.

거기에 편승한다면

“나는 그런 짓 안 저지른 사람이니까~”

하는 도덕적 안전지대에 입장한 느낌까지도 든다.



이 사실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렇게 살아간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읽는 당신도 감히 쉽게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만약 완전히 부정할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대단한 일이거나,

아니면 스스로를 조금 과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솔직해지자, 우리



문제는 그 다음이다.

요즘 연예계에서 터지는 사건들을 보면 늘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비슷한 잘못을 저질러도 누군가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누군가는 오히려 댓글들의 위로와 응원을 받는다.

이게 참… 이상하다.

문제는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프레임은 대개

가장 말을 유려하게 하는 댓글,

가장 ‘논리 있어 보이는’ 문장 하나에서 시작된다.

추천 수가 그 말을 보증하고,

추천 수를 본 알고리즘이 그 보증을 상단에 올려놓는다.

그 순간, 여론은 이미 방향이 정해진다.

그 다음은 쉽다.



사람들은 그 방향으로 말을 보탠다.

생각을 더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생각은 누군가가 대신해주었으며,

우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한 줄을 얹어서 보탠다.

이 구조를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이건 고백이 아니라 진술이다.

자자, 이제 질문 들어간다.

정말 스스로 생각했나?

여론을 머릿속에서 대충 훑고

“아, 대충 맞는 말 같네” 하고 넘긴 적은 없나?

역지사지를 실제로 해본 적은 있나?

사건을 공평하게 바라보려 한 적은?

아니면 한쪽의 말만 듣고 욕을 시작했나?



생각한 거 맞나?



우리는 종종 ‘판단’을 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그것은 판단이 아닌 ‘채택’ 에 가까울 것이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결론을 골라서 잡았을 뿐이다.

사고는 하지 않았고, 선택만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이 글이 좀 불편해질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며 화가 난다면,

불편하다면,

찔린다면,

나에게 욕을 하고 싶다면 그것은 나쁜 신호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그것은 아직은 사고가 작동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진짜 위험한 건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는 상태다.

아무 생각도 없이

“또 이런 글이네” 하고 넘겨버리는 순간이다.

이 글을 읽고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미 여론이라는 군집에 사고를 위탁한 채

뇌를 헌납한 인형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화를 내고,

불편해하고,

경각심을 가져라



그 반응들 만이 당신이 아직 인형이 아니라는 유일한 증거다.



인형이 되지 말고

사람으로 남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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